혹시 명령조에 욕이 들어가서 불쾌하셨습니까? 그래서 읽을 마음이 달아나셨습니까?
저흰 좆도 신경쓰지 않겠습니다. 어차피 그래봤자 댁이 죽지 우리가 죽나요.
각설하고, 본 지침을 확인하신 시점이라면 귀하께서는 고급스러운 벽지와 부드러운 붉은 융단으로 뒤덮힌 복도에서 정신을 차리셨을 것입니다. 정신을 잃기 전에 이런 장소에 오셨던 기억은 없으실 것이고 말입니다.
그 곳은 우리 세상 어디에서도 찾아볼 수 없는 장소입니다. 그리고 저희 말씀을 따르지 않으신다면 머잖아 귀하도 그렇게 되실겁니다.
평소 스스로 이성적이라 자부하시는 분들은 이 대목에서 무언가 반박하고 싶으시겠지만, 지금은 과학적 의문을 제기할 때가 아닙니다.
살고 싶으면 닥치고 아래 내용부터 읽으십시오.
1. 복도 양옆으로 수많은 객실이 눈에 들어오실 겁니다. 열지 마십쇼. 문고리에 손도 대지 말아야 합니다.
솔직히 이런 내용을 굳이 적어야 한다는 점이 개탄스럽습니다. 위험한 곳에서 아무데나 불쑥 들어가는게 자살 행위인건 상식일텐데 말이지요.
이 지침에는 비단 객실 뿐만이 아닌 모든 종류의 닫혀있는 문이 해당합니다. 비상구나 엘리베이터조차 말입니다.
대신, 이미 열려있는 문이나 처음부터 문짝이 없는 출입구로 드나드는 것은 전혀 문제 없습니다.
귀하가 도달해야 하는 것은 1층 로비의 정문입니다. 복도 어딘가에서 계단을 찾으셔서, 계속 아래로 내려가십시오. 로비에 도달하기 위해 거쳐야 하는 층의 개수는 매번 달라지지만 계속 아래로 내려가다보면 반드시 도착하게 되어있습니다. 쉽게 말해 오래 걸린다고 징징대거나 의구심을 품지 말라는 소립니다.
지금까지 보고된 바에 의하면 최고 기록은 100여층이었습니다. 게다가 로비까지 직행하는 계단이 없어 수차례 복도를 헤매어야 하는 사례도 제법 보고되었습니다. 그러니 강행군이 될 것을 어느정도 각오하십시오. 못하겠다면 뭐 별 수 없고요. 거기서 계속 떨고 계십쇼.
2. 소리를 내는 것을 포함하여 귀하의 존재를 드러내는 행동은 삼가십시오.
에티켓 이야기를 하는 건 아닙니다. 혹시 방금 수칙을 기억 못하실까봐 다시 말씀드리자면, 위험한 곳에서 소리를 내는 것 역시 정말 멍청한 짓입니다.
다행히도, 이 수칙은 몹시 쉽습니다. 부드러운 융단이 발소리를 묻어버리는데다 방음이 잘 되어 있어 작은 목소리나 숨소리 정도는 퍼져나가지 않기 때문이지요.
혹시나 크게 목소리를 내어 귀하를 도울 누군가를 호출하실 생각이라면, 마음껏 시도하십시오. 누군가 오긴 하겠지만 적어도 탈출을 돕진 않을겁니다. 그 반대에 가깝죠.
설마 이 위험한 곳에 친절한 조력자가 있을거라 기대할 정도로 순진한건 아니겠죠, 그렇죠?
3. 계단을 찾는 과정에서 키카드를 찾으십시오.
이 호텔의 정문은 잠겨있어 카드가 없으면 통행할 수 없습니다. 따라서 계단을 찾는 동시에 틈틈히 각 층의 내부를 조사하십시오. 카드는 간혹 보이는 문이 열린 객실이나 직원실, 복도에 방치된 일부 손님들의 짐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단 해당 과정에서 문고리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지 않도록 주의하시길 바랍니다.
4. 새로운 복도에 들어갈 때마다 반드시 모퉁이에 숨어 건너편을 엿보십시오.
만약 사람 형체가 보인다면 무조건 숨어서 지나가길 기다리십시오. 복도는 길고 굽이진 구조이기에, 귀하에게 최소한의 인지 능력이 있으시다면 반드시 피하실 수 있으리라고 믿습니다. 간혹 사람 형체 대신 복도 가운데 방치된 핸드 카트나 여행 가방 따위가 보일 때도 있는데, 그 경우에도 숨어서 기다리셔야 합니다. 미끼입니다.
그러나 간혹 피할 수 없는 만남의 순간이 있습니다. 동선이 겹쳐서 불가피하게 마주치는 경우거나, 귀하가 최소한의 인지 능력도 없는 병신새끼라서 이 수칙을 위반한 경우이지요.
그렇다면 어쩔 수 없이 그것들을 상대해야 합니다.
5. 우리는 그것들을 직원이라고 부릅니다.
그 한번 씹다 뱉은 것처럼 생긴 놈들은 시간이 늦어 외출이 금지되었다며 귀하를 객실 안으로 들여보내려 할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말씀드렸듯이 객실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귀하는 끝장입니다.
그러나 외견에 쫄지 마십쇼. 일단 그것들은 고객을 응대하는 입장입니다. 당당한 어투로 밖에 있는 이유를 변명한다면 아무 문제 없습니다.
