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1001 시설 중앙동.
“와…….”
일단 신분증부터 바뀌었다.
어제까지만 해도 칙칙한 회색이던 D등급 신분증은, 오늘부터 검은색 C등급 신분증으로 바뀌었다.
B등급은 흰색, A등급은 노란색, 가장 위의 S급은 붉은색이라고 했지.
그런데 검은색은 검은색인데 약간 이상하다.
왜 가장자리는 하얘?
물어보니, 신분증을 준 직원이 이렇게 말했다.
“기밀 열람권한은 C가 아니라 B로 부여되어서 그래요. 왜 그런지는 부여한 분에게 물어보시고요.”
누가 그랬는지 물어보니 어느 부장님이란다.
누군지도 모를 A등급한테 물어보라니.
이 조직에서 오래 살아남는 철칙이 ‘위를 함부로 보지 말라’이기에, 나는 더 물어보지 않고 즉시 입을 다물었다.
그런데 이걸 가지고 무얼 할까.
거기까지 떠올리던 그때였다.
“열람권한을 받았으면 써먹어야지.”
“으악!”
뒤에서 소리 소문 없이 목소리가 들려왔다.
깜짝이야.
간 떨어질 뻔하게 해놓고, 뒤에서 온 사람은 손만 대충 흔들어 인사했다.
가슴에 달린 노란색… 오 이런.
“아, 안녕하십니까!”
“인사는 됐네. 그런 거 받으러 온 게 아니니.”
동방예의지국 출신답게 인사를 박았는데 무시당했다.
이 조직, 내 직장이지만 참 차갑다니까.
그러거나 말거나 높으신 분은 나한테 손짓했다.
따라오라는 건가.
밉보여서 좋을 건 없으니, 나는 잠자코 뒤를 따라갔다.
가면서는 별 것 없었다.
(아마) 승진의 계기인 흑룡 관련 건수를 집요하게 물어보더라.
난 거리낄 것도 없으니 솔직하게 대답했다.
“위험한 줄 알면서도 도박을 했고, 도박을 하면서도 잘못될까봐 불안해 했다…….”
높으신 분은 그런 나를 이상하게 쳐다봤다.
뭐 어때.
크게 일 벌이고 싶은 욕구도 진짜고, 살고 싶은 욕구도 진짜인데.
세상 일 단순하게만 살면 오히려 될 일도 안 된다.
그런 ‘모순’이 인생이잖아.
“그 흑룡인지 뭔지가 괴상하고 골치 아픈 존재니까요. 대하는 사람도 골치 아프게 나와야 하지 않을까… 뭐, 그런 생각이었습니다. 간단한 거예요.”
“그런 간단한 마음도 보통은 결심을 크게 해야 나오지. 들은 것처럼 흥미롭군. 여기에 어울리듯이 독특하고, 안 어울리듯이 순수하고.”
웩.
순수랑 나하고는 별로 안 어울리는 단어인데.
아무튼 높으신 분은 나를 계속 안으로 이끌었다.
여기 본부 중앙동은 출입 제한이 있는 거로 아는데.
들어갈수록 나와 같은 검은 신분증은 사라지고, 최소가 흰 신분증만 보인다.
씨… 괜히 불안하네.
“이곳일세.”
그러다 멈췄다.
열람실.
존나 간단한 이름.
근데 존나 위험해보인다.
‘경고-본 시설의 C등급 출입을 금함’이란 간단한 지침부터 살벌하네.
당연히 높으신 분은 신경 쓰지 않고 신분증을 문에 갖다댔다.
그리고는 나한테도 눈짓을 보낸다.
“…괜찮은 거 맞죠?”
“자네 하기에 따라서는.”
안심시켜주면 좀 덧나나.
그래도 여기까지 왔으니, 난 그대로 신분증을 가져다댔다.
그러자 높으신 분의 것과 달리 안내음이 울렸다.
[경고. 본 신분증의 열람 권한은 시한적입니다. 열람 권한 갱신이 없을 시, 소급적으로 귀책이 부과됩니다. 입장하시겠습니까?]
“엑.”
미친 소리에 발이 멈췄다.
소급으로 귀책?
그럼 강등 한번 당하면 그대로 죽는단 거잖아.
침 꿀꺽 삼키는 소리가 재미있는지, 높으신 분은 낮게 낄낄댔다.
그런데 웃음이 왠지 서늘하네.
“이런 것도 각오 안 하고 그런 짓을 벌였나? 흐흐흐…….”
“아니, 그, 그건…….”
“이런 조직일세. 다들 한끗 차이로 죽고 살지. 비품인 ‘회색’만 아니라 머리인 ‘붉은색’조차도. 한끗에 도전한 이상 자네도 예외는 아니야.”
선택하게.
높으신 분은 내게 도발을 걸어왔다.
삑!
그리고 난, 저번에 했던 것처럼 선택했다.
[입장 의지 확인.]
[임시 열람 권한 B급 확인.]
[환영합니다, C급 독립 요원 ‘장류현’씨.]
“잘 생각했네.”
“하아아…….”
“보여줄 것이 있어 불렀네. 자네가 그토록 궁금해하는 그것 말이야.”
높으신 분은 이제 와서 상냥한 척, 다정다감한 목소리로 용건을 말했다.
빨리도 말해주시네.
하지만 궁금했던 건 사실이기에 따라가는 발걸음도 빨라졌다.
나는 그렇게 어느 책 앞에 섰다.
[ST-O 규명 및 대응 지침서]
“회색이네요.”
“가장 끔찍한 괴이에 대한 지침서니까. 가장 낮은 등급의 색으로 폄하했지.”
“취향 참…….”
“시간연장 정도는 내가 해주지. 원하는 만큼 읽고, 앞으로 할 일에 활용하게.”
높으신 분은 날 두고 사서를 찾아 가버렸다.
책을 마구 읽는다고 당장 죽이진 않을 모양이다.
난 머뭇거리다, 책을 펼쳤다.
‘개략. ST-O(Omega), 통칭 흑룡에 대하여.’
첫 페이지는
‘ST-O는 사실 용이 아니다.’
‘그것은 모든 희생자들의 총의.’
‘처음 발생한 괴이가 처음 인간을 해하는 것으로 시작된, 일종의 대 괴이 백신이다.’
빌어먹게도 간결하고 대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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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고 : S.S.S.의 직원 등급 체계>
S-이사 등 최상층
A-부장 등 임원
B-지부장 및 상급간부
C-조장 및 하급간부
D-직원
등급에 따른 신분증 색깔 순서는(C부터. D는 언제든 교체될 수 있어서 의미 없음.) 연금술의 금 연성 4단계에서 따옴.(흑화->백화->황화->적화)
다음편이 드디어 흑룡 이야기를 하겠군.
일이 있어서 잠깐 못 왔다가 오늘 다시 와봄.
언제나처럼 재미없으면 비추를 환영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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