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가 이 녹음기를 어디서 발견했을지 모르겠네.

운이 좋다면 회사나 함선 안이겠고, 그게 아니더라도 가급적 안전하고 쾌적한 환경이길 바래. 아니라면 그만큼 네가 힘들어질 테니.


그래 씨발... 신입이야? Lethal Company에 온 것을 존나게 환영해.

시간이 많지 않아서 길게는 말하기 힘들 것 같네. 네가 여기서 얼마나 일했는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무사히 퇴사할 수 있으리라는 기대는 버려. 나는 이미 다른 팀들이 어떻게... 해고당했는지 많이 봤으니까. 

일단 두 가지만 명심해. 반드시 자정까지 함선으로 복귀할 것. 그리고 무슨 일이 있어도 할당량은 맞출 것. 

합을 맞는 팀원들과 최대한 오래가는 게 중요해. 공백이 생겨도 다시 신입이 보충되기는 하지만, 아무것도 모르는 초보자를 데리고 Titan이나 Rend처럼 수익률이 좋은 행성들을 다니기는 어려우니 그 친구가 경험이 쌓이기 전까지는 수익이 반으로 토막 나거든.

우리는 정산 날 딱 3$가 부족

했던 적이 있었어. 제비뽑기를 두 번 했고. 처음에는 Alex가, 두 번째로는 내가 걸렸지. 몇 달 동안 생사를 넘은 동료의 머리를 삽으로 후려치는 게 그리 달가운 기분은 아니더라고. (거친 숨소리.)


뭐... 잡다한 소리는 됐고, 좀 도움이 되는 소리나 해줄게.

시설 외부라고 마냥 안전하지는 않아. 비가 오는 날에는 지형이 물에 잠기기도 하고 늪이 생기기도 하니까. 또 그 괴물 자식들이 시설 안에만 있는 것도 아니라서.

아 그리고... 어지간하면 함선에서 행선지를 정할 때 말해주긴 할텐데, 만약 네가 함선에서 내렸을 때 일식 현상이 관측된다? 급한 상황이라 어쩔 수 없는 게 아니라면 그 날은 퇴근해.


그 이상하게 생긴 깡충거리는 애들 봤어? 새처럼 생기기도 했고, 원숭이처럼 생기기도 했고... 회사 측에서는 개코 매라고 부르는 것들인데, 걔네가 주변에 알짱거리면 괜히 자극하지 않는 편이 좋아. 그리고 알짱거리기 시작한다 싶으면 최대한 빠르게 복귀해. 그 새끼들, 무리생활을 하거든. 몇 놈 없다고 무시했다가 나중에 수십 마리가 함선 주변에 득시글 거리는 수가 있어. Hi.


다음으로 존나 큰 개새끼들. 걔네 시각은 없다. 대신 청각이 더럽게 예민해. 속삭이는 소리, 발소리, 기타 등등 우리가 걔 소리를 들을 수 있으면 걔도 우리 소리 어지간하면 들을 수 있어. 주변에 있다 싶으면 그냥 웅크려서 다녀. 근데 만약에 주변에 다른 괴물도 있어서 뛸 수밖에 없는 상황이면 지그재그로 뛰고. 무슨 헛소리인가 싶을 텐데, 걔네 속도가 빠른 대신 방향을 잘 못 꺾어. 그나마 살 수 있는 방법이야.

참고로 개코 매의 경우에는 여차하면 때려죽일 수 있는데, 얘네는 괜히 잡으려고 시도하지 마. 가죽이 무슨 바위보다 딱딱하니까. 처음에는 정신 나가는 줄 알았는데, 이 일에 익숙해지면 얘만큼 얌전한 애가 없더라. 보다 보면 좀 귀엽기도 하고.


또... 거인 있지? 우리는 숲지기라 부르는데. 그 엄청 크고 몸 곳곳에 눈알 박힌 녀석. 그냥 땅이 흔들리고 큰 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십중팔구는 얘야. 아니면 낮은 확률로 레비아탄이거나.

덩치만 봐도 감이 오겠지만 얘한테 걸리면 방법이 없어. 섬광탄 같은 거 있으면 잠깐 따돌릴 수는 있는데, 진짜 잠깐이다. 진짜 존나게 빠르니까 그냥 얘가 뛰는 소리가 들리면 함선이랑 거리가 가깝기를 기도해.


