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로 살 집을 알아보던차에 부동산에 특이한 매물이 있는 것을 발견했다.
"B"
아파트 이름이 그냥 다른것도 없이 B였다.
처음엔 그냥 중소 시공사에서 만든 구닥다리 아파트인줄 알고 신경쓰지도 않았다.
그런데 계속보다보니까 생각보다 이 집은 괜찮았다.
가격 대비 평수도 넓었고 역이랑 조금 멀긴 했지만 위치도 괜찮았다.
"이 집으로 할게요."
아파트 이름이 그냥 B라는게 좀 얼토당토 없긴했지만, 뭔가 좀 계속보니까 유니크한거 같기도 하고
애초에 내 형편에서 고를 수 있는 최선의 선택지였다.
그렇게 나는 계약서를 썼고 그곳으로 이사를 했다.
그리고 이 아파트에서 산 지 일주일째 되는 날이였다.
이 아파트에 일주일 정도 살다보니까 어느정도 특이한 부분을 발견했다.
우선 동의 구분이 없었다.
보통은 103동 104동 이런식으로 건물을 구분할텐데
여기는 모든 건물이 그냥 B다.
그래서 택배를 시킬때도 그냥 호수만 적어놓았다.
그리고 또 호수도 신기한 것이 동의 구분이 없으니 그냥 번호의 나열로 호수가 정해져있었다.
우리집은 34번 집이였고, 옆집부터 오른쪽으로 차례대로 35 36으로 이어지는듯 했다.
그리고 이상한 점도 몇가지 있었는데 첫번째로
이곳으로는 배달이 오지 않는다.
나도 처음엔 이게 뭔 소린가 싶었는데 아파트 정책상 외부인을 철저하게 출입 금지한덴다..
별 비싸지도 않은 아파트가 뭐이리 유난인지..
그래서 맨날 수고스럽게도 아파트 정문까지가서 배달 음식을 픽업해와야만 했다.
이것도 이상한 점 중 하난데 특히, 정문에는 얼굴이 새빨간 살짝 술톤?의 경비아재가 있는데
보통 경비 아저씨들이라고하면 은퇴를 하시고 늙고 호리호리한 체격의 아저씨들을 상상했다.
그런데 저 아재는 새빨간 얼굴에 우락부락한 근육질 덩치를 하고 있었다.
그래서 저 아저씨를 보니까 일단 아파트 보안은 확실하겠다고 생각했다.
참, 그리고 저 아저씨 힘은 뒤지게 쌘 거 같았다. 저번에 마트에서 장 좀 봐서 들어가는데
왠 딸배 하나가 정문에서부터 외부인 출입금지가 떡하니 써져있는데 그냥 부와앙 하고 들어가려고 하더라
근데 경비아재가 진짜 개 빠르게 뛰어가더니 오토바이 뒷부분을 잡고는 들어버렸다.
오토바이는 앞바퀴가 들린채로 딸배는 그 상태로 당황했다.
그러고는 경비 아재가 뭐라뭐라 하는 것 같더니 딸배는 수긍하고 음식 내려두고 가더라
어쨌든, 저 아저씨는 말은 안 해봤는데 좀 무섭다.
내가 정문 지나갈때마다 좀 흠칫하면서 째려보는 거 같기도하고
그리고 여기 이웃주민들도 좀 특이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다.
아직 일주일밖에 안돼서 잘 모르는데 내 생각엔 여기는 1인 가구가 대부분인 듯 하다.
나도 그렇고 여기 사람들 대부분이 혼자 사는 것 같다.
그도 그럴것이 부동산에서도 처음에 여기 안보여주다가
나한테 혼자 사냐고 묻더니 갑자기 여기를 추천해주더라
그리고 입주민들이랑 종종 마주치는데 이상하게 입주민들이 정문 밖으로 나가는 걸 잘 본 적이 없다.
아니 애초에 정문밖에 나간적이 있나?
유일하게 정문 밖으로 나가는 걸 본 적이 있는데 아파트 놀이터에서 꼬마애 하나가 놀고 있었다.
내가 여기 살면서 어린애는 처음 보는 거 같아서 유심히 보고 있는데 그 옆에 엄마처럼 보이는 젊은 여자도 같이 있었다.
그러다가 엄마가 잠시 한 눈 판 사이에 꼬마애가 눈치보더니 아파트 밖으로 호다닥 달려나간 건 본 적이 있다.
물론 그 모습을 뒤로 나도 그 애 엄마한테 애 나간다고 알려주려다가 다시 뒤돌아보니까 애가 사라져 있더라.
애 엄마는 그 사실을 알고는 갑자기 얼굴이 사색이 돼서는 자기도 밖으로 나가려고 했다.
근데 갑자기 경비 아저씨가 또 개 빠르게 달려오더니 무슨일이냐고 묻더라
그래서 애 엄마가 통곡하면서 경비아저씨한테 뭐라뭐라하더니 경비아저씨가 살짝 빡돈 표정? 으로 언짢아하면서 정문 밖으로 나갔다.
