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 : 해당 기록에는 비정상적 현상이 아닌 실제로 발생한 비인륜적 강력 범죄에 대한 직접적 표현이 존재한다. 정보 오염에 대한 위험성은 없으나 비위가 약한 인원은 기록 열람에 유의할 것.






(화면에는 2개의 좌석이 붙어있는 패널이 3개 나란히 놓여있다. 영상이 시작함과 동시에 자리에 커플 두 쌍과 한 명이 나타난다.)


여성1 : 저번에도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 그랬잖아! 오빠가 매번 이런 식이니까-

남성1 : 잠깐, 잠깐 성연아 진정해 봐.

여성1 : 또! 또 이런 식으로 넘어가려고-

남성1 : 여기 어디야?


(갑작스럽게 Rosie And The Originals의 Angel Baby 후렴구가 울려퍼진다. 노이즈와 함께 다섯 명의 사람들이 화들짝 놀라며 주변을 둘러보기 시작한다.)

(카메라 줌인. 화면 밖으로부터 정장 차림의 사내 하나와 웨딩드레스를 입은 여자 한 명이 나타난다.)

(노랫소리가 서서히 작아진다.)


사회자1 : 여러분들은 사랑을 하고 계십니까? 그러셔야 하겠습니다. 당신들의 존재 목적이야말로 바로 그것이니 말입니다. 전국 유일의 러브 퀴즈쇼 '당신은 사랑하고 있습니까?'의 사회자 [이해할 수 없음] 입니다!

사회자2 : (입이 활짝 웃고 있으나 눈에 초점이 없다.) 이은정이에요.

사회자1 : 이은정씨는 사랑을 하고 계신가요?

사회자2 : 아니요.

사회자1 : 안타깝습니다. 사랑이란 인간들이 가진 가장 본능적이고도 탐닉적인 쾌락이니까요. 탄소 기반 생명체들 중 인간이 표유류라 분류한 생명체들은 각자의 유전자적 우월성을 파악한 후 가장 자신과 어울리거나 유전적으로 우월한 형질을 가졌다고 생각 되는 이형 성별과 성관계를 맺어 각자의 유전 형질을 시간 개념에 더 오래 지속시키고 싶어 합니다. 가장 본질에 가까운 감각이니 인간이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쾌락일 수밖에 없지요.


(사회자1이 배꼽을 잡고 웃는다. 화면이 갑자기 검게 변하고 약 10초 간 아무것도 보이지 않는다. 갑자기 손수건으로 눈물을 닦는 사회자1이 화면에 잡힌다.)


사회자1 : 아, 정말 귀여워요.


(사회자2이 카메라를 응시하며 양손으로 입을 가리고 웃는다. 양 손목에 꿰메어진 자국이 보인다.)


사회자1 : 우리는 이런 여러분들의 쾌락을 존중합니다. 아주 멋지다고 생각하지요. 그렇기 때문에 여러분께서 진정한 쾌락을 느낄 수 있도록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도록 돕고 있습니다.

사회자2 : 정말 멋져요.

사회자1 : '러브 퀴즈쇼, 당신은 사랑을 하고 있습니까?'는 서로에 대해 얼마나 알고 있는가를 맞추면 되는 아주 간단한 퀴즈쇼 입니다. 퀴즈가 끝났을 때에 가장 높은 점수를 달성하신 한 분이 우승자가 되는 거죠.

사회자2 : 정말 멋져요.

사회자1 : 그렇죠, 정말 멋집니다. 자 그럼 첫번째 커플부터 만나뵙겠습니다!


(뒤에서 패널에 있는 사람들의 소리가 천천히 커진다.)


여성1 : ...니까 그러는 거 아니야! 매번 자꾸 회피하려고 하니까 이렇게라도 해서 얘기를 하려 그러는 거잖아.

남성1 : 그만하자.

여성1 : 뭘 그만해? 우리 처음 만났을 때부터 이럴 줄 알았어. 오빠는 우리 어디서 처음 만났는지도 기억 안 나지?

사회자1 : 시끄러운 여성 분! 자기소개 좀 부탁드리겠습니다. (고개를 뒤로 돌려 여성1을 향한다. 뒤통수가 보인다.)

여성1 : (고개를 홱 돌려 사회자1과 눈이 마주친다.) 이봐요, 지금 저 보고 시끄러운 여성이라고 했 (말끝을 흐린 후에 갑자기 입을 가리며 놀란다.)

