때는 퍽 이슥하여 사시사철 열리는 사시나무 잎사귀 위에 이슬 한 방울이 송골송골 맺혀있는 밤이었소.



온 동네가 잠에 들어 아홉, 아니, 여덟 거인들이 먹이를 찾으러 밤 길거리를 나도는 밤에, 나는 사각거리는 소리에 잠 못 이루고 있었소.



사각이는 소리는 방 모퉁이에서 삼사 씨가 죽은 제 누이의 눈깔을 헤집는 소리오. 오, 그 그로테스크ㅡ이 표현이 맞는지 모르겠소. 나는 음악가이지, 글작가는 아니기 때문이오.ㅡ한 모습에 나는 차마 눈을 뜰 수가 없소.



또, 얇디 얇은 창호지 사이로는 릴리트를 닮은 아낙이 나를 관음하오. 그녀는 아이를 머리에 이고 이를 갈고 있소. 필시 나를 죽여없애버리려는 수작이 틀림없소.



삼사 씨가 제 누이를 보며 눈물짓소. 그러고는 자신의 거대한 입을 쩍 벌려 그녀의 살을 취하오. 갑충의 딱딱한 이가 살점을 게걸스럽게 취하오. 마치 무언가에 홀린듯 살점과 뼈를 흘려가며 취하오.



관절이 꺾이오, 살갗이 뒤틀리오, 오장육부가 제 모습을 드러내오. 나는 더 이상 제정신을 유지할 길이 없소. 혹은 이미 정신이 나가버렸거나.



헛구역질이 나오. 삼사 씨는 여전히 나는 안중에도 없이 시뻘건 피만을 탐하오.



나는 곧장 거실로 달려갔소. 더 이상은 나도 참을 수 없기 때문이오. 삼사 씨가 나를 뒤쫒아오고 있소. 언제부터 나를 눈치챘는지는 알 길이 없소.



거실에 나 있는 창호지 밖으로는 고래의 서글픈 울음소리와 재촉하는 탕녀들의 비명이 들리오. 오, 이 모든 것이 꿈이라면 좋을 것만 같소. 내 마음 속 음악들이 되살아나 온 세상을 가득 채우고 있소.



그가 점점 가까워지고 있소. 나는 괘종시계를 바라보오. 시침이 초에 한 번 씩 움직이오. 댕. 댕. 댕. 댕. 댕. 댕. 기괴한 종소리가 초에 한 번 씩 울려퍼지오. 존 형제님께서 잠에서 깨어나오.



어느덧 나는 본래의 목적은 잊고 기다란 복도의 끝에 도달하였소. 어쩌면 내가 잊고 있는 것은 이 뿐만이 아닐지도 모르오.



나는 주변을 둘러보오. 시뻘건 핏줄이 선 눈들이 나를 바라보오, 그리고 나를 비난하오. 나는 아랑곳하지 않고 그 눈들 사이의 구석진 창고 속에 숨어들었소. 삼사 씨가 그 거대한 팔을 휘두르며 문을 부수려고 하오.



나는 주위를 둘러보았소. 총 한 자루와 휘발유, 촛불과 성냥이 보이오. 성냥팔이 소녀도 보이오.



나는 총을 집어들었소. 문은 이미 부서진지 오래였소. 그는 나를 서슬퍼런 눈으로 노려보오.



그의 딱딱한 등껍질에 햇빛이 반사되어 내 눈을 부시게 하오. 정신을 차려보니 이미 그의 몸뚱아리에는 납탄이 박혀있었소. 낮과 밤이 잘 구분되지 않는 계절일 뿐이라오.



나는 다시 그에게 총을 겨누오. 방아쇠를 당기오. 그의 몸이 짓물러지오. 피의 선율이 내 모든 혈관 한 가닥 한 가닥에 울려퍼지며 스며드오. 그는 이제 벌레가 아니오. 그저 뭉게지고 부서진 한 구의 시체일 뿐이오.



나는 휘발유와 성냥을 챙기고 밖으로 나왔소. 나는 휘발유를 사방에다 흩뿌리오. 릴리트와 그의 아이의 소리가 들리오.



마당에는 양귀비 무리가 흐드러지게 피어있소. 어째서인지 주홍색은 보이지 않소. 하늘 위의 저것이 해인지 달인지, 심판하는 눈인지도 잘 모르겠소. 혹은 텔레스크린일지도 모르오. 나를 저리 뚫어져라 지켜보고 있으니.



성냥에 불을 붙이오. 휘발유에 불이 옮겨붙소. 집은 순식간에 불구덩이에 휩싸이오.



