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음? 뭐야, 이거 왜이래?"
네비게이션 화면이 깨지면서 흔들렸다.
운전을 하던 남자는 네비게이션 화면을 손가락으로 툭툭 건드렸다.
네비게이션은 지직거리는 소리를 내더니 곧 화면이 완전히 꺼졌다.
"어?.. 뭐야 이거... 안돼."
그는 네비게이션 화면을 잡고 강하게 흔들었다.
하지만, 반응이 없었다.
"아! 씨발!!"
그는 화를 참지 못하고 화면을 내팽겨치며 소리를 질렀다.
그리고 숨을 고르고 낮은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 그니까,.... 씨발... 이 똥차 끌고, 여기로 오는게 아니었는데..."
그는 한 손으로 조수석에 있는 가방을 뒤적거려 지도를 꺼냈다.
"...후우.. 괜찮아. 라스베이거스까지 얼마 안남았어. 직진만 하면 돼. 직진만."
그는 손으로 지도를 꾹꾹 누르며 마음을 달랬다.
"안그래도 심란해 죽겠는데,..."
그는 창문을 열고 끝없이 펼쳐진 황야를 바라보았다.
"해가 떨어지기 전에만,.. 도착하면..."
그렇게 그는 마음을 가라앉히고, 몇 십분을 더 내달렸다.
.
똑같은 풍경을 바라보며 국도를 달리는 도중, 저 멀리 도로 옆 표지판 하나가 눈에 들어 왔다.
[Route 39]
".. 39번 국도.."
그의 차는 표지판을 지나쳐 그대로 나아갔다.
잠시 뒤, 남자는 이상한 위화감을 느꼈다.
"39번이라고?..."
남자는 급히 지도를 다시 꺼내 복잡한 도로망을 살펴보았다.
"... 39번,.... 39번....."
그는 뚫어져라 지도를 살폈다.
그리고 곧 무언가 잘못됨을 인지하였다.
"... 씨발,... 잘못 달아 놓은건가?"
하지만, 이제 와서 다시 차를 돌릴 수는 없었기에 그는 계속해서 직진했다.
.
몇 분을 더 내달리고, 다시 한 번 멀리서 표지판이 하나 눈에 들어 왔다.
[WARNING!]
'경고'. 글귀 아래에는 사람 형상을 한 듯한 그림이 그려져 있었다.
"뭐야,.. 여자?.. 이건 또 뭔..."
그는 꺼림찍함을 애써 지우고, 표지판을 지나쳐 직진했다.
잠시 뒤, 그는 멀리 중앙선에 누군가 서 있는 것을 보았다.
자세히 살펴 보니 붉은 옷을 입은 여성이었다.
"?!!.. 씨발! 미친 거 아니야?!"
그는 바로 브레이크에 발을 올리고, 속도를 점차 줄여 그녀의 5m정도 앞에서 차를 세웠다.
그는 창문을 내리고 그녀에게 상기된 목소리로 말했다.
"저기요!! 위험하게 지금....."
"....."
그는 잠시 여성을 바라보더니, 이내 황급히 창문을 다시 올리고 엑셀을 밟았다.
그는 여성에게 조금의 눈길도 주지 않고, 차를 옆으로 살짝 꺾어서 그녀를 지나치고 직진했다.
그는 가빠지는 숨을 억제하며, 시선을 앞에 두고 달렸다.
".....허억..... 허억...."
남자는 눈을 살짝 돌려 백미러를 바라봤다.
그녀의 모습은 사라지고 없었다.
".... 뭐야,.... 뭔데.... 씨발...."
남자는 떨리는 손으로 운전대를 간신히 부여잡고, 계속해서 직진했다.
.
한참을 더 달려도, 밖의 풍경은 몇 시간 전과 변함 없이 똑같은 황야가 펼쳐질 뿐이었다.
점점 해가 가라앉아 노을이 지기 시작했다.
남자는 충혈된 눈으로 앞을 바라보며 직진을 할 뿐이었다.
"......ㅇ...."
그는 이따금씩 중얼거리는 소리를 냈다.
.
해가 지고 밖이 어두워졌다.
그의 차에도 헤드라이트 불빛이 들어왔다.
그렇게, 칠흑같은 도로를 몇 십분을 더 달리고 나서야 그의 눈에 무엇이 들어왔다.
그는 헤드라이트에 비친 표지판을 확인했다.
[To LASVEGAS : m ]
그는 그대로 표지판을 지나치고 직진했다.
그리고 입꼬리를 올리고 비식비식 소리를 내며 웃었다.
"..ㅎ힉,..ㅎ.. 이 씨발!! 지랄하지마!!. ..!!!"
그는 운전대를 양 손으로 미친듯이 내리쳤다.
.
잠시 뒤, 헤드라이트에 멀리 있는 표지판이 비췄다.
[Do Not U Turn]
남자는 무표정으로 표지판을 지나쳐 직진했다.
잠시 뒤, 어두운 도로에 누가 서 있는 것이 헤드라이트에 비췄다.
붉은 옷을 입은, 그녀였다.
"!!... !!!!.....ㅆ!!,...."
그는 황급히 속도를 줄여 차를 세웠다.
불과 몇 걸음도 안 되는 거리에 그녀가 서 있었다.
헤드라이트에 비친 그녀의 붉은 옷이 선명하게 빛났다.
그녀의 얼굴은 어둠에 가려 드러나지 않았다.
