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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학년도 영한고등학교 학생 규칙서 (1)삶에 지친 당신은 사직서를 내고 ‘영한산자연휴양림’을 찾았다. 후. 숨통이 트이고 머리가 맑아진다. 처음 가보는 곳이었지만 왜인지 익숙했고 나무와 꽃 한 송이마저 당신을 반기는 듯했다. 시원한 시냇물에 발목을 담근 채m.dcinside.com
여기에서 이어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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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로등 밑에 서서 이런저런 생각을 하던 중, 등 뒤에서 철문이 열리는 소리가 우렁차게 울렸다.




등교 시간이었다.










당신은 안타깝게도 당황을 감추지 못했다. 그래도 건물 입구에 서있지 않았다는 점은 다행이었다.




학생들이 등교하는 모습을 관찰한다.




아. 생각보다 평범한 모습이었다. 야간 등교 시간이니 전부 1학년일테고. 맑은 하늘의 색을 띈 넥타이가 아주 예뻤다.




특이한 점이 있다면 모두의 입가에 기분 좋은 미소가 어려 있었다.

행복한가 보네.




당신은 걱정을 한시름 놓았다. 규칙서를 읽을 땐 조금 찜찜했는데, 학생들은 그냥 평범한 학생들이었구나.







그 때, 가로등 뒤에 숨어있던 당신에게 누군가가 말을 건다.




“뭐 하십니까?”




하늘색 넥타이, 명찰엔 성유진 이라고 적혀있다.




“당신은 우리 학교 사람이 아닌가 봅니다?”

성유진 학생이 여전히 미소를 띈 채 말했다.




갑자기 나타난 학생의 딱딱한 말투와 목소리에 당황하여 멍청하게 서있었다.




“원래 넥타이 안 맨 자들은 단체구타가 원칙이긴한데, 당신은 학생이 아닌 것 같으니 교장실로만 보내드리겠습니다.”




학생을 따라간다. 본관 2층으로 간다.










교 장 실







교장실 문은 금으로 만든 건지 코팅만 한 건지 눈부시게 빛났다.

그리고 굉장히 두꺼웠다. 방음벽인가?


문 앞에서 무슨 종이를 발견하였다.

하나 챙긴다.




성유진 학생이 교장실의 황금 문을 세 번 두드리자 문이 열리고 교장이 나왔다.




“기다리고 있었소, 들어오시죠.”




학생은 금세 사라졌다.







당신은 지금까지의 상황을 설명했다. 산에 들어온 이유부터, 산이 아주 마음에 들었고, 해가 지기 시작하길래 헤메다가 학교를 찾았다는 것까지.




규칙서를 주운 일은 말하지 않았다.




교장은 밝은 표정으로 들어주었다. 산이 마음에 들었다는 부분에선 살짝 웃은 것 같기도 하다.




“나가게 해 드릴 수 있소. 다만, 이곳 영한산의 지리는 매우 복잡하여 지금 나가는 것은 자살행위와 다름없소.

차라리 학생이 되는 것이 나을 것이오. 하늘색 넥타이와 교복을 챙겨가시오.”




교장의 어색한 말투에 조금 불안했던 당신은, 학생이 되라는 말에 크게 놀라서 돌려 거절하기로 했다.




“입학을 하라는 뜻입니까? 저는 당장 먹고살기도 힘든 형편인데요. 학비와 교복비, 급식비나 책값 등등이 발생할텐데 저는 낼 수 없습니다.”




“걱정 마시죠. 지원해 드리오. 본교는 대한민국 최고의 사립 고등학교로, 당신은 이곳의 시설을 매우 마음에 들어 할 것이고,

학교의 3개년 과정을 잘만 마치면 당신은 세계 최고의 명문대나 억대 연봉을 받는 직장에 자동으로 배정되오.”




바로 자리에 앉았다. 교복 입고오면 되나요?




“넥타이 매는 것 잊지 마시고, 1학년 교과서 묶음을 챙겨가시오.

이 건물 5층의 1학년 5반으로 가시면 되오. 나가는 길에 <신입생> 규칙서도 가져가시고.”




<입학생> 규칙서와 <신입생> 규칙서가 다른 서류함에 담겨 있었다. 둘이 다른 건가?




당신은 교복과 하늘색 넥타이를 잘 착용하였다.




<신입생> 규칙서

새 교과서

교장실 앞의 의문의 종이

<학생> 규칙서 (가로등 밑에서 주운 것) (읽음)




잠시 벤치에 앉아서 정리하기로 했다. 먼저 짧아보이는 <신입생> 규칙서부터 확인해볼까.







2023학년도 영한고등학교 신입생 규칙서




(0번부터 4번은 처음 읽었던 규칙과 동일하다.)

(새로운 내용만을 읽어본다.)




5. 신입생이라는 것을 누구에게도 들키지 마십시오.




학생들은 대체로 다른 이들에게 관심이 없으니 들킬 가능성이 희박하지만,




학생들 중 남에게 관심이 아주 많은 자 또는 동급생이 아닌 것에게 들켰다면 곤란해질 것입니다.




자연스럽게 행동하십시오. 학교에 들어온 이상 모두 같은 학생입니다.




(어라…. 잠시 성유진 학생의 얼굴이 스쳐 지나간다.)







6. 넥타이를 매지 않은 자는 친구들과 함께 밟아주십시오. 목소리를 내지는 마십시오.




이외의 것에게는 권장하지 않습니다.