남성1 : (마찬가지로 사회자1을 보더니 다급하게 자리에서 일어나 뒷걸음질 친다.) 씨, 씨발 뭐야!


(패널들 일동 비명 및 웅성거림.)


사회자1 : (다시 뒤를 돌아 카메라를 보며 웃는다.) 아무래도 이게 제일 잘 먹히는 거 같습니다. 매번 자꾸 도망치거나 한 명씩 죽이려고 하니 여간 귀찮은 게 아니니 말입니다. 자 시끄러운 여성분?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성1 : 이, 이거 뭐야?

남성1 : 모르지 나도, 이게 지금 뭔-


(남성2가 소리는 들리지 않지만 자리에서 일어나 사회자1에게 삿대질 하며 뭔가 떠든다.)

(일어나서 앞으로 나가려다가 보이지 않는 벽에 부딫힌다. 패널을 둥글게 둘러싼 벽 같은 걸 손으로 짚는다.)


사회자1 : 여러분들은 퀴즈 쇼가 끝나기 전까지 나가실 수 없습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단순히 자기소개를 좀 하고 여러분들께서 사랑하는 상대에 대해 말하면 그만이니까요. 그러니 이제 제발 좀 자기소개를 부탁드려도 되겠습니까? 오늘 나는 인내심이 그렇게 좋지 않아.

여성1 : (남성1과 눈을 맞춘 채로 머뭇거리다가 이내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바라본다.) 한성연입니다.

사회자1 : 오, 눈치가 좋은 여성분이시군요. 간단하게 좀 더 자기 소개를 부탁드려도 될까요? 서로 어떻게 사귀었고 얼마나 사귀었는지 같은 것도 좀 알려주시면 좋겠습니다.

여성1 : 27이고 게임 회사에서 디자이너를 맡고 있습니다. 옆에 있는 등신이랑은 스무 살에 만나서 8년째 사귀고 있습니다. 근데 이건 뭔지 좀 물어봐도 될까요? TV프로그램 같기는 한데 갑자기 뜬금없이 여기 온 게 좀 이해가 안 되네요.


(사회자1이 여성1을 돌려 바라본다. 여성1은 시선을 피하지 않고 침을 삼킨다. 약 10초간 화면이 변하지 않는다. 옆에 있는 남성1이 헛구역질을 억지로 참는다.)


(사회자1이 고개를 돌려 카메라를 바라보고 싱긋 웃는다.)


사회자1 : 여러분은 앞서 말씀드렸지만 사랑의 퀴즈쇼에 와 계십니다. 시청자분들이야 다들 아시겠지만 저희는 인간의 생태계에 참 관심이 많지요. 저희 DXTV는 인간의 방송국의 형태로 인간들의 세계를 빌려 여러분들께 인간들의 생태를 소개해드리는 방송국입니다. 당연히 너희들은 우리를 이해할 수 없겠습니다.

사회자1 : 그러니까 이제 그만 나를 귀찮게 해.

여성1 : (급하게 손사레를 친다.) 네, 네네. 알겠어요. (작은 목소리로 남성1에게 귓속말 한다.) 이거 그거 아니야? 오빠가 보여주던 그거.

남성1 : 나폴리탄?

여성1 : 응 그거.

사회자1 : 남성분 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성1 : 저는 29살 황유진이라고 합니다. 프로그래머를 하고 있고 말했다시피 성연이와는 8년째 연애중입니다. 혹시 질문 하나만-


(이내 여성1과 남성1의 목소리가 서서히 줄어든다.)


(화면이 갑자기 바뀌며 여성2와 남성2가 화면에 잡힌다. 여성2와 남성2의 목소리가 서서히 들려오기 시작한다.)


여성2 : -인데요.

남성2 : 거기인가? 아무래도 거기서 뵀었던 거 같은데.

여성2 : 아.

사회자1 : 자, 가리는 의미가 없는 옷을 입은 것 같은 여성분.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여성2와 남성2가 그제야 사회자1을 바라본다.)


여성2 : 저는 타투이스트를 하고 있는 29살 권이나라고 합니다. 이 옆에 분은 (남성2를 힐끔 쳐다본다.) 모르는 사람인데요.

사회자1 : 그럴리가요! 저희는 여러분들을 성관계를 1회 이상 나눈 사이를 무작위로 선택하여 이곳에 앉혀 놓았으니까요.


(여성2가 입술을 씹고는 카메라로부터 고개를 돌린다.)


