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번째면 우연,

두 번째는 사실,

세 번째면 필연이라고 했던가.

 

나는 숲에 숨어 까마귀가 오기만 기다리고 있다.

 

오비이락

까마귀가 날자 배가 떨어진다는 뜻이다.

원래는 공교롭게 오해를 살 때 쓰는 말이라지만

우리 집의 경우는 좀 다르다.

 

얼마 전 우리 집 앞에 까마귀 한 마리가 둥지를 틀었다.

그 까마귀는 어찌나 큰지 양쪽 날개를 펼쳤을 때 대충(大蟲)만 하였다.

문제는 울음소리다.

까마귀가 한 번 울기 시작하면 1시간 동안 멈추지 않고 우는데

성량이 독수리와 같았다.

 

한 번은 아버지께서 참지 못하시고 까마귀를 제하러 가셨는데

까마귀 날자 아버지의 목이 떨어졌다.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는가?

난 차라리 까마귀가 아버지를 잡아갔다는 말이 더 와닿겠다.

 

그래. 한 번은 우연이겠지 싶어 다음으로 큰형이 까마귀를 잡기로 했다.

그런데 까마귀 날자 큰형의 목이 떨어졌다.

우리 집은 공포에 휩싸였다.

까마귀가 날면 사람의 목이 떨어진다.

 

그런데 저 까마귀 하루에 한 번은 먹이를 구하러 하늘을 난다.

그렇게 어머니, 둘째 형, 셋째 형

손 한 번 써보지 못하고 목이 떨어졌다.

 

어쩌면 우리 가문의 목이 떨어지는 건 필연일지도 모르겠다.

마지막 차례는 나다.

나마저 목이 떨어지면 우리 가문은 끝이다.

 

나는 숲에 숨어 활을 들고 까마귀를 기다린다.

녀석이 새끼들에게 먹이를 주는 순간이 가장 취약한 때이다.

 

까악ㅡ 까악ㅡ

셋째 형의 목을 떨어뜨린 까마귀가 돌아온다.

녀석은 입에서 인간이 먹을 법한 음식을 떨어뜨리고 있다.

왜 인간이 먹을 법한 음식이지?’

잠시 생각했지만 오래 생각할 겨를도 없이

나는 활시위를 팽팽하게 당겼다.

 

!

 

명중이다.

까마귀는 소리를 지르며 둥지 밖으로 날았다.

날았다?

아뿔싸. 내가 살려면 적어도 셋째 형이 살아있을 때 놈을 겨냥해야 했다.

까마귀 날자 내 목이 떨어졌다.

 

내 목이 바닥을 뒹군다.

까마귀 화살에 맞아 검은 깃털이 하늘에서 부스스 떨어진다.

검은 깃털은 나를 덮어주는 까만 이불 같았다.

까만 이불에 덮인 나는 눈을 감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