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기 사람이 나밖에 없냐? 가끔 사람같은거 보이긴 하는데 진짜 사람인지 그놈들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을 못 걸겠다. 


ㄴ 미친 나밖에 없는 줄 알았는데 사람이 있었구나 ㅠㅠ 너네는 어떻게 여기 들어왔냐? 난 자고 일어났는데 가구점 침대였음.


ㄴ 니네 다 어디있었냐? 나는 친구랑 폐건물 탐험하러 와서 화장실에서 볼일 보고 나왔더니 갑자기 물건들 채워져있고 그것들 돌아다니더라. 여기 오랫동안 있으면서 사람은 한 번도 못 본 것 같은데 이 글 보면 2층 식료품 창고로 와라. 나 여기 아지트 만들어서 살고 있다.


ㄴ 나는 학교 옥상 문으로 들어왔다가 문 안 열려서 갇혔다. 윗글보고 식료품 창고 가봤는데 다 어질러져있고 사람 사는 흔적은 안 보인다. 3층 수산코너 도미횟집에 있으니까 혹시라도 살아있는 사람 있으면 와줘. 나 혼자 다니려니 미칠 것 같다.


ㄴ 윗글에서 언급된 두 곳 다 가봤는데 창고는 깨끗이 정리되어있고 인기척은 없다. 횟집은 입구부터 이상한 냄새 나던데 안에 들어가니까 핏자국 사방에 튀어있고 전등도 깨져있더라. 내 추측으로는 한 사람이 죽으면 새로운 사람이 다시 여기 갇히는 것 같다. 그러면 우리 모두 서로를 여태 못 본 것도 설명이 되니까. 다음에 이 글 보게 될 친구는 3층에 있는 정육점으로 와라. 여기 간판이 없어서 이름은 모르겠는데 어차피 정육점 2개밖에 없어서 금방 찾을거다. 

1층 정수기 물 마시지 마 제발


ㄴ 소름이네.. 그럼 글 쓴 사람들은 다 죽은거고 나밖에 없는거냐.. 일단 1층 정수기 물은 안 마실게. 다들 여기 오래 있었던 것 같은데 난 2일차에 이거 발견했다 ㅠㅠ 일단 다음에 여기 올 사람들을 위해 도움되는 것들 몇 가지 적어두고 간다.. 놀이방 근처 지나갈 때면 까맣고 팔다리 반쯤 녹아있는 초등학생같이 보이는 애들 몇몇이 가만히 서서 너희 쳐다볼건데 절대 눈 마주치지 마. 나는 놀라면 얼굴을 가리면서 뒷걸음질치는 습관이 있는데 그 덕분에 살았어. 그놈들이랑 눈 마주치자마자 나한테 입 벌리고 달려오더라. 눈 피하면 가만히 서서 아무것도 못하니까 제발 눈 마주치지 마.
그리고 1층 가면 검은 양복입고 돌아다니는 마네킹들 자주 보일텐데 걔네들 보지도 듣지도 못해서 크게 무서워할 건 없다. 근데 촉각은 살아있는 것 같더라. 첨엔 웬만해선 피해다니다가 좀 지나고 괜찮길래 그냥 돌아다녔는데 옷깃 한 번 스쳤다가 왼팔 잃었다. 


ㄴ 이제 걔네 소리도 들을 수 있다. 시발. 나도 알고싶지 않았다.
아 그리고 4층에 흰놈들 주변에는 아예 얼씬거리지를 마라


ㄴ 잡다한 거 모아서 화염방사기 비슷하게 만들어봤다. 이걸로 4층에 드글거리는 하얀놈들 태워제꼈더니 비상벨 울리고 1층에서부터 경비같은 놈들 열댓쯤 에스컬레이터로 뛰어서 올라오더라. 걔네들은 외관상으로 대충 봐도 도저히 이길 수 있겠다는 생각이 안 들거다. 나도 개쫄아서 화장실로 바로 튀었다. 근데 그놈들 변기칸 하나하나 다 뒤져보더라. 난 청소도구함 열어서 문짝 뒤에 숨어있었는데 다행히도 문 뒤까지 확인해보진 않더라. 아무튼 그 이후로 불시에 경비들 1층부터 4층까지 순찰 쫙 돈다. 대충 3일에 한 번쯤 돌았는데 조용히 사니까 점점 순찰 간격 길어지다가 이젠 2주에 한 번쯤 도는 것 같다. 그놈들 발소리가 커서 4층에서도 1층 소리가 들린다. 항상 1층에서부터 도는데 나오는 장소는 3곳 중 하나다. 계산대 라인 맨 오른쪽에 있는 기계실, 마트 정문, 지하실 중에서 복불복으로 나온다. 참고로 마트 정문에서 들어올 때 잠깐 문 열리는데 그때 탈출해볼까 생각도 해봤지만 경비를 이길 수가 없을 것 같아서 포기했다. 다음에 이거 보는 놈은 꼭 경비놈들 쓰러트리고 나가길 바란다. 난 4층 와인바 뒷편에 있는 공간에서 산다. 나 죽으면 화염방사기 가지러 와라. 흰 실타래같은 놈들은 내가 다 태워버린 이후로 한 번도 본 적이 없다. 내일 옥상 가볼건데 갔다 와서 후기 남긴다.