정 변명거리가 생각나지 않으시거든, 본 지침을 건네셔도 좋습니다. 고객을 우롱하는 불건전한 벽보가 붙어있는 건에 대하여 분노를 표출하시고, 문제 해결을 요구하십시오. 연신 사과하고는 순순히 종이를 받아들고 사라질겁니다.
하지만 그것들을 마냥 호구로 봐서는 안됩니다. 귀하가 한 거짓말이 지나치게 터무니없거나, 연기력이 형편없다면 대번에 눈치챌 것입니다. 그나마 처음 한두번은 권위를 내세워 의문을 차단할 수 있지만, 딱 거기까집니다.
또한 대화 도중에 나가는 길을 물어봐서도 안됩니다. 애초에 변명을 해야하는 이유가 무엇인지에 대해 벌써 잊어버리신건 아니겠죠?
만약 어떻게든 귀하의 탈출 의도가 탄로났다면 그것들은 완력을 동원하여 귀하를 객실로 모실겁니다. 아마 이쯤에서 힘으로 뚫고 나가면 되지 않냐고 생각하실지 모르겠는데, 귀하가 운동선수이건, 주먹 좀 써본 사람이건 그것들 앞에서 귀하의 힘은 좆도 아니라는 점을 부디 명심하시길 바랍니다.
절대 상대 못하니까, 애초에 그럴 일을 만들지 맙시다.
6. 직원들을 따돌리시고 로비에 도착하셨다면, 탈출 이전에 정문 오른편을 확인하시길 바랍니다.
앞서 말씀드렸듯 정문은 잠겨있어 그냥 탈출할 수 없습니다.
3번 수칙을 따라 카드를 확보하셨다면, 오른편 벽에 붙은 카드 리더에 갖다대어 잠금을 해제하십시오.
그러나 카드를 확보하지 못하셨다면, 그 아래에 있는 작은 협탁에 주목해주시기 바랍니다.
'고객의 소리'라고 적힌 작은 상자가 종이와 필기구와 함께 비치되어 있을겁니다. 종이에 탈출하고 싶다는 내용 - 탈출하고 싶다는 의도가 담겼다면 어떤 내용이든 좋습니다. - 을 적으신 뒤 상자에 넣으십시오.
그러면 약 5분 뒤 잠금이 풀리고 문이 열릴 것입니다.
가급적이면 카드를 확보하시길 바랍니다. 직원들이 순찰할 가능성이 높은 정문 앞에서 오랫동안 시간을 끄는 것은 여러모로 위험성이 큰 행위입니다.
7. 마지막 수칙입니다.
아마 이쯤 읽어내리셨으면 어느 지점에서 갑자기 저희 태도가 공손해졌다고 느끼실 겁니다. 못 느끼셨다면 축하드립니다. 귀하가 머저리 새끼라는 다른 증거가 생겼군요.
만약 도발적인 문구가 들어가지 않은 수칙이 보인다면, 그건 저희가 아니라 직원들이 써넣은 수칙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대로 그것들은 귀하를 포함한 희생자들을 무슨 수를 써서라도 객실 안에 처넣으려 들거든요? 문자 그대로 호텔 안의 모든 것을 활용하여 귀하께서 객실에 들어가도록 유도할 것이고, 당연히 거기에는 이 지침도 포함되어 있습니다.
하지만 그 전능한 개자식들도 못하는게 딱 둘 있습니다. 바로 상스러운 욕설과 상대를 능멸하는 언사이지요.
그것이 지금까지 저희가 구태여 도발적인 말투로 지침을 작성한 이유입니다. 그러니 빠져나오시면 저희가 귀하에게 모욕감을 주었다고 민원을 넣지 마시길 바랍니다.
덕분에 살았으면 감사한 줄이나 알 것이지 꼭 사소한거로 지랄하는 인간들이 있더라고요.
여하튼, 공손한 수칙은 전부 무시하십쇼. 아마 나가려면 절차가 필요하느니 챙겨야 할 물건이 있느니 길게 씨부릴텐데 재고할 가치도 없는 개헛소립니다. 정문은 처음부터 열려있으니 그냥 나가면 됩니다. 닫혀있다면 그건 애초에 정문이 아니니까, 스스로 뺨 한대 때리고 다시 찬찬히 살펴보십시오. 진짜 정문을 찾을 수 있을겁니다.
부디 살아서 나오십쇼. 그 편이 저희 실적에도 도움이 되거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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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야 좋다
참신하다 ㅋㅋㅋㅋㅋ 개추
개재밌다
박력 추ㅋㅋ
키카드 얘기에서 복도에 방치된 짐 뒤지라 했다가 후술에서는 미끼라는 거 보고 쎄하긴 햌ㅅ는데 그런거 였노ㅋㅋ 참신해서 좋네
재밌다
재밌네ㅔ
아 이미 종이에 적어서 넣었는데
재미있다 - dc App
아~ 이미 종이 적어서 넣었다고 ~ ㅋㅋㅋㅋ
ㅅㅂㅋㅋㅋ케 - dc App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그냥 이런 컨셉으로 글 썼구나 싶었는데 막판에 반전이 크게 있네 ㅋㅋㅋㅋ
ㅆㅂ 난 머저리 새끼였네 그래도 이정도면 좀 희망적인 곳이네 난이도가
카드키 찾다가 끌려간 낲붕이들 개추 ㅋㅋㅋㅋ
키카드 관련 수칙은 다 함정이구나
객실에 집어넣을라는 놈들한테 탈출의사 내비치라길래 쎄했는데 괴이가 구라친거였네ㅋㅋ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