집에서 살 타는 냄새가 나오. 대여섯 인간의 살점이 타는 냄새가 나면서 성난 파도가 내 가슴을 일렁이며 스쳐지나가오. 릴리트와 그 아이의 비명이 들리오. 필시 나를 유혹하여 제 목숨을 부지하려는 간악한 수작이리라.



아, 독자들이여! 지금부터는 나의 글 속에 숨겨진 의미에 대해서 생각해보시게!



나는 어느덧 항구를 거닐고 있었소. 포경선들은 출항을 준비하며 닺을 감아올리고 있소.



저 뒤 으슥한 골목에서는 험버트와 어린 소녀 헤이즈 양이 사랑을 나누고 있소.



아, 음악적 영감이여! 나를 일깨워주는 배덕이여! 너는 또 다시 내게 흉포하고 참으로 힘있는 예술이 무엇인지 알려주는구나!



피로 쓰여진 악보를 거침없는 손길이 헤집어놓소. 그 손은 예술을 알고 있소. 그 손은 쾌락을 알고 있소. 그 손은 욕망을 원하는 탐욕적인 손입디다.



손에서 점점 힘이 빠진다. 그 때의 영감이 잿더미로 변한다. 내가 이 곳에서 무엇을 하고 있는지 생각한다.



악보를 구겨 길가에 대충 버려두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 무엇이 문제였을까. 나는 언덕으로 향했다.



언덕으로 향하는 길은 더없이 조용했다. 이상하리만치 조용했다. 그 흔한 귀뚜라이 울부짖는 소리마저 들리지 않았다.



돌부리에 발이 걸려 넘어졌다. 찢어진 살갗 사이로 피가 뿜어져나온다. 하지만 나는 멈출수 없다. 달려야한다, 달려야한다.



쉼없이 뛰다보니, 나는 어느새 읍내에서 가장 높은 언덕에 도달하였음을 알 수 있었다.



나는 언덕을 오른다.



종소리가 머리에 울려퍼진다. 댕. 댕. 댕. 댕. 댕. 댕. 살점을 두들기는 소리다. 곧 나의 죄를 깨닫는다. 내가 누구였는지 깨닫는다. 내가 무엇인지 깨닫는다.



나는 꼭대기의 나무에 앉아 전경을 바라본다. 밤하늘의 별들이 나를 위한 작은 조명들인 것처럼 반짝인다.



어째서인지 불타던 집은 보이지 않는다. 이미 다 불타 재가 되어 없어졌거나, 그 모든 것이 다 자주 양귀비였거나, 둘 중 하나일 것이다.



언덕을 오르니 거대한 고래와 싸우는 에이허브 선장이 보인다. 그는 고래에게 작살을 박아넣는다. 고래가 고통스러워한다. 에이허브는 광기에 가득차 웃는다.



허나 그것은 끝이 아니었다.



작살의 줄이 그의 발목을 감아서 잡아당긴다. 그는 맥없이 넘어져 그대로 깊은 바닷속으로 빨려 들어갔다.



그것이 한 광인의 말로였다.



내 옆에는 또 다른 광인이 남긴 유산이 보인다.



클레어의 머리를 뚫은 총이다. 돼지의 멱을 딴 총. 나는 그것을 유심히 바라본다. 이 것이 나의 속죄를 도울 수 있을까? 그 광인의 속죄를 도왔던 것처럼.



머리에 총구를 겨눈다. 차가운 금속이 내 머리에 닿는다. 머릿속에서는 아직까지도 종소리가 울려퍼지고 있다. 벗어나고 싶다, 벗어나고 싶어. 재빨리 허물을 벗어던지고 자유롭게 날아가고싶다.



오, 황홀한 느낌에 정신이 날아갈 것만 같다. 이제 종소리에서 해방될 수 있다.



댕. 댕. 댕. 댕. 댕. 탕.


아, 이제 들리지 않는다.



두 천사가 내게 다가온다. 하나는 여인의 모습을 하고 있고, 또 하나는 아이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들이 나의 얼굴을 보자 천사들의 어여쁜 얼굴이 일그러진다. 땅이 울리며 구멍이 만들어진다. 그들이 나를 땅 아래로 끌고간다.



아홉 고리들이 눈 앞에서 아른거린다. 그들은 더 빠르게 저 아래로 내려간다. 나는 아찔한 속도에 그만 정신을 잃고 말았다.



악몽에서 깨어난 나는 어느새 한 그루 나무가 되어있었다.



인간을 닮은 새는 나무를 닮은 인간을 제 부리로 쫀다. 나는 나무다. 나는 후회하지 않는다. 나는 그 모든 고통을 즐긴다.



나는 구원받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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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거 제목 앞에 주의 붙여야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