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4b0d121e0c176ac7eb8f68b12d21a1d2da26fc28c




"매일 밤 똑같은 악몽을 꾸신다고요."






따사로운 햇살이 창문을 통해 내리쬐는 진료실 안,







다소 표정이 없는 의사는 안경을 살짝 추어올리며 내게 말하고선 다시 컴퓨터 키보드를 통해 무엇인가를 타닥 타닥 써내려가기 시작했다.







"네. 꿈이 너무 생생해서, 꾸는 동안에는 도무지 현실이라고 밖에는...






어느 정도냐면 '이제껏 나의 삶이 전부 가짜고 꿈 속의 상황만이 진짜이다' 라는 생각이 들 정도죠."






나는 푸념하듯 중얼거렸다. 의사가 질문한다.






"꿈 내용은 어떤 것이 있지요?"







"아.. 정확히는 기억나지 않는데요. 주로..."







나는 인상을 찡그렸다. 불쾌한 기억을 끄집어내는 일.



생각만 해도 무언가 차갑고 섬뜩한 것이 목덜미를 감싸는 느낌이다.







" 미로 속에 있는 꿈을 많이 꿉니다."







"미로요?"






의사의 억양에는 변화가 없었으나 나름 흥미롭다는 듯이 나를 쳐다보았다.






"예, 온통 백색인 미로인데... 시간은 늦은 저녁쯤 되는지 푸르슴하고 한기가 돕니다.




주로 아내와 제가 같이 미로 속을 헤매면서,





온갖 흉측한.. 것들에게 쫓기며 살아남는 그런 꿈이죠."





나는 잔뜩 피로해진 눈을 비비며 갈라진 목소리로 말을 이어갔다.





"헤매는 것에서 끝나면 좋겠지만, 문제는 더 큰 것에 있습니다.






어찌 저찌 애를 쓰며, 결국 미로의 출구를 찾아내서 아내를 데리고 앞장서 나가려는 순간,







출구 바로 앞에서 아내의 발이 <뚝> 하고 멈춥니다.







아내의 손을 당겨도 마치 돌이라도 된듯 움직여지지 않죠.






이때, 이상하고 불길한 감각이 온 몸을 사로잡습니다.








마치 아내가 아닌.............아니 인간도 아닌 <어떤 이상한 것>의 손을 잡은 것처럼.







굳이 말하자면 시체 같은..









그리고, 고장이라도 난 기계처럼 삐걱삐걱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면, 아내의 얼굴은..............















아내의 얼굴은..........................................................................

















"됐습니다, 거기까지만 해도 좋아요."








내가 이어서 말하기를 고통스러워 하며 눈썹을 찡그리자, 의사는 달래듯이 대화를 중단해 주었다.







"죄송합니다. 거기까지 꾸고 나면, 꼭 소리를 지르며 꿈을 깨곤 합니다."







"아드님은 꿈 속에 등장하지는 않고, 오로지 아내분만 나옵니까?"







"예. 아들은 결코 꿈 속에 나온 적이 없습니다."







"아내분에게 딱히 꺼림칙한 점이나 마음 속에 품은 부정적인 생각들은 없으신가요?"







"전혀, 추호도 없습니다."








나는 고개를 세차게 저었다.








"도리어 제가 매번 아내에게 미안한 마음 뿐입니다.









저번 주에도...... 제가 아주 크게 잘못한 일이 하나 있었어요."






"그게 무엇이죠?"






"..."






그러나 나는 말을 이어나갈 수 없었다. 정말 어처구니가 없는 일이지만은, '기억나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게 이상하네요.. 방금까지도 해야할 말을 알고 있었는데.."






"천천히 말해도 좋습니다."






의사가 배려해 주었으나 나는 결국 아내와 나의 일에 관해서 한 자도 기억하지 못했다. 나는 머쓱해하며 중얼거렸다.






"최근 몇달동안 편안한 잠을 못 잤더니 머리에도 문제가 생겼나 봅니다."






"그럴 수 있지요. 편안한 잠을 잘 수 있도록 약을 몇개 처방해드릴테니 꼭 복용하세요."








"감사합니다. 오늘은 이쯤 일어나 볼게요."









의사는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한숨을 내쉬며 처방전을 받고 일어났다. 그리고 문 손잡이를 잡은 순간,













한 가지 의문이 내 머릿속을 빼곡히 채웠다.











내가 아들이 있다는 사실을 의사에게 이야기 했던가?

















모르겠다. 이야기 했던가? 이야기 하지 않았던가?




나는 이자와 언제부터 상담 중이었지?




이 의사는 누구인가?








휘몰아치는 생각 속에서, 나는 천천히 뒤를 돌아보았다.










그리고 나는 보고야 말았다.




진료실에 앉은 의사의






























"여보! 일어나!"







"어......."







황급히 나를 깨우는 친숙한 목소리에 나는 정신을 차렸다.







"지금 잘 때가 아니야! 진짜 미쳤어?"






타박을 하는 아내의 목소리가 귓가를 쩌렁쩌렁 울린다. 딱딱하고 습한 바닥에서 잤기에, 온 몸이 다 아프다.






"꼭 살아서 같이 나가기로 했잖아."






아내가 눈에 눈물을 매달고 애원한다. 우리가 지금 어디에 있지? 눈앞에 펼쳐지는 건.........









그랬던 거구나.









나는 태초에 이러하였던 것이다.








나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리는 것을 보고 아내가 묻는다.







"왜 그래? 악몽이라도 꿨어?"













"응 그래, 악몽..... 진짜 악몽이지."










나는 비틀거리며 일어났다. 나를 걱정하듯 바라보는 아내의 얼굴은 역시나 내가 아는 그녀의 얼굴이 아니다.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달리기 시작했다. 익숙해지기를 염원하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