족장 : “뚜 시아르 위 베르 투끼 앜 사시아료.”
통역자 : “우리 마을에 온 목적이 무엇인가?”
나 : “다큐 촬영으로 왔습니다. 이곳의 풍습이 궁금해서요.”
통역자 : “르 사르 네 베리 토 베르 투끼 앜 사시아료.
르 사르 네 베리 시 베르 이고 노 아지까.”
족장 : “앜 둔! 르 사르 네 베리 머 베르 둔 노 위아 투 시아르.
르 사르 네 베리 시아르 네위 베르 사르.”
통역자 : “세상에! 신의 은총이 당신과 함께하길 바랍니다.
저를 따라오시죠.”
나는 그들을 따라 오두막에 들어갔다.
오두막은 퀴퀴한 냄새가 나고 군데군데 삐걱거리는 낡은 오두막이었다.
하지만 침대에 누우니 왠지 모르게 아늑한 느낌이 들었다.
통역사는 아직도 밖에서 원주민과 대화하고 있다.
무언가를 건네받더니 표정이 안 좋아졌다.
통역사가 들어왔다.
나 : “무슨 대화를 그렇게 오래 하셨습니까?”
통역사 : “이곳은 금기가 많답니다. 외부인도 행사엔 참여해야 한다고 해서 행사에 관해서 듣고 왔습니다.”
나 : “그 종이는 뭐고요?”
통역사 : “금기가 적힌 종이입니다. 제가 밤새 해석할 테니 먼저 눈 좀 붙이시죠.”
나 홀로 침대에 누웠다.
통역사를 내버려 두고 자려니 잠이 오질 않는다.
고개를 들어보니 저편에서 촛불의 밝은 빛이 비친다.
통역사의 그림자가 벽에 드리웠다.
통역사가 펜을 휘갈기는 소리, 그것은 마치 시계가 똑딱거리는 소리 같았다.
쓱싹쓱싹. 시간이 흘러간다.
정신을 차려보니 아침이다.
“통역사?”
이상하게 조용하다.
고개를 돌려보니 통역사의 모습이 보이질 않는다.
다만 통역사의 가방은 그대로다.
책상 위에는 통역사가 밤새 해석한 금기문 한 장만 남아있었다.
나는 그 종이를 들어 읽었다.
[여행자에게]
두려워하라! 이곳은 둔클레오스테우스가 주관하는 복종의 섬이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이곳을 통치하는 바다의 악마다.
맞이하라!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분기에 한 번 폭풍우가 치는 날 바다에서 올라오신다.
육지로 올라온 둔클레오스테우스는 굶주려 있다.
그분께 가장 나중 된 것을 드려 허기진 배를 채워드려라.
너의 가장 나중 된 가축, 너희 집 막내를 밑의 규칙대로 조리하여라.
1. 막내의 손과 발을 묶고 눈을 가리어라.
2. 경동맥을 찔러 몸의 모든 피를 제거하여라.
3. 머리, 팔, 다리 순으로 토막 내라.
4. 신체의 가장 위에 있는 머리는 불에 태워라.
5. 다리에 가장의 이름을 새겨라.
6. 몸통, 팔, 다리를 꼬치로 꿰어 마을 중앙 제단에 올려놓아라.
바다의 악마이신 둔클레오스테우스가 너의 제물을 음미할 것이다.
두려워하라! 밤 9시부터 밖에 나오지 말지어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바다의 악마이자 밤의 주신이다.
네가 이 금기를 무시하고 밤에 돌아다닌다면
둔클레오스테우스 혹은 그의 화신에 의해 죽임을 당할 것이다.
이 금기를 어겨 죽은 자의 시신을 본 자가 없다.
어떻게 죽임을 당하는지 알 수 없어 나는 그것이 두렵다.
문을 닫을지어다! 밤 9시 이후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둔클레오스테우스가 이를 딱딱거리는 소리다.
만약 문을 다급하게 두드리는 소리와 함께 네 친구의 목소리가 들리거든 선택하여라.
그것은 친구가 도움을 요청하는 소리일 수도 둔클레오스테우스의 거짓된 속삭임일 수도 있다.
만약 문을 열었는데 둔클레오스테우스가 있거든 절망하여라!
너는 그의 화신이 될 것이다.
화신이 되는 순간부터 너는 영원히 밤을 헤맬 것이다.
축제에 참여하여라! 둔클레오스테우스가 분기에 한 번 오시는 날, 그 날이 축제이다.
폭풍우를 멎게 하고 싶다면
마을에서 가장 진귀한 것을 둔클레오스테우스에게 바쳐라.
가장 진귀한 것은 마을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이다.
이전에 진귀한 것을 바치지 못해 40일간 폭풍우가 이어진 것을 기억하여라.
절망에 빠지지 말지어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밤의 화신이자 절망의 주관자다.
네가 비관하여 자살하면 둔클레오스테우스의 곁으로 갈 것이다.