ㄴ 화염방사기 위치 확인했다. 이 글 보면 옥상으로 와라. 여기는 식량도 충분하고 살만하다. 1층으로 나가는 방법은 불가능한 것 같다. 긴 로프 만들어서 옥상에서 벽면으로 줄 타고 나가는 방법밖에 없는 것 같다.


ㄴ 씨발 옥상에 괴물산다. 윗글 미쳤냐? 이전에 글쓴 놈들인진 모르겠는데 사람 대여섯 명이 반건조상태로 빨래처럼 전깃줄에 걸려있다.
보자마자 다리 풀렸는데 키 ㅈㄴ 크고 다리 여러 개 달린 괴물이랑 눈 마주치고 ㅈ됐다 싶어서 문 닫고 냅다 아랫층으로 달렸다.


ㄴ 4층 귀금속 판매점 카운터 뒤쪽에 창고 들어가면 창문 하나 있어서 바깥 볼 수 있는데 마트 사방에 경비들 쫙 깔려있다. 건물 벽 타고 내려가다가 총 맞고 뒤진다. 그리고 특이하게 이 건물에는 소화기가 안 보이는데 2층에 있는 옷가게들 중에 바닥이랑 벽 하얗고 입구에 회색 마네킹 두 개 서있는 곳 가서 벽에 진열된 옷들 잘 파헤쳐보면 소화기 하나 있다. 그리고 3층 하나농산물에 과일 진열해놓은 곳들 뒤쪽에 보다보면 소화기 하나 있다. 소화기로 경비 시야 차단할 수 있으니까 신중하게 써라. 3층 소화기는 내가 2번 써서 별로 안 남았을거다. 1층 정문에서 경비 시야 차단하고 나가보려 했는데 경비가 소화기 가스 인식하자마자 바로 문 닫히더라. 뒤질 뻔 했는데 도망치면서 존나 뿌렸다.


ㄴ 소화기 위치 확인했다. 난 지하실에 있는데 땅굴 파서 나가보려고 시도중이다. 마트라 그런지 공구들도 많아서 곧 끝이 보일 것 같다. 


ㄴ 개 지랄하지마라 진짜.. 나 지금 너무 혼란스러워 미치겠다. 이전 글에서 말하던 옥상 괴물같이 생긴 놈이 여기 직원 휴게실에서 나오는 거 봤다. 설마설마 하면서 소화기 들고 지하실 가봤는데 지하실 문 열자마자 비상벨 울리고 경비 튀어나왔다. 진짜 미치겠다. 괴물도 글을 쓸 줄 아는거냐? 그럼 여기 적힌 글도 다 읽고 있었던 거냐? 애초에 이것들 다 사람이 쓴 게 맞긴 하냐? 경비 나오자마자 소화기 존나 뿌려대고 튀어서 오른쪽 다리랑 왼팔 잃는걸로 끝났다. 근데 이런 몸뚱아리로 탈출해봤자 의미없는 것 같아서 난 먼저 가련다. 여기 끌려온 이상 가망이 없는 것 같다. 잘해봐라.


ㄴ 나 여기 들어온 지 54일 지났는데 진짜 허무하다. 난 54일 동안 이룬 거 하나 없이 통조림 처먹고 도망가면서 겨우 버텼는데, 난 윗글들처럼 뭔가를 시도해볼 용기도 없고 이걸 보니까 더더욱 그만 살고 싶어진다. 그래도 이전까진 뭔가 방법이 있지 않을까 하는 희망으로 버텼는데 진짜 뭘 해도 못 나가는구나 싶었다. 화염방사기도, 소화기도, 아무것도 없다. 정육점도 횟집도 와인바도 너무나도 깨끗하고 사람이 살았다는 흔적이 없다. 귀금속 판매점 카운터 뒤쪽엔 그저 색이 조금 다른 벽밖에 없다. 차라리 여길 들어오지 말 걸 그랬다는 생각이 든다. 이 글들을 보지 말 걸 그랬다. 알 수 없는 누군가에게 놀아나고 있는 것 같다. 나도 이 다음에 올 사람을 위한 준비를 좀 하고 윗글을 따라가련다.




































여기 사람이 나밖에 없냐? 가끔 사람같은거 보이긴 하는데 진짜 사람인지 그놈들인지 알 수가 없어서 말을 못 걸겠다. 




- dc official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