(2학년 지침서의 6번이 생각난다.)







7. 수업 시간이 아닌 시간에는 자유롭게 행동하셔도 좋으나, 본관과 별관 출입만은 삼가주십시오.




본관: 교실, 교무실, 과학실, 음악실, 교장실 등이 있는 가장 큰 건물입니다.




별관: 2층 체육관, 3층 급식실만이 있는 본관의 동쪽에 위치한 정사각형 건물입니다.




(건물 밖은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건가? 의외다.)







아래에는 학교 약도가 그려져 있다.




특이한 점은 매점이 두 군데에 있다는 것, 교실이 있는 건물에서 급식실로 가는 복도가 꽤 길다는 것.




이 교장실 앞에서 챙긴 의문의 종이는… 읽을까?




한참을 고민하다 쉬는 시간 종소리에 놀란 당신은

종이를 주머니에 쑤셔 넣고 서둘러 5층으로 올라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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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는 훌륭했다. 모든 시설이 새 것처럼 깨끗하고 관리가 잘 되었다. 학생들과 대화할 일도 없으니 아직 안 들킨 것 같았고, 수업의 질도 매우 좋았다.

하교 후 갈 곳이 없던 당신은 운동장의 스탠드에 앉았다.




다 읽은 규칙서를 다시 읽었다. 문득 아직 읽어보지 않은 종이에 대한 호기심이 생긴다. 읽을까?




부스럭




뭐야. 인기척에 놀라서 뒤를 돌아보니, 등교 시간에 봤던 성유진 학생이 서 있었다.




“학교 건물 밖이니 자유로운 대화가 가능합니다. 잘 곳이 없다면 기숙사의 빈 방을 찾아 들어가십시오.”

이 학생에게서 도움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




몇 가지 궁금한 점을 질문하였다. 빈 방인지는 어떻게 압니까? 노크를 가볍게 세 번 하시면 느껴질 것입니다. 돈이 없는데 매점은 어떻게 이용하나요? 그냥 가셔도 음식을 제공받을 수 있습니다. 말투가 왜 그렇게 딱딱한가요? 모든 학생들은 하십시오체를 사용합니다, 원칙입니다.

그렇구나. 규칙서엔 없었는데.




혹시….




주머니에서 의문의 종이를 꺼내 학생 앞에 흔들어 보였다.




“이거, 교장실 앞에서 주웠는데 읽어봐도 되나요? 아니. 읽어봐도 됩니까? 왜인지 읽어보고 싶은데 망설여지네요.”




교장실 앞…?에서?”










학생은 하얗게 질려서 달아나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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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가 뜨기 직전에 잠들어서 해가 중천일 때 일어났다. 할 일도 없겠다, 짐을 주섬주섬 챙겨서 학교를 둘러보기로 했다.




의문의 종이는 던져두었다. 굳이 위험을 감수할 필요는 없으니.







천천히 학교 주변을 둘러보았다.

급식실과 체육관에서 나오는 길에는 숲 속 컨셉으로 꾸며놓은 공원이 있다. 벤치에서 학생들이 빵을 먹고 있다.




당신은 매점에서 컵라면을 가져왔다. 하루가 어떻게 지나간 건지 정신이 없고 혼란스럽기만 했는데, 익숙한 맛에 안도감이 들어 눈물을 찔끔 흘렸다.




여기서 3년동안 못 나가는 건가…. 그래도 돈도 안 들고 취업도 시켜준다는데. 어차피 산에서 나와도 당신은 혼자이다. 오히려 더 외롭고 힘들 수도 있겠다. 지금이 더 좋은 것 같다.







2학년의 체육 수업이 진행되고 있었다. 정말 초록색 넥타이네. 싱그러운 나무의 빛깔을 닮은 예쁜 녹색이다.


밤에는 보지 못했던 학교 게시판을 확인해본다.

학생회장 한기현 학생부회장 성유진? 그 학생, 학생부회장이었구나.

한기현은 저기 운동장을 선두로 달리고 있는 녀석이네. 얼굴을 외워 두자.




등교벨이 울린다. 바로 학교로 들어갔다.

오늘도 평화로운 하루였다. 그렇게 생각했다.




저게 뭐지? 복도의 공간이 살짝 일그러져 있었다.


한 발짝을 떼려고 한 순간,







‘3. 미리 안내했던 ‘그것’을 만나지 않도록 주의하십시오. ‘







규칙서의 3번 문항이 뇌리를 스쳤다.




저게 ‘그것’인가봐. 이 정도면 3-1쯤에 해당되려나.

눈을 아래로 하고 가만히 멈춰 서서,




‘제발 내 넥타이를 초록색으로 봤기를. 내 넥타이를 초록색으로 봤기를. 내 넥타이를 초록색으로 봤기를. 내 넥타이를 초록색으로 봤기를.’

빌었다.




일렁일렁일렁이는 공간이 점점 멀어져 갔다. 발견하지 못한 것 같다.


뒤도 안 보고 도망쳐야 할 것 같긴 한데,

웬 놈의 호기심이 자꾸 발을 움직였다.




처음에 봤던 그 위치에는 적당한 광택이 도는 고급스러운 검정색 넥타이가 떨어져 있었다. 한번 매어 보고 싶네 한번 매어봐서거울에 비친 내 모습을확인하고 싶네

그냥 그런 생각이 들었다




당신은 서서히 손을 뻗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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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 약도 그리다가 토했다….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