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나. 둘. 여섯. 여섯. 둘. 둘.
환영합니다. 상상에 맞서십시오.
방송이 시작된다. 조금 살집이 있는 남자는, 식은땀을 흘리며 카메라 앞에 앉아 있다. 남자는 카메라를 똑바로 응시하지 못하고, 계속 눈을 좌우로 굴린다. 남자의 뒤로는 커다란 게임 포스터가 하나 걸려 있다. 누군가의 것인지 모를 안구 두 개가 정면을 노려보고 있고, 그 두 안구의 사이 정 가운데에 「POST END」라는 글자가 크게 적혀 있다. 남자는 자신 앞에 놓인 두꺼운 종이뭉치를 신경질적으로 뒤적거린다.
“아 방송 시작 됐어요? 네, 네. 포스트 엔드를 사랑해주시는 생존자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라이브 운영팀장 손철석입니다. 우선 이번 서바이벌 라이브를 진행하기에 앞서, 먼저 생존자 여러분께 사과의 말씀을 먼저 드려야할 것 같습니다. 지난 4일 발생한 서버 이슈로 인해 많은 생존자님들께 불편을 끼쳐드린 점에 대해 진심 어린 사과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로 인해, 수많은 유저 분들이 비정상적인 로그아웃 경로로 로그아웃 하셨음이 확인되었습니다. 이런 안정적이지 못한 운영에 생존자 여러분이 강한 불안감을 느끼는 상황도 이해합니다. 다시 한 번 사과의 말씀 드립니다. 최대한 이런 상황이 다시 발생하지 않도록 노력하겠습니다. 하지만…….”
철석은 헛기침을 한 번 하고는, 종이 뭉치에서 종이를 한 장 꺼내 땀을 훔쳐 낸다. 새하얗던 A4용지는 금세 기름종이처럼 끈적하게 젖어 든다.
“해당 서버 이슈는 어떤 방법으로도 예방할 수 없는 불가해한 이유로 발생한 것이 확인되었으며, 저희도 해당 이슈를 해결하기 위해 최대한의 노력과 책임을 다했음을 알아주시기 바랍니다. 특히 서버관리팀 양한성 팀장의 노고가 컸습니다.”
철석은 잠깐 말을 끊는다.
“……. 잠시 묵념의 시간을 가지겠습니다.”
잠시 후 고개를 든 철석은 두터운 종이뭉치를 한 장 뒤로 넘긴다.
“자, 방송 분위기가 조금 무거워졌네요. 금일 라이브 방송은 사전에 공지했던 대로, 생존자 여러분의 질문에 대답하고 소통하는 시간을 가질 예정입니다. 모든 질의응답은 실시간으로 진행될 예정이며, 제 업무 범위가 아닌 파트도 최대한 답변해드릴 예정입니다. 여기 이 자료 두께 보이시죠? 제가 어마어마하게 준비해 왔습니다.”
철석은 종이뭉치를 가리키며 멋쩍게 웃는다. 웃는 표정이긴 하나, 미세하게 입꼬리가 떨리고 있다.
“하고 싶은 질문이 있으면 자유롭게 채팅창에 적어주세요. 제가 가능한 한 모두 답변 해드리겠습니다. 다만 포스트 엔드의 운영 규정을 어기는 질문은 철저히 금지됩니다. 그런 질문을 하셨을 경우엔, 라이브 방송에 강퇴되거나 혹은 비정상적인 경로의 로그아웃을 당하실 수 있으니 주의해주시기 바랍니다.”
철석은 몸을 앞으로 좀 기울여, 채팅창에 올라온 질문을 읽기 시작한다.
“네, 바로 첫번째 질문이 올라왔네요. tjkfnwuf12님. 필드 드랍 장비 입을 만한 게 없는데 추가될 예정이 있냐고 질문 주셨네요. 저희 홈페이지 초보자 가이드에도 나와있는 내용이지만, 저희는 안전지대 상인 npc들에게서 구매하실 수 있는 장비와 홈페이지에서 유료 재화로 구매하실 수 있는 장비를 제외한 어떤 장비도 착용하길 추천드리지 않습니다. 이는 이후 새로운 필드 드랍 장비가 출시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철석은 잠시 말을 멈추고, 종이뭉치를 노려다 본다. 쌕-쌕. 철석은 거친 숨을 계속 내뿜는다. 기이할 정도로 큰 그의 숨소리는, 금방이라도 퍼져버리고 말 차 엔진의 배기음처럼 들리기도 한다.