네가 비관하여 자해하면 피 냄새를 맡은 둔클레오스테우스가 네 곁으로 갈 것이다.
절망하지 말지어다. 악마라 해도 우리에게는 도움이 되는 신이다.
그렇지 아니하였다면 우리의 선조께서 이곳에서 달아났으리.
[이하 생략]
그 아래로는 해석되지 않았다.
그 말인즉슨 통역가는 이 글을 해석하다가 사라졌다는 의미이다.
나는 일단 주위를 둘러보자 싶어 문을 열었다.
철커덕.
문이 열리지 않는다.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 당황했다.
충격에 빠진 나는 방 안에 있는 걸 다 뒤져보았다.
방에는 침대와 책 몇 권, 통역사의 가방뿐이었다.
통역사의 가방에는 나침반, 조그만 나이프, 팔토시, 벌레 퇴치용 스프레이, 여벌의 옷이 들어있었다.
숨이 막혀온다.
‘이딴 걸로는 여길 탈출할 수 없다.’
숨이 막혀 잘 쉬어지지 않는다.
일단 숨을 쉬어야겠다는 생각에 근처 벽을 잡고 그대로 밀었다.
문이 열리며 내 머리가 집 밖으로 튀어 나갔다.
창문이었다.
숨을 한 번 들이쉬곤
“살려주세요!!”
고래고래 소리질렀다.
내 앞에는 두 소년이 있었는데
그들은 뭐가 그리 우스운지 나를 보며 웃어댔다.
“르 시아르 이 자붑.”
“아하하하학.”
소년들은 알 수 없는 말만 내뱉고 사라졌다.
‘모르겠다. 이판사판이다.’
나는 통역가의 작은 나이프를 들고 벽을 내리치기 시작했다.
쾅! 쾅!
그렇게 정신을 차리니 밤이었다.
내 몸이 젖어있다.
땀인가 싶었는데 내 몸 앞쪽이 더 축축한 걸 봐서는 물인 거 같다.
정신을 차린 내 귀에 빗소리가 들리기 시작한다.
‘이게 말로만 듣던 폭풍우인가.’
오늘은 둔클레오스테우스가 오는 날인 것이다.
그때 누군가 문을 다급하게 두드렸다.
“문 좀 열어주세요.”
‘이상하다, 내가 알아들을 수 있다니?’
이 목소리는
통역가의 목소리다.
“살려주세요!!”
나는 재빨리 문을 열려고 했지만
뭔가 이상함을 느꼈다.
‘통역가는 어떻게 나간 거지?’
‘금기문에서 밤에 문을 열어주지 말라고 했는데?’
그보다
“살려주세요!!”
‘통역가가 맞다 치더라도 문을 어떻게 열어주지?’
그런 생각에 잠겼을 때
문을 두드리는 소리는 더 크게 들리기 시작했고
쾅! 쾅! 소리가 내 뇌리에 닿을 즈음
나는 주저앉았다.
문을 열 수도 안 열 수도 없었다.
나는 실성했다.
그대로 달려가 문을 열려고 애썼지만 아무리 힘을 줘도 문은 열리지 않았다.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는 좌절감에 빠져 머리를 바닥에 찧었다.
쾅! 쾅!
뭔가가 문을 때려 부수는 소리가 났다.
“아하하학!”
창문에서 아이들이 키득키득 웃는 소리도 났다.
실성한 채로 창문을 통해 바라보니 어느덧 아침이 되어 있었다.
문이 열리며
어제 봤던 원주민 족장이 들어왔다.
원주민의 손에는 날카로운 도끼가 들려있었다.
“르 사르 즈아 베르 시아르.”
그렇다. 오늘은 축제이다.
축제에는 마을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을 둔클레오스테우스에게 바쳐야 한다.
마을에서 구할 수 없는 것의 의미를 깨달은 나는 안도했다.
안도하든 절망하든 결과는 같기 때문이다.
‘어젯밤에 찾아온 통역가는 누굴까.’
고뇌에 잠긴 나는 고개를 숙였다.
날카로운 도끼가 허공에 들렸다.
서걱 소리와 함께 내 시야가 이리저리 반전된다.
문밖으로 실려 나간 나는 하늘을 바라보았다.
날이 화창하다.
둔클레오스테우스는 고생대 실루리아기에서 데본기까지 번성했던 어류이다. 판피어류중에서 가장 큰 어류로 몸길이가 일반적으로는 3.1~3.5미터에 몸무게 950~1200kg에 달하며, 가장 거대한 표본은 몸길이가 최대 4.1미터 정도에 몸무게 1494~1764kg에 달한다고 추정된다 - dc App
쌉개추. 통역하면서 시작해서 그런지 읽고 싶게 만드는 시작이었음 - dc App
둔붕이가 여기서 나오네
와 긴박함이 글에서 제대루 느껴지네.... 필력추
낯설고 맛있다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