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스크림 밑 소다에는 같은 시간이 맺혀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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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하늘,
반짝거리는 물방울들
을 머금은 뒤뜰,
수도꼭지에 대충 걸어 놓은 고무튜브.
항상 똑같다. 똑같이 소소하고 뭉클하게 아른거리는 우리집 뒤뜰. 조금 전 뜰에 물을 준 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내려놓았던 물 주전자에서 뜨거운 물을 조심스레 부어 차를 우린다. 따뜻한 카모마일. 코에 부딪히는 수증기가 따스하다. 뜨겁다. 이대로 속이 녹아버릴 것만 같다. 그러면 좋겠다. 그렇게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주말이라고 다를 건 없다. 집을 사무실 삼아 일하는 나에게 있어 주말은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차를 마시는 그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딩동-.’
아침부터 누구인가. 누가 하찮고 따스한 나의 아침 의식을 방해하는가. 도대체 누구냐. 집에 처박혀서 인터넷으로만 소통을 하는 나에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나의 아늑하고 조용한 집 아니, 성역인 뒤뜰을 제외하고는 어둠에 잡아 먹혀 차갑고 축축한 온기를 품은 요새에 함부로 찾아 오는 몰상식한 녀석이. 나는 음침한 성안에 봉인된 마왕이 침입자를 알아채고 분노하는 것 마냥 양손을 들어 뭔가를 움켜쥐듯 반쯤 주먹을 쥐락펴락-.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어떤 이름 모를 판타지 소설의 한장면이 된 것에 만족하며 인터폰으로 걸어간다.
올 택배같은 건 없다. 방구석 폐인에 가까운 "나”님께서 음식을 배달 시켰을리도 만무하다. 그렇다고해서 명절 때 처럼 뭔가 배송될 기간도 아니다. 역시 보나마나 이상한 마케터나 종교인이 ‘하나라도 걸려라…!’하는 마음으로 아무집 초인종을 마구 누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평소처럼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인터폰에 비친 얼굴을 보고 황급히 수화기를 들어버렸다.
“..누구세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어버렸다. 차가운 렌즈 너머로 보이는 푸르른 영상에 조각조각 비친 그 얼굴을 믿을 수 없어서 물어봤지만, 사실 나는 그가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야.”
“..나, 누구.”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그 사람.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자그마한 파란색 “화질 구지” 창 너머로 미소를 지어보인다. 솟구치는 눈물이 그의 얼굴이 비치는 파란 화면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
“다녀..”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도 될까요?’ 같은 판에 박힌 오글거리는 인사를 하려거든 집어치워.”
“하지만 너 좋아하잖아. 순정만화.”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인마!”
나는 반가움과 원망이 함께 솟구쳐 언젠가 연예인이 방송에서 했던 말을 진심을 다해 외친다. 그리곤 맨발로 현관으로 뛰어나가 현관문을 활짝 열어 젖힌다. 파란 화면 속 그가 있는 곳으로, 쾌쾌하고 어두운 나의 요새와는 달리 환하게 빛나는 밖으로. 너 혼자 끙끙앓으며 숨어 있던 검은 방 밖 자유를 찾아 날아든 너처럼. 네가 밖으로 뛰어 들었던 그 날의 햇살과 같은 품속으로——!
신기하게도 너는 만질 수 있었다. 햇살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어두운 집 그늘 아래에서 축축하게 식어버린 내 차가운 몸뚱이 때문인지 네 품은 정말로 따뜻했다. 참으로 오랫동안 그리워 했던 그 품 그대로였다.
이대로 이 볕 아래에서 하나가 되어 녹아버렸으면 좋겠다.
-
쨍한 하늘,
반짝거리는 물방울들
을 머금은 작은 뒤뜰,
슬리퍼
수도꼭지에 대충 말아서 걸어 놓은 고무튜브.
