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이맘때, 나는 실직했습니다.

더 이상 회사에서 내가 설 곳은 없었고, 환영받지 못하는 존재가 된 것입니다.

본디 밑 빠진 독에 물 붓기로 생활을 유지해 온 나로써는, 모아둔 돈도 없이 빠져나갈 물을 충당해야 했습니다.

잠시라도 누군가에게 손을 벌리고 싶었지만 나에게는 모정을 베풀어줄 어머니도, 버팀목이 되어 줄 아버지도 없었기에

모든 책임은 내가 져야 했고 한시라도 빨리 새 직장을 찾아야 했습니다.

물론 말처럼 쉬운 일은 아니었고 포기하고 싶은 날도 많았습니다.

하지만 사람은 누군가를 책임져야 할 때 굳건해진다고 하던가요,

나에게는 내가 지켜줘야 할 것이 하나 있었기에 다시 시작할 수 있었습니다.

그것은 바로 나의 하나밖에 없는 분재입니다.



분재! 흔히 난쟁이 나무라 많이 부르는 그것은 아름답다는 말로만으로는 표현할 수 없는 매력이 있습니다.

그것은 단순한 식물이 아닙니다.

두 갈래로 나뉜 뿌리는 가늘지만 수많은 고난을 겪은 것처럼 굳세고,

두 개의 가지는 그 수로 따진다면 볼품없지만 다섯 갈래로 갈라진

그 손끝에서는 남부럽지 않은 생명을 꽃피워 냅니다.



하지만 빛이 있는 곳에는 어둠이 따른다고 하던가요, 사람들이 이를 난쟁이 식물이라 부르듯

작은 크기에 그만큼 굉장한 아름다움을 담기 위해서는 세밀한 온도 조절과 같은 환경 유지가 필수입니다.

이를 위해서 병실 하나를 빌릴 수밖에 없었고 그곳에서 환경의 조절, 영양 공급 등을 모두 하였습니다.

병실뿐 아니라 산소호흡기와 같은 장비를 사용한다는 것은 많은 돈을 매달 필요로하는 일이고,

직장을 잃은 내게 이전과같이 많은 돈을 준비할 수 없는 것은 당연한 일이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하면 안 되는 선택을 하였습니다.

생활고를 감당할 수 없어 내가 책임져야 할 것을 끝까지 책임지지 못한 것입니다.

나는 그것의 산소호흡기를 때어냈습니다.



그리하여 나는 이곳에 편지를 남깁니다.

내가 베어낸 나무의 가지에 피어있던 꽃이 바로 나였단 것을 몰랐기에,

그것이 나의 삶이란 것을 몰랐기에,

나는 그것과 함께 낙화한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