남성2 : 인간들은 성관계를 1회 나누었다고 해서 사랑한다고 하지 않습니다. 저희는 아무 사이가 아닙니다. 연락도 한 번 나눠본 적 없구요.

사회자1 : 그래요? 안타깝습니다.

남성2 : 그럼 돌려보내줍니까?

사회자2 : 정말 멋져요.

남성2 : 그쪽은 아까부터 뭐가 자꾸 멋지다는 겁니까? 씨발 짜증나 죽겠네.

사회자1 : 입이 험한 남성분도 자기소개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성2 : (사회자1을 노려보다가 깊은 한숨을 내쉰다.) 31살이고 직업은 없습니다. 연애는 안 하고 있습니다.

사회자1 : 잘 들었습니다.


(화면이 바뀌고 남성3이 혼자 화면에 잡힌다. 남성3은 약간 불안에 떨고 있다.)


사회자1 : 여성분.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빈허공을 화면에 잡는다. 아무것도 없는 화면이 20초 이상 노출된다.)


사회자1 : 잘 들었습니다. 남성분? 여성 분께서 더 많은 시간을 같이 있고 싶단 감정을 이렇게 강렬하게 표현하고 계시는데 사랑하는 사이로서 한마디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성3 : (불안한 표정으로) 뭐, 뭔 좆같은 소리야. 옆에 아무 것도 없잖아. 뭐가 있다는 거야? 씨발 누가 뭘 했다는 건데.

사회자1 : 기억나지 않으십니까? 여성분께서는 평생 잊을 수 없는 기억이라고 하는데요. 이은정씨?


(사회자2가 웃으면서 입을 기괴하게 벌린 채 천장을 올려다본다.)


사회자2 : (여린 목소리로) 시, 싫어. 살려주세요. 아 아무도 없어요? 살려주세요 꺄악 죄송해요. 죄송해요. 때리지 마세요. 시, 싫-


(고통으로 가득찬 비명이 퍼지다가 이내 잦아든다. 음성 재생이 모두 끝나고 사회자2가 다시 정상적인 표정을 지으며 카메라를 보고 웃는다. 여전히 초점이 없다.)

(화면에 모든 패널이 잡힌다. 패널에 앉아있는 나머지 네 명이 경악을 감추지 못하는 표정으로 남성3을 바라본다.)

(남성3도 눈을 크게 뜨고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사회자1 : 뭐 이걸 듣고도 하실 말씀이 없으시다면 어쩔 수 없죠. 간단하게 자기소개를 부탁드리겠습니다.


(남성3은 가만히 있다가 벌떡 일어난다. 품안에서 잭나이프를 꺼내 사회자1을 겨눈다.)


남성3 : 너 이 개새끼 지금 뭐하자는 거야. 씨발 장난도 정도껏 쳐야지. 나, 나 이미 받을 벌 다 받았어. 성실하게 다 받고왔는데 뭐 어쩌라고? 이게 뭐하는 건데? 죽고 싶-


(남성의 머리가 터지고 보이지 않는 원형의 기둥에 남성3의 혈흔이 덕지덕지 발린다.)

(남성1이 여성1의 눈을 가리고 여성2가 두손으로 자기 입을 막는다. 남성2는 입을 약간 벌린 채로 남성3이 쓰러지는 걸 멍하니 바라본다.)

(사회자1의 박수소리와 함께 화면이 바뀐다.)


사회자1 : 그럼 다들 소개가 끝났으니 곧장 퀴즈를 시작해보겠습니다. 여러분들은 문제를 듣고 이에 대한 정답을 말씀해주시면 됩니다.

사회자1 : 첫번째 문제입니다.


(화면이 바뀌고 이내 화면에 문제가 나타난다.)


사회자1 : 상대와 처음 스킨쉽한 날짜를 맞춰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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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 내용 생략됨. 12개의 문제가 나오며 여성1과 남성1과 달리 여성2와 남성2는 서로 의사소통을 진행했음에도 문제를 거의 맞추지 못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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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자1 : 자, 1라운드가 모두 끝났습니다. 2번 패널은 총 2문제, 1번 패널은 총 9문제를 맞춰주셨습니다. 첫 번째 라운드의 승자는 1번 패널입니다.

여성1 : 1라운드? 그러면 여기서 더 한다는 말씀이-


(2번 패널들의 머리가 터진다. 남성1이 여성1의 눈을 가리려 했지만 갑자기 생겨난 보이지 않는 벽으로 인해 가로 막힌다.)