항상 똑같다. 똑같이 소소하고 뭉클하게 아른거리는 우리집 뒤뜰. 조금 전 뜰에 물을 준 난,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미리 머그컵에 따라놓았던 뜨거웠던 물을 단번에 들이킨다. 미지근해진 물. 목을 타고 흐르는 온기가 내 집에 드리워진 그늘보다 따스하다. 따뜻하다. 차갑던 속이 누그러진다. 그렇게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주말이라고 다를 건 없다. 집을 사무실 삼아 일하는 나에게 있어 주말은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미지근한 물을 단번에 들이킨 그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딩동-.’
아침부터 누구인가. 누가 하찮고 따스한 나의 아침 의식을 방해하는가. 도대체 누구냐. 집에 처박혀서 인터넷으로만 소통을 하는 나에게, 아무도 찾아오지 않는 나의 아늑하고 조용한 집 아니, 성역인 뒤뜰을 제외하고는 어둠에 잡아 먹혀 차갑고 축축한 온기를 품은 요새에 함부로 찾아 오는 몰상식한 녀석이. 나는 음침한 성안에 봉인된 마왕이 침입자를 알아채고 분노하는 것 마냥 양손을 들어 뭔가를 움켜쥐듯 반쯤 주먹을 쥐락펴락-.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어떤 이름 모를 판타지 소설의 한장면이 된 것에 만족하며 인터폰으로 걸어간다.
올 택배같은 건 없다. 방구석 폐인에 가까운 “나”님께서 음식을 배달 시켰을리도 만무하다. 그렇다고해서 명절 때 처럼 뭔가 배송될 기간도 아니다. 역시 보나마나 이상한 마케터나 종교인이 ‘하나라도 걸려라…!’하는 마음으로 아무집 초인종을 마구 누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평소처럼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인터폰에 비친 얼굴을 보고 황급히 수화기를 들어버렸다.
“..누구세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어버렸다. 차가운 렌즈 너머로 보이는 푸르른 영상에 조각조각 비친 그 얼굴을 믿을 수 없어서 물어봤지만, 사실 나는 그가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야.”
“..나, 누구.”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그 사람.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자그마한 파란색 “화질 구지” 창 너머로 미소를 지어보인다. 솟구치는 눈물이 그의 얼굴이 비치는 파란 화면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
“다녀..”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도 될까요?’ 같은 판에 박힌 오글거리는 인사를 하려거든 집어치워.”
“하지만 너 좋아하잖아. 순정만화.”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인마!”
나는 반가움과 원망이 함께 솟구쳐 언젠가 연예인이 방송에서 했던 말을 진심을 다해 외친다. 그리곤 맨발로 현관으로 뛰어나가 현관문을 활짝 열어 젖힌다. 파란 화면 속 그가 있는 곳으로, 쾌쾌하고 어두운 나의 요새와는 달리 환하게 빛나는 밖으로. 너 혼자 끙끙앓으며 숨어 있던 검은 방 밖 자유를 찾아 날아든 너처럼. 네가 밖으로 뛰어 들었던 그 날의 햇살과 같은 품속으로——!
신기하게도 너는 만질 수 있었다. 햇살 때문인지 아니면 나의 어두운 집 그늘 아래에서 축축하게 식어버린 내 차가운 몸뚱이 때문인지 네 품은 정말로 따뜻했다. 참으로 오랫동안 그리워 했던 그 품 그대로였다.
이대로 이 볕 아래에서 하나가 되어 녹아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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쨍한 하늘,
반짝거리는 물방울들,
을 머금은 작은 뒤뜰,
뒤집어진 슬리퍼
수도꼭지에 대충 말아서 걸어 놓은 고무튜브.
항상 똑같다. 똑같이 소소하고 뭉클하게 아른거리는 우리집 뒤뜰. 조금 전 뜰에 물을 준 난, 냉장고에서 차가운 물을 꺼내 벌컥벌컥 마셨다. 시원한 물. 목을 타고 위까지 전해지는 아찔한 차가움. 상쾌하다. 아침부터 집안일을 하느라 더워진 속이 시원해진다. 그렇게 또 다른 하루가 시작됐다——.
오늘은 토요일이다. 주말이라고 다를 건 없다. 집을 사무실 삼아 일하는 나에게 있어 주말은 또 다른 하루일 뿐이다.
