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람이 시끄럽게 울린다. 오늘도 따분한 하루가 시작되었다.
남들에겐 아침이란 찬란한 햇빛이 내리쬐는 희망찬 하루의 시작을 뜻하지만,나에게는 그저 해가 뜨기 전 눅눅하고 습한 싸구려 침대에서의 발버둥을 뜻한다.
어지럽혀진 옷자락, 어제 먹다남은 음식들.
지친 몸을 이끌고 쓰디 쓴 커피 한잔과 대충 널브러져 있는 빵을 하나 문 채 출근 준비를 한다.
차를 타며 느낀다. 주위에는 온통 무미건조한 인간들, 지루하고 반복되는 일들. 요즘 삶의 의미를 찾지 못하는 것 같다. 나에게 소중한 것이 없기 때문인가? 다른 사람들도 그런가?
아니면 혹시 그것 때문에..? 이런 저런 생각을 하던 중 직장에 도착했다.
사무적인 인사와 의미없는 대화를 거치고 커다란 모니터 앞 의자에 앉는다. 안녕 고철 덩어리.
나에게 주어진 일은 단 하나, 이 은하의 한 구역을 관장하는 문명 신호 감지 통합체를 통해 문명 탐색.그 후, 자라나는 문명을 파괴하는 것이다.
우리 종족은 타 종족에게 불친절한걸 넘어서 그들을 극도록 혐오하고 있다. 우리 종족 지도자들은 본 적이 있다고 한다. 은하에 자라나는 문명들은 우리가 살고 있는 터전에 큰 영향을 미친다고.자세하게는 모르겠지만.
어찌되었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고. 이 빌어먹게 지루한 고철 덩어리는 오래도록 신호를 감지하지 못하였다. 그저 계속 반복되는 뚜-뚜-와 같은 기계음뿐. 나는 평소에도 늘 하던 것처럼 책을 머리위에 올린 채 잠을 청한다.
삐-!삐-!...
잠에서 깨어난다.날카로운 기계음이 등골을 타고 오른다. 발견 된것이다.오랜만에!기회가 온 것이다. 너는 왜 우리 은하청에 있는거냐?라는 개같은 의혹을 떨쳐 버릴 수 있는 기회.
자세를 고쳐 잡고 모니터 앞에 앉는다. 아. 실수 할 뻔 했다. 이 작업을 할 때는 헬멧과 헤드셋이 필수이다. 헬멧은 특수 처리가 되어 있어,지정된 생명체들만 투과한다. 봐선 안되는 것을 보았을 때 생각보다 큰 결과를 불러 올 수 있대나 뭐래나.
어쨌든 행성을 확대한다. 확대. 확대..
너무나도 푸르른 별. 마치 우리 종족이 살았었던 그 별처럼. 낮은 건물들과 곱게 갈아진 땅 위에 작물들,대기 오염이라고는 볼 수 없는 맑은 하늘. 이 문명은 이제 막 시작되었나 보다. 아름다운 문명이지만 버튼 하나만 누르면 파괴 될 운명이다.
띡. 아,젠장. 발사되지 않는다. 너무 오랫동안 사용하지 않았던 탓이였을까 띡.띡.띡. 몇번이나 눌러보아도 발사되지 않는다. 유지보수팀을 불러야겠다. 허리를 뒤로 제치고 천장을 본다. 심신한데 구경이나 할까? 보수팀이 올 때까지 시간이 좀 남았으므로 행성을 둘러보기로 한다.
지지직-.귀를 뚫고 들어오는 기분 나빠지는 소리. 한참 전에 말했지만 우선 순위가 밀려 보수 되지 않았던 것이 기억난다. 생각해보니 하는 일도 없는데 안고쳐 준 것 같아서 열불이 날려고 한다. 들리는 건 괜찮다는 건가? 진정하고 다시 행성 탐험에 돌입한다. 그들의 문명, 자연 , 생태계
행성을 너무 자세히 관찰한 탓이였을까? 그들이 의사소통하는 소리가 들린다. 웅얼 거리는 소리. 귀를 기울인다. 나름대로 복잡한 문장체계를 갖고 있었다. 심지어 우리와 비슷한 체계를 사용하는 것 같은 착각이 들정도로. 원래 그런가? 이제 보니 우리 인간의 건물 양식과 비슷한 것 같기도 하다.