“필드 드랍 장비의 안전성에 대해서 저희는 어떤 보증도 해드릴 수 없으므로, 해당 장비를 착용할 시에 모든 책임은 생존자 여러분께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참고로 서비스 시작 이래로, 비정상적인 경로의 로그아웃 사례 중 가장 많은 비중을 차지하는 원인이 바로 필드 드랍 장비 착용에 의한 것입니다. 이 사실을 늘 명심해주시기 바랍니다.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철석은 몸을 앞으로 기울여, 다시 채팅창을 살핀다. 이번엔 땀 몇 방울이 기울인 몸체를 타고 떨어져, 종이 뭉치를 적신다.
“머니의 만인어님. 홈페이지에서 ‘거룩한 계승’ 이벤트 보상이 안 받아진다고 질문 주셨네요. 아, 저희가 미처 공지해드리지 못했는데, 현재 포스트 엔드 홈페이지는 4일 서버 이슈가 발생한 이후로 이벤트 페이지가 작동하지 않는 상태입니다. 저희가 별도 공지를 올릴 때까지는 이벤트 페이지에서 이벤트 보상을 수령하지 말아주시기 바랍니다. 아마 대부분의 경우에 보상 수령 자체가 불가능할 테지만, 수령되었을 경우에 어떤 보상이 수령될 지는 저희도 장담할 수 없습니다.”
“이벤트 페이지가 온전히 복구될 때까지는, 모든 종류의 이벤트는 중지됩니다. 어떠한 경로로든, 포스트 엔드와 관련된 이벤트에 결코 참가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저희는 현재 이벤트를 공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닙니다.”
철석은 다음 질문을 찾기 위해 채팅창을 들여다보다 표정을 찌푸린다.
“운영진을 향한 욕설과 비방은 삼가해주시기 바랍니다. 생존자 여러분들의 불만은 이해하지만, 저희도 최선을 다하고 있습니다. 자, 다음 질문 받겠습니다.”
“afluidrlk님. 회색 정장 입은 npc가 이상한 대화를 걸어오는데 정상적인 게 맞냐고 질문 주셨네요. 저희 게임의 세계관을 항상 상기해주시고, 초보자 가이드를 숙지하시기 바랍니다. 포스트 엔드는 멸망 이후의 세계를 배경으로 한 mmorpg입니다. 당연히, 정장을 입은 npc는 게임 내에 존재하지 않습니다. 해당 캐릭터는 저희 게임의 npc가 아닌 것으로 파악되었으며, 현재까지 정확한 정체를 밝혀지지 않았습니다. 해당 캐릭터는 아직 그 결과가 검증되지 않은 비정상적인 로그아웃 경로로 로그아웃을 진행하라고 종용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으니, 부디 주의하시기 바랍니다. 정상적인 로그아웃 경로는, 초보자 가이드에 명시된 8가지 뿐입니다.”
“자, 다음 질문…. mteorus72님. 찢어진 황야의 폭풍 군주는 어떻게 대처해야하는지 질문주셨네요. 저는 아직 공략법이 알려지지 않은 난관에 도전하는 것이 저희 포스트 엔드의 매력이라고 생각하는데요. 따라서 아직 해당 보스에 대한 세세하고 명확한 대처법을 알려드리긴 어렵습니다. 대신 운영팀장의 권한으로 조금 귀띔을 해드리자면…….”
철석은 화면 바깥을 응시한다. 화면 바깥의 누군가가 그를 부른 것 같다. 철석은 모가지가 부러질 같이 고개를 끄덕인다.
“아, 죄송합니다. 조금의 힌트도 안된다고 합니다. 생존자 여러분의 몫으로 남겨두겠습니다.”
