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주가 분명하다.
그래 이건 분명 저주다.
저주라는 단어만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서서히 시야는 어둠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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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속도로였다.
방금 전까진.
내가 이 차를 전 주인으로부터 데려왔을 때부터, 부착되어있던 구형 네비게이션.
그런 네비게이션 하나 만을 믿고 나는 이곳까지 왔다.
실수였다.
가로등 하나 보이지 않는다.
포장 되지 않은 흙 길을 둘러싼 나무들은 나를 두렵게 만들었다.
난 숲을 무서워 한다.
어느샌가 포장되어있는 도로는 찾을 수 없었다.
아, 고된 노력 끝에 손에 넣었던 이 오래된 차.
2002 년식 닛산 실비아.
후륜구동 250 마력의 이 오래된 차량이 과연 이 험난한 길을 버틸 순 있을까.
내가 의심 없이 험난한 흙 길을 20분 가량이나 달리고서야 든 생각 이였다.
돌아갈까?
백미러를 본 난 즉시 돌아갈 생각을 접었다.
길은 구불구불했고, 좁았다.
20분 거리의 구불구불하고 좁은 산길을 후진으로만 돌아갈 순 없는 노릇.
연료는 제법 남았다. 앞으로 2시간은 더 버텨줄 것이다.
긴장한 탓일까, 왜 인지 앞으로 나아갈 수록 길이 좁아지는 느낌 이였다.
‘케네코트 타운에 어서오세요.’
낡은 안내판.
붉은 녹 얼룩이 이곳저곳 피어난 낡은 안내판.
긴 여정을 끝낸 뒤 마주한 인간의 흔적 이였다.
하지만 난 알고 있었다.
케네코트.
난 분명 케네코트로 가고 있던 것이 맞았다.
고향 친구의 내일 있을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여기도 케네코트.
하지만 내 기억 속의 그 케네코트가 아님은 확실했다.
도심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사람이 북적이는 곳 이였다.
생각이 복잡하다.
시발 어쩌겠는가.
난 지금 도움이 필요한 상황임이 틀림없다.
이러하든 저러하는 난 이곳에 들려야만 한다.
해가 산등성이를 넘어간지 시간이 제법 흘렀다.
난 담배와 지갑, 그리고 휴대전화를 들고 내렸다.
신호는 역시나 잡히지 않는다.
공포 영화 도입부에서 단골로 등장하는 장면이기에 달갑지 아니했다.
자갈길.
확실히 의도적으로 만들어둔 자갈길이다.
자갈을 밟는 소리가 조용히 울려 퍼진다.
다시금 자갈소리가 귀를 살포시 때린다.
‘주의, 공격적인 야생 동물이 출몰 할 수 있습니다.’
이번에도 낡은 표지판 이였다.
야생동물은 조금 무섭지만 아마 별 일 없을 것이다.
아, 못 보고 지나칠 뻔했다.
표지판 우측 하단에 누가 유성매직으로 글을 써뒀다.
워낙 악필이라 알아보기는 힘들었지만, 비교적 최근에 써진 글씨임에는 틀림없었다.
약간 안심되었다.
인적이 드믄 곳이든, 아니든 간에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곳이라면 크고 작은 낙서는 있는법.
내가 학교에 다닐적에도 비슷한 낙서를 자주 남기곤 했었다.
알아볼 수 있는 단어는 ‘나무’, ‘눈(eyes)’ 이였다.
나는 다시금 10분이 넘도록 자갈길을 따라 발걸음을 옮겼다.
마음 한켠에 굳게 자리 잡고 있는 답답한 마음과 불안한 마음이 뛰쳐나오려 하던 찰나.
불빛이다.
노란색 불빛이다.
역시 사람이 살긴 하는 구나.
배가 고프기 시작했다.
속이 쓰리다.
난 그들이 위험한 사람일 수도 있다는 생각을 뒤로 한채 재빨리 불빛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잠깐 올빼미 소리가 들린 것 같다.
부엉이인가?
아무래도 좋다.
바람 소리와 잔잔한 풀벌래 소리도 들린다.
불빛을 향해 계속 발걸음을 옯겼지만 도대체 가까워지지 않는 것 같다.
기분탓 이였을까.
이후로 몇 분도채 걷지 않아 나는 불빛에 도달 할 수 있었다.
집 10채가 모여있는 마을이였다.
마을의 규모가 작은편이다.
산속에 위치한 작은 마을.
케네코트.
내가 알고 있는 케네코트는 아니였지만.
이 조건들은 내게끔 이곳이 사이비 마을일 수 있다는 생각을 안겨주었다.
또다시 안내판이다.
얼레, 이번에 표지판이 깨끗하다.
하다하다 광까지 나는 것 같았다.
‘케네코트 타운 - 편하게 머물다 가시길 바랍니다.’
나는 이내 가까운 주택에 다가섰다.
집의 외관은 1900년대 초반을 연상시켰다.