남성1 : (벽을 두드리며) 성연아? 성연아 괜찮아?

여성1 : 오빠, 이게 뭐야?

남성1 : 씨발 모르겠어. 이봐요 사회자님. 지금 어떻게 되는 겁니까? 저희가 이겼으니 끝나야 되는 거 아닙니까?

사회자1 : 우승자가 결정될 때까지 퀴즈쇼는 끝나지 않습니다! 다음 문제들은 선착순으로 맞추신 한분께 1포인트씩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문제는 총 11문제입니다!

남성1 : (넋이 나간 표정으로) 뭐라고?

여성1 : 한 명만 남을 때까지... (뭔가 곰곰히 생각한다.) ...둘 다 문제를 못 맞추면 어떻게 되나요?

사회자1 : 이번 회차는 우승자가 없는 안타까운 회차가 되겠지요.

남성1 : 이 미친 새끼들아 사람을 죽여놓고 우승자 같은 소리 하고 있네. 빨리 안 내보내줘?


(남성1이 노발대발하고 여성1은 말이 없다. 한참을 고민하다가 무언가 결심한듯 깊은 한숨을 내뱉는다.)


사회자1 : 자 바로 다음 문제 드리겠습니다. 자신의 연인이 좋아한다고 말했던 음식 세 가지를 말씀해주세요!


(여성1이 붉은색 버튼을 누른다. 버저 눌리는 소리와 동시에 남성1이 고개를 돌려 여성1을 바라본다.)


여성1 : 체다치즈 두 장 올린 열라면, 교촌 허니콤보, 군대에서 먹었던 누룽지 뽀글이


(팡파레가 울린다.)


사회자1 : 정답입니다! 여성 측 패널에 1점 드리겠습니다!


남성1 : (망연자실 한 표정으로) 성연아?

여성1 : 오빠도 맞춰.

남성1 : 뭐?

여성1 : 나는 살 거야. 이렇게 죽기는 싫어. 오빠도 할 수 있는 만큼 최선을 다 해. 나는 봐줄 생각 없으니까.

남성1 : 너 무슨, 지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야?

여성1 : 그렇잖아? 오빠는 나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았잖아. 나 지금까지 오빠 좋아했던 게 억울해서라도 살 거야. 살아서 더 좋은 사람 만나야겠어. 이게 다 나한테 보상 주는 거 아니야?

남성1 : 그게 무슨 소리야. 우리 그러지말고 방법을 좀 생각해보자. 뭔가 다른 방법이-

여성1 : (남성1에게 시선조차 주지 않는다.) 뭐라는 거야. 조금이라도 떠들 시간 있으면 내 생각 조금이라도 더 해보던가 아니면 유서나 쓰고 있어.


(남성1이 어이없단 표정으로 여성1을 바라보다가 머리를 패널에 쳐박고 주먹으로 패널을 두드린다.)


사회자1 : 다음 문제입니다. 자신의 연인이 자신과 있었을 때 가장 행복해했던 장소와 시간을 말씀해주세요!

남성1 : (엎드린 채로 버튼을 누른다. 고개를 들면 입가에서 피가 흐르고 있다.) 에버랜드 티익스프레스 앞에서. 2041년 5월 14일 처음 내가 고백했던 날.


(팡파레가 울린다.)


사회자1 : 정답입니다! 야 이거 흥미진진해지기 시작하는데요? 남성 측 패널에 1점 드리겠습니다.


(여성1과 남성1은 서로 한마디도 주고받지 않는다. 눈앞에 보이는 화면에 떠오르는 문제를 조금이라도 더 빨리 맞추려 안간힘을 쓴다.)


사회자1 : 다음 문제입니다. 자신의 연인과 가장 최근에 입을 맞췄던 장소는?

여성1 : 오빠네 집앞.

사회자1 :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입니다. 여성이 나온 초등학교의 이름은?

남성1 : 목운초.

사회자1 :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입니다. 남성이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은?

여성1 : 어머니가 돌아가셨다는 연락을 받았을 때.

사회자1 : 아닙니다! 남성 측 패널에 기회 드리겠습니다.

남성1 : (망설인다.) 내가 먼저 헤어지자고 해놓고 한 달 지나서 같이 자주 가던 카페에서 성연이 생각이 났을 때.

사회자1 : 정답입니다!


(여성1이 눈을 감고 입술을 파르르 떤다. 남성1이 패널을 주먹으로 치고 이마를 세 번 패널에 박는다. 이마에 멍이 새파랗게 들었다.)


