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짜를 말하기에는 힘들지만, 
그 날부터 사람들은 날 내려다 보기 시작했다.


마치 소인족이 된 느낌. 


그 내려다 보는 것이, 머리는 멀리 있고 몸통은 가까이 있는 것이,

꽤나 불쾌했다.


내려다 보면서 사람들은 나에게 얕은 동정심을 품는다.


"안타깝다."


"어떡해."


"와... 진짜."


사람들은 나만 보면 탄식을 한다.


탄식은 하되, 이해는 없다.


된 적이 없으니, 이런 적이 없으니 그렇다.


지하철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줄 서있을 때,

여러 군데 갈 수 있는 사람들은 내 앞을 가로막는다.

내 유일한 길을 막는다.


버스를 탈 때,

사람들의 얕은 연민속에 깊게 숨겨진 본능적인 짜증이 느껴진다.

사회적으로는 위험하나, 개인적으로는 느낄 수 밖에 없는 그런,


귀찮음과 짜증.


무표정, 그리고 주름진 눈썹과 깊게 다문 입이 말한다.



사람들은 나를 보며 자신은 정상이라는 안도감을 연료 삼아

동정심을 불태우며 탄식이라는 매연이 내뿜어진다.


괴롭다. 정말로.


차라리 희귀병이였으면, 내 유전자라도 탓할 텐데.


차라리 사고였다면, 내 부주의로 탓할 텐데.


재해가 아닌 인재로. 난 소인족이 되었다.



하지만 내 생각을 바꿔야한다. 살기 위해서는,

생각은 같잖은 망상일 수도 있다.



아니. 이것은 망상일 수 있다. 


제발. 이것은 망상이여야 한다.


그래. 이것은 망상이 맞다. 



내 같잖은 망상이 평범한 사람을 내려다 보는게 아닐까.


사람들이 날 내려다 본다고 해서, 모욕은 아니다.


자신을 잡아먹는 망상을 벗어나 혹독하지만 새로운 삶을

살아가야한다.



나보다도 힘들어하는 우리 부모님을 위해서라도,


나를 도와준 담당 의사를 위해서라도,


불편함을 감수하며 술을 나누는 친구들을 위해서라도,


무엇보다도 현실을 외면하는 나 자신을 위해,



난 죽지 않고 제 2의 삶을 시작하겠다.












군대에서 하반신 마비가 되고 전역하면서 썼던 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