마지막으로 레비아탄. 글쎄... 말로 설명할 수가 없네. 주변에 거인이 있는 것도 아닌데 땅이 흔들리거나, 뭔가 흙먼지가 피어오른다 싶으면 들고 있는 장비들 다 던지고 일단 무조건 뛰어. 만약 네가 삼켜지지 않았다면, 숲지기를 따위로 만드는 엄청난 크기의 지렁이가 하늘 높이 승천하는 장관을 구경할 수 있는 기회이기도 하지. 뎅-


아 그리고 벌집 있잖아? 회사에서 은근히 비싸게 쳐준다. 근데 그 회로벌들, 정전기라고 생각하기에는 진짜 엄청 따끔거리니까 어느 정도 짬밥이 쌓이면 시도해봐. 참고로 벌들은 집 뺏기면 개지랄하니까 가급적 탐사 끝나고 복귀하기 직전에 하는 게 좋아.


이정도면 시설 외부 위험 요소들은 대충 짚었는데... 우리 일이 뭐야? 시설 내부에서 폐철물 주워오는 게 일이잖아. 아직 절반도 설명 안 했어.

참고로 수색할 때는 늘 조심해. 곳곳에 지뢰랑 터렛도 있고, 낭떠러지도 있고, 천장이랑 등 뒤도 잘 확인해야 해. 이건 나중에 말해줄게.


커다란 바퀴벌레인지 곱등이인지 모를 애들이 있는데, 나는 예삐라고 불러. 보다 보면 귀엽거든. 아무튼 얘네는 어지간하면 선공은 안 해. 근데 자기들 둥지에 소중히 모아둔 잡동사니들 가져가면 파다다닥 날아다니면서 지랄하니까 문제지.

근데 그게 끝이야. 벌레답게 허약해서 그냥 삽으로 좀 패면 바로 죽어. 우리도 신입 시절에는 막 피해 다니고 그랬는데, 요즘은 보이면 도망치기도 전에 먼저 달려가서 삽으로 후드려 까. 징그럽게 생기긴 했는데 보다 보면 익숙해 질 거야. 더 좆같이 생긴 애들이 워낙 많아서 여기에. 끼릭, 끼릭, 끼릭, 끼릭,


그리고 내가 아까 천장 잘 보고 다니라고 했었지? 가끔 보면 천장에 커다란 벼룩 한 마리 붙어있는 거 볼 수 있는데, 얘네는 사람 지나가면 그대로 덮치는 애들이야. 주변에 다른 사람 없으면 붙잡히는 순간 그대로 죽는 거지. 복도나 방의 환풍기가 열려있으면 주변에 벼룩이 있을 가능성이 높으니까 유심히 확인하고.


또 돌아다니다가 거미줄이 보이면 주변에 거미가 있다는 건데... 글쎄, 괜히 거미줄 건드리거나 거미 잡아보겠다고 설치는 건 그렇게 추천하지 않아. 물론 출입구로 향하는 유일한 길목에 거미가 자리를 잡은 상황이면 어쩔 수 없는데, 그거 존나 크고 징그럽고... 그리고 무엇보다 잘못 물리면 뒤진다. 만약 누군가 죽었다면 걔가 시체 고치로 만드느라 잠시 딴청 피우는데, 그때 대가리 후려치는 게 마지막 기회라고 생각해.


하아... 씨발 잠깐만... 좆됐네 진짜. 아무튼 어디까지 말했더라?


수색 중에는 가급적 자주 뒤를 확인해주는 게 좋아. 그게 언제... 네 목을 꺾으려고 기어 오는 중일지 모르거든. 만약 어두운 곳에서 하얀 안광이 반짝이는 것 같았다 싶으면, 그건 네가 잘못 본 게 아니라 브래컨과 눈이 마주친 거야. 밝은 곳에서 보면 깜짝 놀랄 수도 있는 모습을 한 친구인데... 아무튼 중요한 게 아니지. 만약 브래컨과 눈이 마주쳤을 때, 걔가 도망치면 상관 없어. 근데 걔가 쫓아온다면 존나게 뛰어. 뛰면서도 계속 틈틈이 뒤를 돌아봐. 걔가 제풀에 꺾여 다시 도망치면 다행인 거고, 만약 네가 막다른 길까지 몰렸는데 계속 뛰어온다면... 글쎄. 네 팀원들이 그 새끼가 네 시체를 끌고 가는 모습이라도 발견하기를 바래. 죽은 줄도 모르고 실종 처리가 되는 것보단 나을 테니.


