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직도 규칙서가 우리를 위해 존재한다고 생각하시나요?

"소정의 보상금"?
아직 대한민국에서 덜 살아보셨구나. 국가를 위해 헌신한 사람들에게도 제대로 보상을 하지 않는 나라잖아요. 정말로 몇 차례의 노골적인 경고문을 무시하고서 기어들어온 당신에게 보상할 돈이 있다고 생각하시는 거에요?
얼마나 편해요, 인간은 동물실험체와 달리 보상이 주어진다는 말 만으로 동기부여를 하는데.

그래도 "생존"이 먼저라고요?
아하, 그럴 줄 알았어요. 당신과 당신 주변 사람들의 평소 행동을 생각해보시라구요. 생각이 조금만 달라도, 몸무게나 얼굴이 조금만 달라도 당신과 당신 주변이 가했던 방관과 멸시를 제발 생각해보세요. 여기서 살아서 나가는 것 역시 중요한 문제지만 그 이후의 생존은 생각해보셨어요? 생존이 누군가로 좌우되고, 살아 숨쉬는 것이 죄가 되는 삶이 정말 이 모든 댓가를 치르고서라도 얻을 만한 것인지 생각해보셨냐고요.

애초에 생각을 해보셨어야 해요. 이 규칙서가 당신들 기준으로 쓰여졌는지를요.
팔다리를 자르라거나, 고막을 파괴하라거나, 혀나 눈알을 바치라는 것들이요. 주위를 둘러봐요. 충분한 날붙이도 없는 환경에서 신체일부를 뚝뚝 잘라낼 수 있는 인간이 몇이나 되겠어요? 지혈은요? 당신이 뚝뚝 흘리며 지나간 흔적들이 무언가를 꼬여낼 거라는 생각은 하지 않았어요? 봐봐요. 제 눈을 똑바로 보세요. 당신들이 무엇을 가지고 싶어서 그토록 그와 협상을 시도하는 건지 모르겠지만, 대부분의 인간들은 그 이후로 살아나가지 못했어요.

음... 이건 어때요? 제가 다른 대안을 제시해보죠. 당신이 그 규칙서를 주면 제가 바깥으로 내보내드릴게요. 저도 한 때는 당신과 같은 입장이었거든요.
그러니까 그것 좀 줘봐요.


그녀의 번들거리는 새빨간 눈동자들이 흥미롭다는 듯이 당신을 조소하고, 연민하고, 욕망한다. 당신에게 내민 그녀의 발톱과 가시만이 앙상하게 솟아나온 그것에 당신은 당신의 마지막 목숨의 담보를 올려놓을지 고민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