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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발 상식적으로 생각해 - 나폴리탄 괴담 마이너 갤러리
깊게 생각하지마. 내 몸엔 아무 이상도 없어. 여기 써있는걸 의심하지마. 약 먹어. 독 없으니까 제발 약 먹어 정신차려. 내 몸은 정상이야. 커터칼 식칼 감자칼 손톱깎이 가위 다 쳐다도보지마. 핑킹가위도 쳐다보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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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동으로 쓴거고 아이피도 달라졌고 워낙 옛날 글이긴한데 오랜만에 갤 들어온 김에 해석 겸 글 써보려고 함. 늦었지만 저 글에 많은 관심 ㄱㅅㄱㅅ
아래는 순수하게 내가 글을 쓴 의도고, 내 해석이 꼭 옳은 해석, 단 하나의 맞는 해석이라고 생각하지 않음. 다르게 이해했거나 상상한 부분이 있다면 댓으로 남겨주면 재밌게 읽을게
1. 의도
괴이나 초자연현상보다는 사람의 뒤틀린 심리와 망가진 정신세계가 선사할 수 있는, 그리고 느낄 수 있는 공포를 담아내고 싶었음. 전자가 별로라서가 아니라 재밌는만큼 인기가 많은 주제라서 내가 그 주제로 신선한 창작물을 만들 자신이 없었기 때문임
2. 배경
일단 내가 생각한 배경은 이러함: 조현병 환자가 처음에는 알아서 병원도 잘 가고 약도 잘 먹었는데 실수로 까먹을때마다 증상이 즉각적으로 악화됨. 한번은 그렇게 증상이 악화 됐을 때 밖은 아포칼립스 난장판이라는 망상에 빠져 집을 폐쇄쉘터화 해버림. 오만 자물쇠며 널빤지며 막 사다가 총동원해서 패닉 상태로 스스로를 집에 가둬버린 것. 일단 정신을 놓으면 다시 그 정신줄을 붙잡게 되는 시기는 아주아주 희박한 운에 달려있거나, 엄청난 물리적 충격이 동원 되어야 한다는 설정으로 생각했음 (아씨발 존나 아프네!!!!!!! 헉 나는 도대체 무슨? 이런 느낌)
그러니 제정신으로 원글을 써내려가기 시작한 주인공은 아마 뭔가 실패한 야매 수술로 인해 피칠갑을 하고 엄청난 고통을 느끼는채로 가까스로 이성을 찾은 상태였을 것
그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을거고, 이 스스로의 고문에서 벗어날 방법은 집을 탈출해서 정신병을 치료받는거니까 이를 악 물고 어떻게든 그러기 위해 노력하는거지. 말 그대로 너덜너덜해진 걸레짝같은 몸으로 어떻게든 자기 자신과의 싸움을 이어나가는 주인공의 모습이 불쌍하면서도 대단하다고 봄
글에서 알 수 있듯이 병세가 정말 말이 아닌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렇게 자신에게 메시지를 남겨가며까지 발악하는 주인공의 의지는 정말 초월적인 정도라고 생각함. 일단 가정집 배경인데 마취제가 있겠음 뭐가 있겠음?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별 희망은 안 보이니 슬프지. 원글 마지막만 봐도 자기 머리에 구멍 내고 끝내니까. 그 부분은 다들 이해했길 바람
이 상태가 한달동안 지속되었음에도 살아있을 수 있는 이유는 높은 확률로 주인공이 실제 의학 지식이 어느정도는 있기 때문. 제정신이 아닌 채로 엉터리로 수술 집행해서 감염, 출혈등에 노출되면 본능적으로든 정신을 차려서든 다시 자기 숨만 겨우 붙여놓고 쇼크 내지는 탈진으로 정신을 잃고. 이런 일이 끝도없이 반복 되었을거임.
덧붙이자면, 아무리 똑똑하다 해도 가정집에 구비된 의료용품은 한계가 있을텐데 주인공은 악착같이 어떻게든 스스로를 오만가지 위험 요소에서 가까스로 구해놓고 있음. 제대로된 의료 용품이 아닌것까지 변형시키고 응용해서 치료에 적용할 정도의 창의력과 순발력, 결단력 (마취제도 없이 안되는걸 되게 하려면 불편함이나 고통이 동반될 때가 많겠지..?) 등을 갖춘 인재라는거임. 주인공이 이 지경까지 오고도 살아서 발버둥칠 수 있을 정도의 존경스러운 인물이라는게 이 미친 이야기를 더 비참하게 만든다고 생각함. 손가락의 절단, 손발톱의 손상, 혀 조직의 파열, 갖은 자상 등 짐작할 수 있는 부상은 여럿이잖음. 그 모든것을 겪고도 마음이 꺾이지 않고 죽지도 않을 정도로 대단하고 죄도 없는 사람이 이렇게 사람을 무력하게 만드는 병으로 기약 없는 고통을 견뎌야 하는 상황은 정말 암울함
주인공은 자기 자신이 생각하는건 거의 다 개소리고, 난 미쳤다 이렇게 굳게 믿고 있으니 자기가 의학에 제대로된 지식이 있다는것도 스스로의 망상이라고 생각할거임. 틀린걸 하면서는 자기가 맞는줄 알고, 맞는걸 하면서는 틀린줄 알아서 이렇게 또 엉터리로 치료하다 내가 죽으면 어쩌지, 지금 나는 제정신이 맞나 두려워하고 고뇌할 것
이 상태가 몇달이 지속되었음에도 아무도 도와주지 않는 이유는 구체적으로 정하지 않았음. 1) 주인공이 정신병 증세가 심해지면서 일을 못하게 되고, 치료비와 약값으로 돈이 부족해져 어디 다 무너져가는 귀신 나온다고 소문난 빌라로 들어갔을 수도 있지. 이웃집에 아무도 안 살고 도와달라 소리쳐도 피냄새가 진동해도 신경 쓸 사람이 없는. 2) 가족들을 거의 모두 암으로 잃었고, 결국 그 병에 대한 공포로 정신병이 도져 버린걸지도 모름. 가족도 없고 트라우마로 피폐해져 / 그동안 간병에만 몰두해 가까운 지인도 없으니 도와줄 사람이 없는거.