또 뭔가 기어 다니는 소리가 들린다면, 글쎄... 샷건이 있거나, 네가 팀원들과 다 같이 있는 게 아닌 이상 가급적 전투는 피하는 쪽이 좋아. 사실 우리 일이 애초에 싸우는 게 목적이 아니잖아? 무기는 호신용이라고 생각하는 게 편해. 괴물들 시체를 팔 수 있는 것도 아니고, 괜히 다치면 우리만 손해니까. 참고로 이 친구는 외부에서 나오는 눈 없는 개랑 반대로, 시각을 제외한 다른 감각이 없어. 네가 얘를 보지 못했는데 얘가 너를 볼 확률은 사실상 없으니까 괜히 무리하지 마. 존나게 빠르고, 존나게 아프니까. Carl의 오른팔을 한 번에 물어뜯었다고. 뎅-


아 참고로 기어 다니는 게 얘만 있는 건 아니고, 슬라임도 있거든? 진짜 존나 느려터져서 어지간하면 잡힐 일이 없는데, 닿는 순간 녹아내리니까 절대 닿지 마. 제일 큰 문제는 보통 다른 괴물한테 쫓기는 상황에서 슬라임이 길을 가로막고 있는 중일 텐데, 그냥 전력으로 뛰어. 네 운동신경이 이 슬라임도 뛰어넘지 못할 정도로 구렸다면 회사가 너를 합격시키지도 않았을 테니까.

참고로 얘는 괜히 때리지 마. 삽으로 10시간 정도 때려도 더 빨라질 뿐이지 멀쩡하더라. 총알도 10발 정도 낭비해봤고. 


그리고 존나 큰 입을 가진 도마뱀인지 뭐 네펜데스인지 이상하게 생긴 애들이 있는데... 그냥 무시해. 이상한 소리 내면서 가끔 무해한 가스 뿜고, 진짜 가끔 생채기 날 수준으로 무는 거 빼고는 아무 영향도 없는 애들이니까. 보통 사람 발견하면 도망가면 도망가지 먼저 달려드는 일은 없는 애들이야. (음악 소리)


... 그래 씨발. 안타깝게도 내게 진짜로 남은 시간이 얼마 없는 거 같네. 

 이제부터 잘 들어. 앞서 말했던 풋내기들이랑 비교도 안되게 위험한 것들이니까.


우선... 스프링 소리가 들릴 때가 있어. 마네킹 같이 생기고 목은 스프링처럼 길게 늘어난 녀석인데, 코일 헤드라고 불러.

뎅, 뎅, 거리는 소리가 들린다 싶으면 조심해야 해. 보고 있을 때는 괜찮아. 대신 네가 조금이라도 시선을 다른 곳으로 돌리는 순간 순식간에 다가와서 네 목을 따버리겠지.

가급적 혼자서 다니면 안되는 이유 중에 하나야. 가장 좆같은 사실은, 이 코일 헤드가 시설 안에 하나만 있는 게 아니라는 거지. 어차피 브래컨도 조심해야 하니까 언제나 사주경계를 명심하고.


또... 그래. 이상한 음악 소리가 들리거나, 존나 우습게 생긴 걸어 다니는 상자를 봤으면... 곧장 시설 밖으로 도망가. 네 팀원들도 전부 다. 누구도 시설 안에 남아있으면 안돼. 걸어 다니는 상자일 때는 괜찮지만, 만약 그 새끼가 음악을 연주하기 시작했다면 연주가 끝나기 전에 최대한 빠르게 시설 밖으로 나가. 단 한번, 단 한번 무전기가 고장 나서 그 새끼가 나타났다는 연락을 받지 못했던 적이 있었고... 그때 나를 제외한 내 팀원들이 모두 바뀌었어.


아 그리고... 팀원들끼리 수신호 하나 정해두는 게 좋아. 아니면 암구호라던가. 

작업복 입고 있다고 전부 같은 사람은 아니니까.