철석이 화면을 향해 머쓱하게 웃으며 뺨을 긁어보인다. 뺨을 긁는 손가락이 덜덜 떨리고 있다. 그는 가려움이 사라지질 않는지, 더욱 강하게 뺨을 긁기 시작한다. 덜덜 떨리면서 뺨을 긁어대던 손가락이, 결국 피부에 긴 상처를 남긴다.
피 몇 방울이 뺨을 타고 흐르지만, 철석은 신경쓰지 않는다. 채팅창과 방송을 찍고 있는 스태프 중 그 누구도 신경쓰지 않는다.
방송은 계속된다.
“계속해서 질문 받겠습니다. Aphantasia09님. 스트리머 분들에게 광고 그만 주고 유저들에게 더 신경쓰면 안되냐 질문 주셨네요. 음……. 저희도 늘 생존자분들에게 더 신경쓰고 싶습니다만, 이제 아무래도 어쩔 수 없는 어른의 사정이라는 게 있기 마련입니다. 저희도 광고를 그만 드리고 싶지만……. 스트리머 분들도 광고를 받고 싶어서 받는 건 아니라는 사실만 아셨으면 좋겠습니다.”
철석은 계속 뺨을 긁으며, 채팅창의 반응을 살핀다.
“아까도 말씀드렸지만, 운영진에 대한 지나친 비방과 욕설은 삼가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그러면 광고는 누가 칼들고 협박해서 찍냐고요?”
철석은 뺨을 긁는 것도 잊어버린 채 피식, 가벼운 웃음을 터트린다. 그는 어이가 없는 표정을 화면을 향해 지어보인다.
“차라리 칼들고 협박하는 게 나을 겁니다.”
화면 바깥에서 불분명한 말소리가 들리고, 철석은 다시 뺨을 긁기 시작한다.
“자,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되었네요. 이제 마지막 질문 하나만 더 받겠습니다. soyhgennanag41님. 현재 서버관리 팀장이 누구냐고 질문 주셨네요. 안타깝게도 본인의 동의 없이는 저희 직원의 직책을 공개하는 건 사규로 인해 금지되어 있다는 점, 이해해 주시기 바랍니다. 네? xxx가 팀장 달았냐고요?”
뺨을 긁던 철석의 손가락이 더욱 빨라진다. 이제는 거의 뺨의 살점을 파내는 수준이다.
“……. 당신 누구야? 직원이시라면 이상한 장난 하지 마시기 바랍니다. 하나도 재미 없습니다. 악질적인 장난에는 사내 처분이 뒤따를 수도 있다는 사실 명심하시기 바랍니다. 강팀장님, 확인하시고 생존자님이시면 비정상적인 경로의 로그아웃 처리 부탁드립니다. 네.”
손가락이 뺨을. 뺨이 손가락을.
“자, 오늘 라이브 방송은 아쉽지만 여기까지 진행하도록 하겠습니다. 생존자 여러분이 부디 충분한 정보를 얻어 가셨기를 바랍니다. 아, 깜빡할 뻔했네요. 필드 보스 디자인 공모전 이벤트가 방송 종료 직후부터 진행될 예정입니다. 공모전 이벤트에서 입상하실 경우, 입상작은 차후 업데이트에 추가될 필드 보스의 디자인으로 채택될 것입니다. 충분한 보상도 준비되어 있으니, 부디 많은 참가 바랍니다. 여러분의 상상력을 마음껏 펼쳐 주시기 바랍니다. 자세한 사항은 저희 홈페이지 이벤트 페이지에서 참고해주세요.”
철석은 금방이라도 녹아내릴 것 같이, 전신에서 땀을 흘리고 있다.
“생존자 여러분. 다음에도 또 뵐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방송이 종료된다.
하나. 둘. 여섯. 여섯. 둘. 둘.
환영합니다. 상상에 맞서십시오.
여섯.둘.둘. 반복합니다. 여섯. 둘. 둘.
상상에 마주 서십시오.
...
...
