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
여기가 생존자들한테 그렇게 핫플이라며.
앞으로는 절벽, 뒤로는 한강. 이해해.
밖에 돌아다니는 시꺼먼 괴물들한테 찢겨죽느니 자살이 낫지.
씨발 존나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새끼.
아무리 서울 한가운데에 뭔 개같은 포탈이 열렸다지만 거기서 나온 괴물들이라고 물리법칙을 무시하겠냐? 걔네가 니들 죽일 때 초능력이라도 쓰디? 막 드래곤볼이나 레이저포라도 쏘냐?
그냥 니들이 과자 봉지 뜯듯 발톱으로 찢어발기잖아.
그리고 뭐 해? 액체가 뚝뚝 흐르는 아가리로 살점을 집어넣지.
뭐하러 그러겠냐?
야, 걔네도 먹어야 산다 이거야.
이 짓 하루이틀 아니잖아. 몇 달째 보고 느낀 게 있을 거 아냐.
괴물들 때문에 여기 찾아오기 힘들었지? 올라올수록 그 자식들이 이상하게 거대하다는 생각 안 해봤냐?
걔네한테는 완전 레스토랑이야, 여기.
부탁이니까 제발 먹이 좀 주지 마라. 돌아가.
다른 곳에서 죽을 생각도 하지 마.
어떤 방식으로든 죽으면 시체가 남는단 말이야. 쫄쫄 굶은 괴물들이 산 사람 죽은 사람 골라 가며 아가리에 처넣겠어?
먹이 주지 말라고 했다.
숨어서 죽어도 소용없어. 땅에 묻어도, 강에 던져도 아무짝에도 소용없다고.
걔네가 얼마나 땅을 잘 파는지 아냐? 걔네가 얼마나 수영을 잘 하는지, 잠수를 잘 하는지 모르지? 너 조상님 산소 한 번 가봐라, 기절초풍할걸. 장담하는데 그거 멧돼지 아니다.
알아들었으면 죽지 마.
우리나라가 왜 그나마 지금까지 버텼는지 알아?
총기 소지가 불법이라서 그래.
공동 묘지가 적어서 그렇고.
이렇게까지 말했는데도 아직 죽고 싶다면, 그래, 이해는 해.
만약 어떤 사정, 그러니까 지병이나 파상풍, 감염, 석회화 같은 것 때문에 생이 얼마 남지 않았다면,
혹은 네가 조금의 용기도 없는 이기적인 겁쟁이라면,
차라리 시체를 남기지 않는 방법으로 죽어.
두 가지 방법을 줄게. 첫 번째는 소사야. 그냥 타죽는 거.
지금까지 버텼다면 불씨 정도는 있겠지. 라이터든 토치든. 알아서 해, 땔감은 많아. 창밖에 검은 괴물들 보이지? 걔네도 불만 붙이면 잘 타더라.
독립투쟁 한다고 생각해. DNA에 각인된 뭔가가 끓어오른다면 나쁘지 않은 생각이야.
두 번째는, 음, 뻔한 이야기야. 네가 좀더 상태가 좋을 때의 얘기고. 우리에게 너를 줘.
아무래도 보충 설명이 필요하겠지. 최대한 문학적인 설명이
사람의 마음속에는 두 늑대가 살고 있다고들 해. 한 마리는 눈처럼 흰 털을 가진 착한 늑대, 다른 한 마리는 석유같이 검은 털을 가진 나쁜 늑대야.
어느 날 전쟁이 벌어졌어. 착한 늑대와 나쁜 늑대가 죽을 기세로 싸우기 시작한 거야. 그리고, 너는 착한 늑대에게 돈을 걸었어.
알지? 네가 먹이를 주는 쪽이 이겨.
현명한 판단을 기대할게.
북동쪽으로 오백 미터 떨어진 오두막이 우리의 아지트야.
아프지 않을 거라고 약속할게. 우리도 먹어야 살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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