냉장고에서 막 꺼낸 차가운 물을 벌컥벌컥 마신 그때만 해도 그렇게 생각했다.
‘딩동-.’
아침부터 누구인가. 누가 사사롭지만 생명의 열기가 이는 나의 귀중한 아침 의식을 방해하는가. 도대체 누구냐. 나에게는 구별이 없지만 아무튼 주말이다. 그것도 주말 오전! 누군가는 자고 있을지도 모르는 이 시간대에 남의 가정집에 함부로 찾아 오는 몰상식한 녀석은 도대체 뭐하는 녀석이란 말인가. 나는 마왕이 어떤 기막히고 악한 술수라도 떠올린 때 마냥 양손을 들어 뭔가를 움켜쥐듯 반쯤 주먹을 쥐락펴락-. 우스꽝스러운 제스처를 하며 어떤 이름 모를 판타지 소설의 한장면이 된 것에 만족하며 인터폰으로 걸어간다.
올 택배같은 건 없다. 주말 아침부터 음식을 배달 시켰을리도 만무하다. 그렇다고해서 명절 때 처럼 뭔가 배송될 기간도 아니다. 역시 보나마나 이상한 마케터나 종교인이 ‘하나라도 걸려라…!’하는 마음으로 아무집 초인종을 마구 누르고 있는 게 분명하다. 나는 평소처럼 초인종 소리를 무시하기로 결정한다. 하지만 마음과는 다르게 인터폰에 비친 얼굴을 보고 황급히 수화기를 들어버렸다.
“..누구세요..?!”
나도 모르게 목소리를 떨어버렸다. 차가운 렌즈 너머로 보이는 푸르른 영상에 조각조각 비친 그 얼굴을 믿을 수 없어서 물어봤지만, 사실 나는 그가 누군지 너무나도 잘 알고 있었다.
“나야.”
“..나, 누구!”
누구보다도 가까웠던 그 사람. 이제 다시는 만날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했던 그가 자그마한 파란색 “화질 구지” 창 너머로 미소를 지어보인다. 솟구치는 눈물이 그의 얼굴이 비치는 파란 화면을 하나의 덩어리로 만든다.
“다녀..”
“‘다녀왔습니다. 라고 해도 될까요?’ 같은 판에 박힌 오글거리는 인사를 하려거든 집어치워.”
“하지만 너 좋아하잖아. 순정만화.”
“그거랑 이거랑 다르지 인마!”
나는 반가움과 원망이 함께 솟구쳐 언젠가 연예인이 방송에서 했던 말을 진심을 다해 외친다. 그리곤 현관으로 달려가 대충 널브러져 있는 슬리퍼를 급히 신고 문을 활짝 열어 젖힌다. 파란 화면 속 그가 있는 곳으로. 정신없이 하루가 우당탕탕 일어나는 우리집과는 달리 평온한 저 밖으로. 그 언젠가 네가 몸사리며 피해 달려갔던 평온과 안정이 있는 그런곳으로. 네가 나를 버리고 박차고 나가버렸던 그 날의 평온과 같은 품속으로——!
신기하게도 너는 정말 거기에 있었다. 내 혼란스러운 머리속에서 일어나 망막에 거짓으로 맺혀진 환상같은 것이 아니었다. 정신없는 나의 집 아래에서 과열된 내 더운 몸뚱이 때문인지 네 품은 정말로 평화로웠다. 참으로 오랫동안 그리워 했던 그 품 그대로였다.
이대로 우리 둘 모두 부드럽게 기화해 공기와 하나가 되어버렸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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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다잔 글부터 이글까지 읽으면서 글에서 이정도의 분위기와 아름다움을 이끌어 낼 수 있다는 걸 느꼈음 년도 보니까 이제 이 글은 완전히 묻힌거 같아서 아무도 이 댓글 안볼걸 알지만 그래도 꼭 남기고 싶었음 그리고 첫문단에 한 단어씩 더 추가되며 전개하는게 진짜 좋은거 같음 나도 이글을 23년에 봤으면 좋았을 텐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