다른 팀원이 보이면 무조건 얼굴부터 확인해. 너도 알겠지만 우리 헬멧 검은색이다. 만약 하얀색 헬멧처럼 보이거나, 네가 시력이 조금 더 좋아서 헬멧 위로 가면을 쓰고 있는 것까지 봤다면 곧바로 도망쳐.

그거 동료 아니다. 쿵,쿵,쿵,


또 뭔가 삐걱거리거나... 끼릭거리거나... 아무튼 무슨 소리 들리면, 높은 확률로 병정이 주변에 있는 거거든. 딱 보면 왜 병정이라고 불렀는지 알 수 있을 거야.

이 새끼가 끼릭거리면서 주변 살필 때 움직이지만 않으면 괜찮아. 근데 얘가 들고 있는 총, 장식용 아니다. 그것만 알아둬.

너랑 네 팀원들이 모두 베테랑이라서 잡을 수만 있다면 야전삽 따위랑 비교도 되지 않는 무기가 생기는 거기는 한데... 총알은 아껴서 쓰는 게 좋아. 무슨 일이 있어도 한 발은 남겨놔. 쿵,쿵,쿵,쿵,쿵,쿵,쿵,


... 씨발.

그리고 진짜... 진짜 가끔인데.

막 이상한 여자애 목소리가 들리거나... 거친 숨소리가 들리거나... 이런 곳에 있을 리가 없는 여자애가 보일 때가 있거든? 아하하하

절대 뒤돌아보지 마.

처음 이상한 게 보이거나 들렸을 때부터 절대로 뒤돌아보지 마.

근데 그것도 결국 임시방편에 불과해. 미리 말하는데 다른 애들한테 괜히 도와달라고 말해도 의미 없어. 너한테만 보이니까. 그냥 바로 퇴근하자고만 말해.

그냥 기도해. 가급적 걔가 느긋하게 나오기를.

근데 웃음소리가 들리거나, 걔가 너한테 뛰어오기 시작했다면 그냥 존나 도망쳐. 어떻게든 함선까지 잡히지 않고 도망쳐서 그대로 퇴근해.

Steven이 함선에서 횡설수설하다가 머리가 터져 죽은 이후로, 우리가 이 여자애의 존재를 믿기 시작했거든.


뭐, 이 정도만 알아두면... 한동안은 문제 없을 거야.

근데 씨발... 그래도 어차피 다 의미 없다.

내가 여기서 얼마나 일했는지 알아? 얼마나 많은 팀원들을 받았는지는 알고?

나랑 같이 제일 오래 일했던 게 Carl이었어. 16년을 함께 보냈으니까. 

근데... 그랬던 Carl이 10분 전에 내 눈앞에서 죽었어. 씨발. 체념한 표정으로 나한테 사랑한다고 말한 직후 머리가 터져서 죽었다고.


할당량 20,000$를 어떻게 채우는데 미친 새끼들아...


광대도 진작 날뛰기 시작했어.

이 방문이 언제까지 버텨줄 지도 모르겠고...

소리만 들어도 병정이랑 코일 헤드도 있는 모양이네.

근데 제일 좆같은 건, 아까부터 구석에서 나 빤히 바라보는 저 씨발 애새끼년이야.


아, 이제 자정이네.

내 이름은 Rachel이야. 만약 누가 이걸 들었다면...

회사를 믿지 마. 그 새끼들이 베테랑 직원을 원하는 거였으면 할당량에 상한선을 걸었겠지.

그리고... 나라는 사람이 있었다는 걸 기억해줘. Carl, Douglas, Michael. 5년 동안 바뀌지 않고 늘 함께였던 내 팀원들도. 

그래 씨발, 이제 네가 술래다.

(파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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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백골이 된 시체 앞에 녹음기를 다시 내려두었다. Rachel의 두개골은 방바닥을 굴러다니고 있었다.

나는 천천히 고개를 돌려 내가 왔던 긴 일자형 복도를 다시 바라보았다. 어떠한 갈림길도 없이 그저 문과 복도만 이어지는 기괴한 구조였다. 닫을 수 있는 문이 많았기에 그녀 역시 시간을 벌 수 있었으리라.

두 개의 코일 헤드가 문 앞을 가로막은 채 빤히 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복도 너머에서는 희미한 오르골 소리가 들려왔다.

불쾌한 숨결이 목덜미에 닿았다.

팀원들이 무전을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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