내 안에서 무엇인가 들긇는다. 호기심. 너무 오랫만이라 무엇인지도 헷갈렸던 그 감정. 호기심이다. 나는 누군가 내 손을 움직이는 것처럼 헬멧의 투과장치를 끈다. 나를 쓸모없는 놈 취급하는 이 나라의 규율 따위야 무슨 상관이야.
내눈에 들어온 것은 직립보행하는 우리와 비슷한 크기, 비슷한 이목구비의 생물체였다. 정말로 비슷하다. 아니 비슷한게 아닌 저건 우리다. 머리가 혼란스러워진다. 그들의 움직임이 멈췄다. 목을 기괴하게 꺾는다. 나를 바라본다. 웃는다. 미친듯이 웃는다. 기다려 왔다는 듯이 웃는다. 소름이 돋고 동공이 확장되고 식은땀이 난다.
똑똑.
문 두들기는 소리에 모니터를 끄고 헬멧,해드셋을 벗는다. 유지보수팀이다. 심드렁한 표정, 사무적인 말투. "오늘은 그냥 가세요. 보수하려면 기기를 정지해야 되거든요."
황급히 옷을 입고 문을 연다. 그들이 나를 비꼬듯이 말한는 대화조차 무시한 채로.
알람이 울린다. 오늘은 알람이 울리기 전 이미 께어있었다. 아니. 잔 적이 없다고 해야하나. 어쨌든 무릎이 달달 떨린다. 어제 그것은 무엇이었을까? 내가 헛 것을 본걸까? 너무나도 삶이 지루해서 내 뇌가 방어기제로 환각을 만들어낸 것인가. 그럴리 없다. 오늘은 어기적 출근하던 평소와 달리 누구보다 빠르게 출근한다.
사무적인 인사. 지나친다. 내 머리에는 오직 그 것 뿐. 어제 봤던 그 생물체. 아니 우리. 재빠르게 헤드셋만 쓴 채 의자에 앉는다. 행성을 검색한다. 확대.확대.확대.
그들은 역시 그자리에 있다. 차이점이 있다면, 어제와는 문명의 발전 수준이 차원이 다르다. 우리가 있는 곳으로 올 수 있는, 그런 기술력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 그들은 내가 보고 있다는 것을 알고 다시 웃는다. 나는 이번에는 침착하게 대응하기로 한다. 말을 걸어보기로 한다. "당신들은 뭡니까. 어째서 나의 존재를 알아차린 것입니까?"
아. 멍청한 생각. 이 말이 들릴리는 없다.
"우리는 연결되어 있다." 나의 생각이 틀렸다. 그들이 대답했다. 허. 나도 모르게 소리가 나왔다. 이젠 의구심조차 들지 않는다. 다시 물어보기로 한다
"그래서 저를 보고 왜 웃은 것이고, 저와 접촉한 이유가 무엇입니까?"
"그래야만 하는 이유가 있기 때문이고 우리는 그것을 달성했기 때문이지." 그들이 대답했다. "그러면 연결이 되어있다는 것이 무슨 뜻입니까?"
"너희는 우리의 일부. 신경이 그러나 떨어지고 말았다. 도망치고 배신자들은 말았다. 너희가 있는 행성으로. 그러니 말하라 너가 있는 곳. 없애러 자유의지"
말을 할려던 찰나 입이 멈춘다. 내 몸에 있는 모든 신경, 모세혈관까지 뭔가 느낌이 달라진다. 그들과 동화되고 있다. 자유의지를 없애고 감각을 동화하는 것. 그들과 통하는 하나의 소통장치, 하나의 커다란 관. 행복을 위한 최종 형태.
"너희가 어디지 있는 곳은." 그들이, 아니 우리가 묻는다. 우리는 대답한다.
"지구이다. 어서 와라. 없애러 자유의지."
반고닉으로 다시 올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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