그리고는 몇 분도 채 안돼서 애가 아저씨 팔에 붙들린채로 정문으로 다시 돌아오더라 근데 애는 겁을 잔뜩 먹어있고
아저씨는 팔 부분에는 피도 살짝 나고 지친 기색이 역력하더라
그리고 또 마지막으로 이건 사소한 건데 저번주 화요일에 여기서 하얀 가루? 같은게 자꾸 흩날리더라
자주 그러는거 같지는 않은데 뭐 이상한 연기같은거에 흩날리면서 내리더라
뭔가 처음엔 이상기훈가 했는데 또 밖으로 나오니까 안 그러더라
께름칙하기도 했는데
그거 휘날리면 사람들이 전부 나와서 구경하는거 보니까 맞아도 괜찮은 거 같더라.
그거보면서 눈물 흘리는 사람들도 있던데 좀 내리는 모습이 아름답기는 한데 눈물 흘릴 정도는 아닌 것 같았다.
어쨌든 내가 새로 들어간 아파트 뭐 불편한 점은 없는데 좀 특이한 것 같다.
*
이사한 지 세달 째 되는 날.
여기 아파트에 산 지 세 달째다. 주변에서도 새로 이사한 집 어떠냐길래
말해주면 그런 아파트가 있냐고 처음 들어본다고 놀라는 반응이 대다수다.
그래서 집으로 놀러오라고 주소까지 찍어줘도 애들이 못 찾아오는 경우가 많더라.
딸배들은 잘만 찾아오던데..
뭐 애초에 찾아왔어도 못 들어갔을 거 같다.
내가 동행해서 데리고 오니까 경비 아저씨가 외부인이라고 돌려보내더라..
아니 내 친군데 뭔 외부인이냐니까 아저씨는 진짜 개 단말마로 말하면서 종이 내밀더라
"안된다고."
종이에는 계약서 내용이였는데 내가 제대로 읽어보지 못한걸까, 오로지 본인만 출입이 가능하다는 내용이였다.
아저씨가 좀 싸가지가 없어서 화가 나기도 했는데 피지컬보니까 분노조절이 알아서 되더라.
친구한테는 미안했지만 안될 것 같다고 돌려보냈다.
니미럴, 역시 싼 데는 이유가 있었다. 젠장.
무슨 개같은 정책인지..
그리고 세달째 사니까 여기도 텃세가 존재했다는 걸 알았다.
맨날 경비아저씨가 내가 정문 지나갈때마다 흠칫거리면서 의심스러운 눈빛으로 야렸는데 요즘에는 안그러더라.
그리고 이웃주민들도 나를 볼 때마다 뭔가 자꾸 야렸는데 지금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텃세였나보다.
지금은 어느정도 안면도 터서 그런지 나를 쳐다보는 사람은 없다.
그리고 최근들어 안건데 우리 아파트 문 앞에 가끔씩 꽃이 있더라
31번 집도 그렇고 우리 옆집인 36번집도 꽃이 가끔씩 놓여져있다.
그리고 그거 가져가는 모습을 내가 36번집 이웃이랑 마주쳤는데
진짜 좋아하더라. 뭐 남자친구가 두고 간건가
그래서 내가 평소에는 오지랖 안떠는데 궁금해서 물어봤다.
"그거 뭐에요?"
"뭐긴요, 나를 기억하는 발자취들이죠."
"네?"
"아. 그러고보니 아직 한번도 못 받으셨죠? 너무 낙심하지마요. 다들 바빠서 그런걸꺼니까."
그 말을 뒤로 여자는 다시 집으로 돌아갔다.
생긴 건 멀쩡한 여자가 뭔가 제정신은 아닌 것 같다.
.
*
그리고 그 날 새벽, 잠을 자던 나는 매케한 연기 냄새에 잠을 깼다.
또 가끔씩 내리는 하얀 가루인가 생각했는데 우리집 가득히 연기가 자욱했다.
나는 소스라치게 놀라며 불이라도 난건가 싶어 집 밖으로 뛰쳐나갔다.
그리고 현관문을 열었을 때
[B열 34번 김현수.]
우리집 앞에도 꽃이 있었다.
처음 써보는 글 입니다. 피드백 감사합니다.
고전적인 느낌이라 좋네
오 좋네 - dc App
납골당인가? - dc App
헐 그런가
마자용 ㅎ - dc App
아아.... 흑 근데 그럼 딸배는요???
제사 음식일듯
하얀 가루에 꽃보고 납골당 바로 떠올리긴했는데 신박해서 좋다 애가 도망친 건 뭔지 궁금하네
음, 해석을 쓰는게 나폴리탄 취지에 맞나싶은데 일단 이 글은 납골당이랑 민속신앙에서 영감을 얻었음 그래서 경비원 = 종교적 기물, 수호신의 일종인 신목이나 솟대 아이 탈출 = 봉안이라는 성역을 통해 안식을 얻었으나 그 경계(아파트 정문)를 탈출함 - dc App
오 답글 ㄱㅅ
와 개신박하다 잘썼네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