"...!허,.... ㅇ,..으, 후으, ,.. 흐.,.!."
그는 패닉 상태에 빠져, 핸들을 급하게 돌리며 차를 반대방향으로 꺾었다.
"....ㅎ...,허...씨....씨ㅂ..."
남자는 차를 바로 세우고, 엑셀을 강하게 밟았다.
그녀의 모습은 어둠과 함께 사라졌다.
잠시 뒤, 그의 앞에 붉은색 표지판이 나타났다.
[STOP]
"ㅆ!,.. 좆까!!, 이 씨발새끼야!!..ㅇ.."
그는 숨을 헐떡이며, 큰소리를 내질렀다.
표지판을 지나치고 계속해서 달렸으나, 곧 다시 붉은색의 표지판이 나타났다.
[STOP]
그는 운전대를 떨리는 손으로 억지로 눌러 잡으며, 엑셀을 밟으며 가속했다.
그가 빠르게 달릴수록 계속해서 붉은색의 표지판이 이어서 나타났다.
[STOP] [STOP] [STOP]
"...ㅈ,...좆까,.. 씨ㅂ..."
몇 번을 지나쳤는지 셀 겨를도 없이 그는 미친듯이 달렸다.
잠시 뒤, 다시 한 번 표지판이 헤드라이트에 비췄을 때, 그는 브레이크를 밟아 차를 급격히 세웠다.
급정거로 인해 차가 크게 들리고 그의 몸이 앞으로 쏠렸다.
헤드라이트에 노란색 표지판이 비췄다.
[GO STRAIGHT]
그는 땀범벅이 된 얼굴로 표지판을 한동안 응시했다.
이빨을 갈며 손을 운전대에 몇번 퉁퉁 두드렸다.
잠시 뒤, 그는 결심한 듯 운전대를 꺾어 차를 반대로 돌렸다.
그리고 다시 엑셀을 밟아 지금껏 왔던 방향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그가 지금까지 봐왔던 표지판들은 사라져 보이지 않았다.
잠시 뒤, 붉은색 표지판이 하나 헤드라이트에 비췄다.
[STOP]
그는 표지판을 확인한 뒤, 입을 벌리고 미친듯이 웃었다.
"됐어!!! 씨발!!, 이제 알았다고!!!,. ㅎ하하!!"
잠시 뒤, 다시 똑같은 붉은색 표지판이 계속해서 나타났다.
[STOP]
[STOP]
그는 실성한듯 웃으며, 엑셀을 강하게 밟으며 내달렸다.
"... 이제 어쩔거야? 어? 씨발새끼야,.. 이제 어쩔거야?"
.
몇 분이 더 지난 뒤, 자동차 계기판에 불이 껌벅거렸다.
기름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신호였다.
그는 숨을 크게 들이쉬고 내뱉으며 마음을 진정시켰다.
곧 그의 앞에 검은색 표지판 하나가 나타났다.
"...?.!!..ㅁ,...뭐!!"
그는 브레이크에 발을 올려 속도를 줄여 차를 세웠다.
그는 표지판을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그의 숨이 점점 가빠졌다.
".....씨발,.... 지랄하지마..."
그는 차의 시동을 껐다.
차의 헤드라이트가 꺼지고 곧 완전한 어둠이 찾아왔다.
차의 엔진 소리가 잦아들자 그의 숨소리을 제외하곤 그 어떤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그가 다리를 떨며 손톱을 깨물었다.
운전대에 머리를 박고 숨을 골랐다.
눈을 감고 알 수 없는 소리를 중얼거렸다.
그때, 어둠 속에서 또각거리는 발자국 소리가 들렸다.
발자국 소리는 그를 향해 점점 다가왔다.
그가 실소를 터뜨리며 웃었다.
발자국 소리는 그의 바로 옆에서 멈추었다.
그의 눈에서 눈물이 흘러내렸다.
그가 천천히 고개를 들었다.
.
시끄럽게 전화 벨소리가 울렸다.
후덕한 인상의 중년 남성은 한 손으로 운전대를 잡고,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이야?"
"경감님, 찾았습니다."
"?! 뭐, 벌써? 라스베이거스야?"
"아뇨, 대신에 놈이 탄 차를 발견했습니다. 아직 놈이 애리조나를 벗어나지 못한 것 같습니다."
"놈이 차를 두고 도망쳤다고? 거기가 어딘데?"
"93번 국도입니다. 라스베이거스로 가는 길을 추적하다 발견했습니다. 그런데, 애리조나 놈들이 먼저 선수를 친 것 같습니다. 벌써 견인차를 불렀더군요."
"뭐,.. 젠장! 그래도 아직 놈은 남아있을테니,.. 나는 일단 라스베이거스로 간다. 너는 현장에서 수습해, 뭐 놓치지 말고."
"네,.. 근데, 이상한 점이 조금 있습니다."
"그게 뭔데?"
"문이 잠긴 채로 키가 차 안에 그대로 꽂혀 있고, 놈이 나간 흔적이 보이지 않습니다. 증발한 것도 아니고,..... 어!!"
"뭐야! 왜그래?"
"방금 애리조나 놈들이 트렁크를 땄는데,.. 시신 한 구가 들어 있습니다."
"허,... 숨길 자신은 없었나 보군. 알았어, 또 연락하지."
그는 연락을 끊고 연신 혀를 차며 차를 라스베이거스 방향으로 돌렸다.
음.. 솔직히 좀 불친절하네.
맛잇다... 개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