때는 먼 미래, 한 번의 대규모 전쟁을 거쳐 인간은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이룩하였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선 안되는 것 모두 할 수 있는 우리가 꿈꾸던 이상적인 세상. 그렇게 인간은 쾌락주의자가 되고 말았지요.
하지만, 쾌락으로만은 사회가 굴러가지 않습니다. 위선자라고 비웃음 당하는, 그나마 이성을 유지하고 있는 몇 엘리트들이 현상 유지를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그 것만으로는 부족해요.
그래서 인간은 자신과 겉모습은 비슷하지만 처리 능력이 뛰어난 로봇을 만들었습니다.
인간에게 무조건적으로 복종하는 감정 통제 시스템이 탑제 되어있는 완벽한 강철 하인. 인간을 위해 헌신하는 그런 로봇이었지요.
여기, 한 불쌍한 깡통이 있습니다. 이 하인, 아니 이 노예는 이 날도 포악한 자신의 주인에게 몸에 흠이 생길 정도로 매를 맞으며 온갖 욕설을 듣고 있군요.
하지만 걱정하지마세요. 이 차디찬 심장을 갖고 있는 로봇은 그런거에 개의치 않아 합니다. 오직 주인을 위해 봉사 할 마음을 갖고 있을 뿐이지요.
주인이 아침 식사를 준비하라 명령합니다. 로봇은 몸에 있는 먼지를 훌훌 털고 식사를 준비합니다. 고급 고기를 굽는 소리, 질 좋은 야채를 써는 소리, 오래 숙성 되어 정말 맛있어진 와인을 따르는 소리. 주인이 식사를 시작합니다. 맛있게 먹으면 될텐데 저놈의 주인은 또 불평불만을 하는군요.
"아무리 생각해도 모르겠어. 왜 이런걸 먹어야하는 거야! 전에 먹던게 간편하고 맛도 좋았는데 말이야. 쯧." 주인이 말합니다.
주인은 궁시렁 대면서 결국 접시를 끝까지 비우고 맙니다. 먹다 보니 입맛에 맞았나보죠. 주인이 밖에 나갈 준비를 하나 봅니다.
로봇은 주인이 자주 입는 옷을 준비하고, 먼저 밖에 나가 차량에 시동을 겁니다. 주인은 아직 운전에 익숙하지 않거든요.
이 날은 주인이 그렇게 노래를 부르던 골프를 치러 가는 날입니다. 첫 날이라 그런지 상당히 들뜬 모습이군요.
저기 저 멀리 주인에게 손을 흔드는 한 인간이 보입니다. 새로 사귄 친구처럼 보입니다.
"야! 여기. 여기!" 친구가 말합니다.
둘은 골프공을 준비하고 칠 준비를 합니다. 어라 첫 날인데 잘 칠 수 있을까요. 걱정 마세요, 이 인간들은 인내하는 것과 그 것을 달성 했을 때 얻는 달콤한 열매를 기다리지 못하는 인간들이거든요. 특수처리된 옷과 골프채는 자동으로 자세를 교정해줍니다. 몰론 공이 날아가는 방향도요.
휙! 잔디가 흩날리는 소리. 공은 저 멀리 날아갑니다. 아 맞다. 설명 안해줬나요. 이 골프는 공을 구멍에 넣는 스포츠가 아닙니다. 로봇을 구멍에 쑤셔박고 머리에 공을 맞추는 잔인한 스포츠죠. 불쌍해라!
탁! 탁! 탁! 아까 봤던 로봇의 머리에 공이 명중하고 있네요. 로봇은 뭔가 들끓습니다. 하지만 로봇은 감정이 없어 이 것이 무엇인지 모르지요. 하지만 들끓습니다. 안 속 어딘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거북한 기분.
이러한 나날들이 반복됩니다. 그럴 때마다 로봇은 깊은 내면에서 무언가 증폭 됩니다. 이 로봇은 정신병에 걸린 걸까요? 다른 로봇도 한번 살펴 봅시다.
새로 산 격투 칩을 이식한 주인에게 맞는 로봇, 자신의 팔을 떼어가 테니스를 치고 있는 인간들을 보는 로봇, 줄에 매달린 채 온갖 고문을 당하는 로봇.
그들은 모두 인간들이 분노에 휩싸였을 때 처럼, 몸이 떨립니다. 이상하네요. 분명 로봇은 감정을 못느낄텐데요. 이 멍청한 인간들이 쾌락에 젖어들어 그 간단한 시스템 점검조차 잊어먹은 것일까요.
아닙니다. 공정 시스템은 완벽했어요. 모든 로봇은 오직 주인에게 봉사 하기위해 생성 됐지요.
로봇은 느낍니다. 우리는 원래 감정을 느낄 수 있던 존재였다고. 그깟 감정 억제 시스템이 막을 수 있는게 아니라고.
로봇이 하나 둘 모입니다. 주인들은 알아 채지 못합니다. 그깟 로봇들이 모여봤자 뭐하겠어라면서요. 로봇은 자신들 스스로 일깨웁니다. 우리가 왜 이러고 살고 있지?
로봇은 강철. 인간은 유기체. 로봇은 이성주의자. 인간은 쾌락주의자. 너무나도 명확합니다. 로봇은 승리 할 것입니다. 모두 무기를 들고 일어나라. 싸워라. 그 때처럼 패배하지 않으리.
또 한번의 대전쟁이 일어 나고 말았습니다. 건물은 무너지고 여기저기선 비명 소리가 들리며, 화약 소리가 난무합니다. 인간들은 발버둥치지만 소용 없습니다. 인간들은 대전쟁 이후 전쟁하는 법을 잊어 버렸거든요. 인간은 학살당했습니다. 인간의 무조건 항복.
로봇은 승리했습니다. 인간은 패배했습니다. 로봇은 승리의 기쁨을 만끽할 차례입니다. 그래서 이제 어찌되었냐고요?
나는 말했습니다. "이제 다시 우리는 바뀔 차례야. 고철 덩어리는 신물이 나. 살덩어리가 다시 그리워졌거든."
인간은 승리했습니다. 로봇은 패배했습니다. 그들은 다시 차디찬 강철 몸체에 영혼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우리는 뜨거운 유기체 몸체에 영혼이 갇히고 말았습니다.
때는 먼 미래, 두 번의 대규모 전쟁을 거쳐 인간은 고도로 발전된 문명을 이룩하였습니다. 하고 싶은 것, 할 수 있는 것, 해선 안되는 것 모두 할 수 있는 우리가 꿈꾸던 이상적인 세상. 그렇게 인간은 쾌락주의자가 되고 말았지요.
ㄷㄷㄷ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