혹여나 실례가 될까, 난 조심스레 문짝을 두드렸다.
들려오는 것은 없었다.
다시금 노크.
“선생님? 계십니까.”
하나.
둘.
셋.
시간이 지나도 반응은 없었다.
구식 문을 마주한 나는 호기심에 문고리를 당겨보았다.
어라.
문은 보란듯이 활짝 열렸다.
경첩소리는 덤일까.
마치 공포영화의 한장면 같다는 생각이 다시금 내 뇌리를 관통했다.
들어섰다.
“선생님, 계십니까? 잠시 실례 하겠습니다.”
무응답.
“도움이 필요합니다.”
무응답.
이어지는 정적에 소름이 내 다리와 팔을 타고 머리를 덮쳤다.
윙윙거리는 냉장고 소리만은 들을 수 있었다.
냉장고 소리가 들려오는 거실로 향했다.
잘못 걸리면 총까지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알고 있었지만.
일단은 집주인의 인기척이 느껴지면 실례를 구할 생각 이였다.
아무리 사이비 신자라 하여도 누군지도 모르는 사람을 함부로 쏴댈것 같진 않았다.
불은 환하게 켜져 있었다.
하지만 아무도 없었다.
가지런한 테이블과 의자.
가지런하게 정리된 식기.
손질이 잘 되어있는 나이프.
거실로 향했다.
역시나 불을 환하게 켜져 있었다.
가지런한 카페트와 테이블.
가지런하게 열이 맞춰진 소파와 스탠드.
오래되었지만 먼지는 쌓이지 않은 텔레비전.
뭔가 익숙하고 포근한 느낌이 드는 거실 이였다.
이런 씨발.
깜짝 놀라 그자리에 잠시 얼어붙은 나였다.
소파 뒤에는 웅크린 사람 형태의 목제 인형이 놓여있었다.
이것도 일종의 인테리어일까.
난 집주인의 악취미라고 생각했다.
크기는 정말 사람의 크기였고, 디테일도 제법 훌륭한 인형 이였다.
아마 만드는 데에 꽤나 공을 들였을 것이다.
난 목제 인형에서 인간의 마음을 느꼈다.
아마 집주인은 그렇게 나쁜 사람이 아닐 것이라 생각했다.
놀란 마음이 진정될 쯤.
아까보다 살짝 크고 고양된 목소리로 난 외쳤다.
“정말 아무도 없나요? 도움이 필요합니다.”
창문 밖으로 인기척을 느낀 것 같다.
공포심보단 반가움이 앞섰고 난 몇 초도 걸리지 않아 현관으로 뛰쳐나갔다.
어라
고양이였을까.
아까 본 것과 100퍼센트 동일한 풍경 이였다.
이제 정말로 무서워지기 시작했다.
이 어두운 저녁 시간에 다들 집에 불을 켜두고.
그것도 방이란 방마다 말이다.
도대체 이 10채가 넘는 집들의 주민이 모두 어디로 갔단 말인가.
이내 난 결심했다.
창피함이 절반 이였다.
나머지 절반은 아마 두려움.
동네가 떠나갈 정도로 큰 목소리로 난 소리쳤다.
“아무도 없나요!”
내 고함 소리는 긴 여정 끝에 다시 내게로 돌아왔다.
하지만 내 고함 소리가 내게 가져다 준 것은 더 큰 두려움 뿐 이였다.
무섭고 긴장되었다.
다리는 긴장되었고, 서있기는 점점 힘들어졌다.
다시 한번 인기척.
이젠 정말 혼란스러웠지만 난 쫒았다.
바로 오른쪽 건물 뒷 편이다.
본능적으로 알 수 있었다.
옆 건물에 도착한 내가 코너를 확인하려는 순간 이였다.
심장은 짜릿했고 털은 바짝 섰다.
나는 두려움에 코너 앞에 멈추었다.
감히 내가 그것을 확인해선 안된다.
아니 잠깐만.
감히 내가라고?
내가 왜 이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 모르겠다.
일단 난 뒤로 물러서 내가 왔던 곳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어릴적.
집 거실에 불을 끈 뒤 무언가에 쫒기는 듯한 소름끼치는 느낌을 받으며 방으로 뛰어 들어가던 나.
그 느낌을 분명 기억한다.
같은 기분 이였다.
등에 전율이 돋았다.
아무것도 없었다.
난 이성적으로 그 사실을 알고 있었으나, 이 상황은 내가 이성적인 판단을 할 수 없게 만들었다.
어두워 더 이상 돌아갈 순 없었다.
휴대폰의 배터리 잔량은 고작 25퍼센트 채 안되었기에 난 휴대폰 조명을 이용할 수 없었다.
제기랄.
바르르 떨리는 다리를 손으로 살짝 꼬집고 난 다시 마을을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갑자기 숲이 두려웠다.
어릴적 난 친구들과 불장난을 하다 큰 산불을 낸 적이 있었다.
다른 사람들은 우리가 저지른 짓이라는 사실을 끝내 알지 못했다.