이외에도 가능성은 여럿 있겠지
아무튼 앞으로도 주인공을 그 상황에서 꺼내줄 제3자가 나타날 확률은 미미하다고 정했음. 최소한 빠른 시일 내 타인의 도움을 받지는 못함
3. 주인공의 정병
글에서 간접적으로 나타나는 망상들의 내용은, 물론 그냥 좀 무서우라고 이것저것 넣은게 많긴 하지만, 웬만하면 어렴풋이 그 논리가 짐작이 가게 설계하고 싶었음.
예) 비누는 깨끗하고 감염을 막으며 건강을 지키는 역할을 하니, 먹음으로써 신체 안에 들어오면 암의 전이 등을 막을 수 있을것이다 —> 비누를 먹으면 암이 고쳐진다
지금 생각해보니 원글에 방사능 언급이 조금이라도 있었다면 다른 신체 부위의 갯수나 형태에 대한 망상이 암에 연관돼서 더 견고해 졌을텐데, 하는 아쉬움이 있네.
암튼 원래 조현병 등의 망상 관련 정신병은 아예 허황된 시나리오보단, 환자의 시대와 상황에 실제할만한 시나리오를 바탕으로 한 것이 많다고 알고 있음. 예를 들어 미국에서는 소련의 공산당 스파이들이 자길 감시하고 있다 믿는 사람들이 많았다고 함. 암과 질병에 대한 위협도 그 자체로는 허황된 것이 아니지.
이렇듯 흥미롭고 재밌는 주제지만 실제 환자들이 고통받는 병을 소재로 오락용 글을 쓰는게 맘에 걸리기도 했고, 앞으로는 최소한 구체적인 병을 염두에 두고 창작하는건 지양하려고 함.
4. 이후
주인공이 결국 탈출에 성공할지, 그전에 약이 다 떨어져서 평생 제정신을 못 찾고 제 몸을 째다가 과다출혈 등으로 사망할지, 나중에 운 좋게 부동산 업자 같은 사람한테 발견되어 구출될지, 낡은 건물이 모종의 이유로 붕괴되는 틈에 깔려 죽거나 발견될지 등 주인공의 미래는 정해지지 않음. 이후에 어떤 일이 발생할지 보다는 글에서 표현된 당장의 상황이 몹시 암울하다는게 포인트라고 생각함. 하지만 나중에 어떤 일이 발생할 확률이 가장 높다고 생각하는지 의견이 있다면 역시 재밌게 읽어보겠음
쓰고보니 너무 다 알법한 얘기만 했나 싶기도 하고, 너무 당연한 소리를 주절거린 것 같아서 뻘쭘한데 그렇게 느껴진다면 그냥 글을 쓰기 위한 글이라고 생각해주셈. 내가 저 글 이후로 이렇다할 창작을 한 게 없어서 그냥 아무거나 내 글을 좀 쓰고 싶었음. 제대로 된 첫 글이 과분한 관심을 받아서 그런가 저 글보다 뭘 더 잘 쓸 자신이 없다 ㅋㅋ 저것도 꽤 간단하게 쓴 소박한 글인데 말이지. 암튼 원글 많이 읽어주고 좋아해줘서 다시 한번 고맙고 이것도 긴 글 읽어줘서 고마움
개추
나도 첫 시작을 과하게 관심받고 추천받아서 괜히 으쓱해가지고 글 계속 써보고는 있는데 쉽지 않음 그래도 계속 쓰다보면 언젠가는 한번쯤은 비슷하게나마 관심받을 수 있지 않을까 하고 오늘도 고민하면서 글 써보고 있음 - dc App
글써주는거 감사함. 너무 재미있음 원조 나폴리탄 느낌
창작도 힘들지만 다른 사람의 글을 해석하는 것 또한 또다른 창작이라 생각함 개추
이건 다른사람건 아니고 내 글 해석이지만 ㅋㅋ 나도 그렇게 생각함 ㄱㅅㄱㅅ
문학지 해설 읽는기분이네 그 어떤 외부의 위협 없이도 스스로를 째고 제정신이 치료해 두면 다시 미쳐서 째고를 반복하는 생지옥을 만들어낸게 참 비참하게 느껴져 오랫동안 기억에 남았던 글임
글을 쓰며 의도한 감상을 이렇게 정확하게 느낀 사람이 있었다니 뿌듯하다. 고마워!
해설도 재밌고 미처 못 본걸 깨달으니 재밌네 - dc App
해석이 존나재밋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