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소와 같은 하루였다. 업무를 보던 책상에서 일어나 기지개를 키려고 하는 순간, 밖에서 마차 소리가 들려왔다.
칼튼의 집사였다. 나는 하인을 시켜서 칼튼의 집사가 가져온 편지를 가져오라고 했다. 하인은 뛰어서 갔다 왔는지 방에 들어와서도 헉헉대며 숨을 골랐다. 나는 편지봉투도 없이 대충 접혀져서 온 편지를 읽었다. 그 내용은 다음과 같았다.
제이콥에게
편지를 쓰는 것도 오랜만이 되었네. 자네에게는 아마 3년만이던가? 잘 모르겠군. 오랜만에 쓰는 편지가 이런 내용이여서 미안하네.
자네도 잘 알다시피, 내 부인이 죽었네. 그 빌어먹을 블라드가 죽였지. 젠장할 놈! 나는 아직도 모르겠네. 아무것도 모르겠어 제이콥. 왜 그 블라드가, 자네도 잘 알다시피 평소에도 좋은 성품으로 유명했던 그 블라드가 갑자기 왜 내 아내를 죽였는지 모르겠다고. 하지만, 그거 아나 제이콥? 난 사실 어젯밤에 그 자식의 집으로 찾아갔다네. 십 수년이 지났지만 난 아직도 내 아내의 복수를 다 하지 못했으니까! 나는 코트 주머니에 손도끼를 들고, 그 자식의 배를 찍어서 그 빌어먹을 창자를 내 손으로 꺼내서 씹어먹으려고 했다네. 하지만, 그러지 못했지. 자넨 어제 블라드의 몰골을 봤어야 해. 그래야지만이 내 죽음을 이해하겠지. 그 자식은 서재 책상에 앉아서 시를 쓰고 있었다네. 알겠나, 제이콥? 그 자식은 시를 쓰고 있었다고! 그 자식은 방문을 벌컥 열고 들어온 나를 맞이했지. 내 손도끼에는 피가 묻어 있었네. 그 자식의 하인을 여섯인가 찍어 죽였지. 그런데도. 그런데도 그 자식은 놀란 기색 하나 없이 나를 맞이했어. 그는 내게 다가와서 어떤 차를 내올지 물어보았지. 밑에 있는 하인들을 다 죽였느냐고도 물어봤어. 마치 그러면 차를 자신이 내와야하나 걱정하는 것 같았지. 나는 잠시 당황했지만 다시 정신을 차리고 그를 찍어 죽이려고 했다네. 말했지. 나는 그러지 못했어. 그 자식은 눈을 부릅뜨고 말했지. 아니, 말? 그게 정말 말이였나? 하늘에 맹세코 나는 한 번도 그런 섬뜩한 목소리를 들은 적이 없었다네. 그건 악마의 소리였어. 아니, 악마조차 되지 못한 천박한 무언가, 괴물의 소리였네. 순수함이라고는 느낄 수도 없었어. 천박한 괴물의 소리가 분명했다네.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에게 도끼를 휘둘렀지. 하지만 정신을 차려보니 내 손에 도끼는 없었네. 그는 옅은 미소만을 짓고 있었지. 아래층에선 하인들이 걸어다니는 소리가 들렸어. 더욱 끔찍한 건, 서재 창 밖으로 내 죽은 아내가 보였다네. 오, 불쌍한 메리. 그녀는 나를 보며 고개를 젓고 있었어. 나는 그래서 멍해진 채로 집으로 돌아왔네. 제이콥. 제이콥. 집으로 돌아와서 내가 무엇을 보았는지 아나? 메리의 시체였어. 휴대용 손도끼에 배가 찍혔더군. 선홍빛 창자가 조금 튀어나와 있었지. 그걸 보자마자 나는 지금 자네에게 편지를 쓰고 있다네. 제이콥. 왜인지 아나? 제발 알기를 바라네. 블라드. 그 자식이 쓴 편지에 자네의 이름이 있었어. 사마귀라는 단어도, 메리라는 단어도, 선홍빛이라는 단어도, 손도끼라는 단어도 있었네. 이상하지 않은가? 내가 어떻게 집에 돌아왔는지, 말을 타고 10분은 달려야할 거리를 어떻게 그렇게 금세 도착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데 왜 멀리서 본 그 시에 쓰인 단어들은 분명히 기억하는지 이상하지 않은가? 아아, 제이콥 난 두렵네. 나는 제이콥에게 편지를 쓰고 있는게 맞는지도 모르겠어. 내가 정말 메리를 죽였나? 모르겠어. 내가 칼튼은 맞나? 제이콥. 나는 더 이상 살 수 없네. 나의 오랜 친구여. 그만 글을 마치는 게 좋겠어. 계속 헷갈린단 말이지. 자네가 제이콥인지 블라드인지. 부디 메리와 나는 같은 곳에 묻어주면 좋겠네. 제이콥이라면 어떻게 해야할지 알겠지. 블라드라면, 아아, 부디 신이시여. 블라드라면 나와 메리의 시신을 그냥 불 태워주게. 적어도 내가 아는 그 블라드라면, 빈민들을 돕고 소신을 지킬 줄 알며 항상 환한 미소로 우리 부부를 맞이해주었던 그 블라드라면, 부탁하겠네. 나는 목매달아 죽을 생각이네. 내일 아침에 잠에서 깬 알버트가 이 편지를 자네에게 전달하겠지. 제이콥에게 보내야할까, 블라드에게 보내야할까. 내가 알던 제이콥은 제이콥이 맞나? 블라드가 내 아내를, 아니지. 그녀는 내가 죽였어. 그래. 그런 거야. 블라드에게 보내야겠군.
편지지 뒤편에는 '블라드에게' 라고 작게 적혀져 있었다. 나는 창 밖을 내다 보았다. 칼튼의 집사, 알버트는 이미 떠나고 없었다. 나는 모르겠다. 왜 그가 자정이 가까워지는 이 시간에 이 편지를 가져온 것인지. 그리고, 왜 나에게 이 편지를 가져온 것인지. 마차가 떠난 자리에는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았다.
나폴리탄인지 모르겟어서 그냥 기타에 올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