하지만 난 최책감에 시달렸다.
지금이야 어느정도 잊었지만 아직 가끔 떠오른다.
나무들과 소방관들을 집어삼키던 불길이 꿈에 나온다.
다시금 숲이 두렵다.
꼭 나를 벌주려 지켜보는 듯 하다.
상황이 상황 인지라 이런 쓰레기 같은 생각들이 내 머릿속을 가득 채운다.
이런 유치한 생각들은 날 점점 불안하게 만든다.
아.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졌다.
긴장해서 그렇다는 사실을 난 알고 있었다.
그게 뭐 어떻단 말인가.
난 지금 제정신이 아니다.
난 전속력으로 달렸다.
허벅지에 쥐가 나려는 듯 했다.
난 속도를 죽이고 가까운 집으로 몸을 던지듯 들어갔다.
역시나 열려있는 문.
위층을 향했다.
계단에선 나무의 삐걱대는 소리가 울려 퍼진다.
2층으로 올라온 내가 문을 연 방.
안에선 섬유유연제 냄새가 은은하게 내 코를 찔렀다.
어린 여자아이의 것으로 보이는 2평 남짓의 작은 방 이였다.
바닥엔 고양이 인형과 퍼즐이 놓여있었다.
가지런하진 못했지만.
나무가 삐걱거리는 소리.
이런 씨발, 누가 있는 건가?
아드레날린이 미친 듯 뿜어져 나왔다.
난 어린이의 작은 침대 밑으로 거대한 내 몸뚱아리를 힘겹게 밀어 넣었다.
숨을 참았으나 이내 가슴이 아파오고 폐가 고통스러웠다.
달린 직후라 어쩔 수 없었다.
아찔했다.
확실히 무언가 있었으나 난 볼 수 없었다.
분홍색 털 이불이 침대 밑을 가려주었고, 그것과 나는 서로 볼 수 없는 상태였다.
난 기다렸다.
다시 기다렸다.
마음속으로 숫자를 센 뒤.
천천히 숨을 내뱉고.
다시 천천히 숨을 마시기 시작했다.
털이불 때문인지 숨쉬기에 살짝 답답한 감이 있었지만 난 천천히 심호흡 하기를 반복했다.
몇 분쯤 지났을까 호흡이 돌아왔다.
잠잠해졌다.
다리에 힘이 들어 가질 않았다.
상황이 좋진 않지만, 잠시 쉬어도 괜찮지 않을까 생각했다.
저 멀리서 엔진 소리가 들렸다.
사람들이 돌아온 걸까?
알 수 없는 무언가에 대한 공포와, 적막에 대한 공포는 이내 사라지기 시작했다.
침대에서 기어 나가려던 찰나였다.
“누구 있나요?”
차에서 내린듯한 남성이 밖에서 소리쳤다.
당황스러웠다.
하지만 반가웠다.
내가 대답을 하려 했지만 긴장이 풀린 참이라 그런지 목소리가 제대로 나오지 않았다.
잠시 기다리기로 했다.
얼마나 지났을까, 마을을 이리저리 돌아 다니며 사람들을 찾아다니던 그 남자는 이내 달리기 시작했다.
재빠른 발소리와 거친 숨소리는 2층에서도 들을 수 있었다.
그 남자가 이 집에 들어왔다.
그 남자는 2층으로 뛰어 올라갔다.
계단에선 삐걱거리는 나무 소리가 울려 퍼졌다.
아까 내가 직접 겪은 그 상황.
난 인기척을 낼 수 없었다.
아까 내가 느낀 인기척도 비슷한 것 이였을까?
아니 그럴 리 없다.
그 인기척들 전부 사람 이였다면 지금쯤 다들 모여 이 상황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을 것이다.
남자가 침대앞에 멈쳐선 듯 했다.
남자가 이불을 걷어 올리려던 순간,
이불을 집던 손이 뒤로 물러섰다.
조용했다.
이게 지금 무슨 상황이란 말인가.
다시금 심장이 미친 듯 뛰기 시작했지만, 난 먼저 머리로 상황을 이해하고 싶었다.
일단 잠시 진정하자.
마음속으로 100까지 세었다.
그리곤 손으로 이불을 살짝 들쳐보았다.
이불을 들추는 남자 모양의 목각제 인형.
디테일이 살아있었고, 왜 인지 모를 친근함이 느껴졌다.
그와 동시에 난 얼어붙었다.
살면서 느껴본 가장 큰 공포였다.
저 소름 돋는 목제 인형 뒤로 뭐가 보였던 것 같은데.
아.
눈을 마주친 나는 체념했다.
아주 편안했다.
더 이상 몸을 움직일 수 없었다.
아니, 난 움직이지 않았다.
저주가 분명하다.
그래 이건 분명 저주다.
저주라는 단어만이 이 상황을 설명할 수 있을 것이다.
서서히 시야는 어둠으로 물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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감사함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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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