방송이 재개된다. 철석 대신, 피로한 얼굴의 한 남자가 앉아 있다. 남자가 입고 있는 후드티에는 여기저기 혈흔이 묻어 있다. 뒤편에 걸려있던 포스트 엔드 포스터는 갈기갈기 찢어져 바닥에 널부러져 있다. 쿵쿵거리는 소리가 반복적으로 들려온다.
“거……뭐냐. 안녕하세요, 생존자 양반들. 서버관리팀장 양한성입니다. 아니, 아니지. 전 서버관리팀장 양한성입니다.”
방송 화면에 잡히지 않는 화면 너머에서, 무언가가 강하게 부딪히는 소리가 들린다.
“예, 뭐. 보다시피 시간이 별로 없어서. 문을 막아 놓긴 했는데, 얼마나 버틸 지 모르겠네요. 일단……. 지난 4일날 발생한 서버 이슈로 인해 현재 정상적인 서비스가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가능한 한 빠르게 기존에 시행하지 않은 경로로 로그아웃을 진행하시는 게 좋을 거에요. 회색 양복 입은 남자가 제시하는 방법은 극단적이지만 대부분 효과적일 겁니다.”
한성은 쓰게 웃고는, 말을 이었다.
“사람의 몸에는 하나쯤 없어도 괜찮은 기관들이 많다는 걸 상기하세요. 손가락, 팔, 다리, 눈, 코, 입, 맹장, 성대, 췌장, 좌심실, 오른쪽 폐, 꼬리 지느러미와 아가미 같은 것들 말이죠. 결코 저렴하진 않지만, 그 정도로 끝나는 게 다행일 겁니다. 그리고 또…….”
무언가 글귀를 웅얼거리는 듯한 소리가 크게 들리지만, 정확하게 알아들을 수는 없다. 짐승이 우짖는 소리같이 들리기도 한다.
“야, 손철석. 좀 조용히 좀 해라! 시끄러워 죽겠네. 그리고, 공모전에 아무것도 올리지 마세요. 지금 그거 다 실시간으로 반영되니까. 아직 로그아웃 못한 사람들 뭐 되어보라고 올리는 거 아니면 그러지 마세요. 그리고, 설마 로그아웃했다고 완전히 안전할 것이라고 생각하는 건 아니죠? 괜히 위험 요소를 늘리지 마세요. 좀. 제발. 또……. 뭐 있었지? 나이를 먹으니까 이게 문제라니까요. 중요한 것도 자꾸 깜빡깜빡…아, 맞네.”
쿵, 쿵.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점점 커지고 있다.
“다른 생존자들이랑 어떤 상호작용도 하지 마세요. npc인지 유저인지 구분 안 될 땐 쳐다보지도 마시고요. 그거 여러분이랑 비슷해 보여도, 철저하게 인간 형태의 커스터마이징만 가능한 우리 게임에서 불가능한 커마를 하고 있어요. 자세히 살펴보면 인간한테 달려 있을 수 없는 기관들이 달려있을 거에요. 뭐, 그런 것들 있잖아요. 날개나, 뿔이나, 귀나. 그런 것들.”
“자, 그러면 저는 할 일이 바빠서. 아- 맞다. 제일 중요한 걸 까먹을 뻔 했는데요.”
일순간, 한성이 웃는다.
“찢어진 황야의 영원한 주인께서 당신의 군단을 모집하신다고 합니다.”
화면이 깜박인다. 굉음과 함께 문이 부숴진다. 화면이 깜박인다. 거대한 살덩이가 굴러간다. 화면이 깜박인다. 피가 튄다. 화면이 깜박인다. 잃어버린 아가미가 바닥에 놓여 있다. 화면이 깜박인다. 한성이 기이한 빛깔의 넝마를 걸치고 서 있다. 화면이 깜박인다. 화면이 깜박인다. 비명이 들린다. 화면이 깜박인다. 살덩이가 우짖는다. 화면이 깜박인다. 화면이 깜박인다. 화면이 깜박인다. 화면이 깜박인다. 회색 정장을 입은 남자가 서 있다.
화면이 깜박인다.
여섯. 둘. 둘. 상황 종료.
상상과 더 이상 맞설 필요가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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