사회자1 : 다음 문제입니다. 여성이 남성과 결혼을 결심한 순간은?

남성1 : (여성1을 바라보며) 뭐?

여성1 : (시선을 무시한 채) 아파서 자취방에서 쉬고 있는데 지도 독감 걸려놓고 아침에 죽 차려놓고 나갔을 때.

사회자1 :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입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1000일 기념 선물로 준 것은?

남성1 : 컴퓨터. 수냉식 본체에 커브드 모니터였어.

사회자1 :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입니다. 여성이 남성에게 받고 가장 행복해 했던 선물은?

여성1 : 크게 싸운 다음날 손편지로 쓴 사과문이랑 내가 좋아하는 초콜릿 가득 담긴 바구니.

사회자1 :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입니다. 남성이 여성과 함께 있을 때 하는 행동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은?

여성1 : (버저를 먼저 눌러놓고도 망설이다가.) 섹스?

사회자1 : 아닙니다! 남성 측 패널에 기회 드리겠습니다.

남성1 : ...키스.

사회자1 : 정답입니다! 다음 문제입니다. 자신의 연인을 처음 만났던 날은?

여성1 : (침을 삼키고 한숨을 내쉰다. 눈물을 조금 흘리다가 눈을 감고 입을 연다.) 41학번 한국대학교 오리엔테이션 셋째 날. 2041년 2월 23일.

사회자1 : 아닙니다! 남성 측 패널에 기회 드리겠습니다.

남성1 : 41학번 한국대학교 오리엔테이션 둘째 날. 2041년 2월 22일.

사회자1 : 정답입니다!


(사회자의 대답과 동시에 여성1의 머리가 폭발한다. 피가 튀기며 남성1은 깜짝 놀란 후 충격에 빠진 표정으로 옆의 투명한 벽을 바라본다.)


남성1 : 아. 아.

사회자1 : 11문제 중 6문제를 맞추어 남성이 우승자가 되었지만, 아직 한 문제가 남아있습니다. 마지막 문제는 OX문제입니다!


(화면은 목이 없는 여성의 시체를 비춘다.)


사회자1 : '여성은 자신의 연인과 처음 만났던 날을 정확하게 알고 있었지만 10번째 문제를 일부러 틀렸다.' 맞으면 O 틀리면 X입니다.

남성1 : (넋이 나간 표정으로 옆 벽을 보다가 힘 없이 고개를 돌리며.) 뭐라고?

사회자1 : 뭐라고는 정답이 아닙니다! 여성 측 패널에서 대답 의사가 없으므로 기회는 다시 남성 측 패널에게 있습니다. 맞으면 O 틀리면 X입니다.

남성1 : (머뭇거리다가.) ...X.

사회자1 : 틀렸습니다! 여성 측 패널에서 대답 의사가 없으므로 기회는 다시 남성 측 패널에게 있습니다. 맞으면 O 틀리면 X입니다.

남성1 : (멍하니 허공을 바라보다가 옆에 보이지 않는 벽에 묻은 피를 바라본다. 10분을 넘게 대답 없이 벽만 바라본다. 갑자기 남성1의 머리가 폭발한다.)

사회자1 : 시간 초과입니다! 오랜만에 흥미진진한 퀴즈쇼였지만 안타깝게도 이번 회차에도 우승자는 없었습니다.


(10초간 침묵. 카메라가 서서히 줌아웃 되며 세트장 전체를 비춘다. 모두 죽어 피범벅이 된 보이지 않는 원기둥과 사회자1,2만 화면에 비친다.)

(서서히 Rosie And The Originals의 Angel Baby가 다시 흘러나오기 시작한다.)


사회자1 : (고개를 돌려 사회자2를 바라본다.) 이은정씨, 어떻습니까. 정말로 이 세상에 진정한 사랑을 하고 있는 인간은 없는 걸까요?

사회자2 : (웃는 표정을 하고 있지만 눈가에서 눈물이 떨어진다.) 정말 안타까워요.

사회자1 : 하지만 저희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언젠가 진정한 사랑을 찾을 수 있을 때까지 이 [이해할 수 없음]. 최선을 다 해 여러분들께 사랑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진정한 사랑을 찾을 때까지. 지금까지 [이해할 수 없음].

사회자2 : (대답하지 않고 카메라를 보며 웃는다. 눈물이 계속해서 흐른다.)


(영상 종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