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씨발.”
“왜 그래.”
“좆같은 냄새가 나요 형, 존나 토할 것 같은데.”
“참아, 바닥에 토하면 안돼.”
사실 아무래도 상관없었다.
아니, 어쩌면 상관이 있을지도 모르고 구토로 말미암아 변수가 생길지도 몰랐다.
하지만 적어도 이렇게 말해 두는 편이 자연스러웠으니까.
“와 씨발 냄새... 이거 진짜 생선 썩은 냄새예요?”
“그냥 그런 향이 나는 방향제가 따로 있어.”
“이거 좀 약하게 조절해야 될 것 같은데, 이거 웬만한 애들 다 토할 걸요.”
“그렇게 보고할게, 1층이야?”
“예 형. 그... 생선 가게들 있는 데요.”
한 손에 무전기를 쥐고, 폐허가 된 지하주차장 한 구석에 앉아
나는 녀석의 앞에 펼쳐질 풍경을 그려 보았다.
대형마트 크기의 드넓은 실내 공간, 다만 공산품을 담은 매대들 대신
수산물을 취급하는, 아니 취급했던 가게들이 즐비하다.
“대박이네 여기... 진짜 수산시장 같아요.”
하지만 그 어디에도 상인과 손님은 없다.
적어도 ‘살아 있는 인간’의 형태로는.
“이런 장소를 어디서 구한 거예요? 이거 몇 만원 받아서 이득 남나?”
한때는 생선들이 펄떡거렸을 수조 안은
이제는 짙게 낀 녹조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분명히 오래 전 수도는 끊겼을 텐데도
어디선가 흐르고 떨어지는 물들이 끊임없이 소리를 낸다
“진짜 옛날에 그 수산시장 같다.”
거기 맞아.
라고 반사적으로 튀어나오려는 말을 간신히 억누른다.
“왜 그, 십년 전인가? 저 중학생 때 철거됐었거든요, 바로 옆에 살았어서.”
■■■ 수산직판장은 정확히 12년 전에 철거되었다.
본래 직판장이 있던 해안가에는 대형 마트가 들어섰지만
어째서인지 ■■■ 수산직판장은 사라지지 않았다.
그리고 이 세상이 아닌 곳 어딘가에 남아
수산물이 아닌, 다른 것들을 공급받기 시작했다.
“근데 여기 진짜 입장료로 얼마 받아요?”
“나중에 말해 줄게, 일단 집중하자.”
무전기를 다른 손으로 바꿔 쥐며
원래 손에 묻어 있는 땀을 바짓단에 비벼 닦는다.
주차장 기둥 뒤편 웅크려 앉은 허벅지 위엔 제본된 A4용지와 펜이 있다.
펜 뒤쪽에 달린 미니 랜턴을 켜 나는 인쇄된 지침을 확인했다.
“자, 네가 거기서 탈출하려고 해. 그러면 어디부터 살펴볼까?”
“어... 일단 여기서는 다 안 보이는데 1층 문은 다 닫힌 거죠?”
“그래.”
“그럼 일단 2층으로 가 볼....”
“윗층은 아직 준비가 다 안 됐어. 행동은 1층에서만.”
거짓말, 모든 것이 다 거짓말이다.
이곳은 아직 준비중인, 지방 모처의 대규모 탈출 카페같은 것이 아니다.
위층에 있는 것 역시 준비가 안된 빈 폐허와는 거리가 멀다
“아니 그럼 굳이....”
왜 물어보냐고 따지려다
문득 자신의 처지를 인식한 듯 녀석이 길게 한숨을 내쉰다.
만약 이게 정말 녀석이 생각하는 ‘꿀알바’ 라면
자기와 같이 일하는 상급자 앞에서 저렇게 티 나는 한숨은 안 쉴 텐데.
하긴 그러니까 시급 5만원이라는 말에 낚여 신세를 망친 거겠지만.
“좋아요, 그러면 뭐 일단 문 닫혀 있는 데를 한번씩 돌아다니면서 보겠죠.”
짜증이 푹푹 묻어나오는 말투로 녀석은 제 ‘일’로 돌아갔다.
“위쪽 표지판에 남 1문이라고 적혀 있는데, 그리로 가 볼게요.”
열 걸음쯤 걸어갔을 침묵
다시 들려온 목소리는 살짝 격양되어 있었다.
“형, 형.”
“왜.”
“여기 수조에 살아 있는 물고기 있어요? 첨벙하는 소리 났는데 방금.”
대답에 앞서 나는 곧바로 펜을 들어 휘갈겼다.
‘남 1문’, ‘수조 첨벙거림’.
그리고는 다시 무전기에 대고 말했다.
“정확히 어디에서 소리가 나는지는 알겠어? 아까 시작하기 전에 말했지?
뭔가 보이거나 들리면 네 입장에서 느낀 것들 최대한 간결하게 전달해 줘.”
“어... 저, 혜, 혜림수산이라는 곳이요. 수조 안은 안 보이거든요? 근데....”
“가서 확인해 봐도 되고, 그냥 지나쳐도 돼. 행동은 너 마음대로 해. 말했듯...”
“아니 씨발 저기 물고기 있냐니까요?”
“씨발 씨발 하지 마 개 좆 같은 새끼야.”
목소리에 힘을 주어 으르렁거린다.
“돈 벌기 싫냐? 내가 말했지, 너 마음대로 하라고.”
조사관마다 조사에 임하는 방식은 다양하다.
“니 좆같은 성질 받자고 시급 5만원 주는 거 아냐,
테스터면 테스터답게 손님 입장에서 반응 좀 보여 달라고.”
쓸데없는 설정이나 연기 없이 있는 그대로를 말하는 조사관도 있다
녀석들 대부분은 사회의 낙오자, 벼랑 끝까지 몰린 인생들.
돈과 사법 거래를 포함해 조사관 각각에게 지급된 ‘권한’을 이용하면
사지에 스스로 제 발을 들이게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다.
“때려치고 싶으면 그냥 오던가. 너 아까 밥 먹이고 한 것까지 시급 쳐서
십 만원 주고 돌려보낼 테니까.”
굳이 나처럼 까다롭고 번거로운 수단을 써서
금사작(金絲雀)을 다루는 조사관은 거의 없는 것이다.
“...죄송해요 형.”
조금 놀란 듯한 목소리.
녀석은 곧바로 굽혀 들어왔다.
의외였겠지.
아무리 고용주라고는 해도 자기보다 키가 머리 하나는 작은
다리까지 절뚝거리는 병신이 이렇게 세게 나올 줄은
“그 제가 원래 욕 같은 걸....”
“계속 할 거면 됐어, 뒷말 안할 테니까. 제발 좀 일에 집중하자.”
“......네.”
“그래서, 수조 확인할 거....”
“아 씨발!!”
욕이라기보단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
나 역시 순간 움찔하며 몸이 굳었고, 녀석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죄, 죄송해요 형... 근데 사람, 사람 있다고 말 왜 안해줬어요.”
“누가, 어디에 있는데?”
“혜림수산이요. 가, 가게 안에서... 웬 아줌마가 나 보고 있는데....”
“그냥 보고만 있어?”
“뭐라고 말하는 것 같은데 안 들리... 저거 분장 맞죠...?”
혜림수산. 중년 여성.
조우 직후 최소 수 초 가량 공격적인 행동 없음.
“한 손에는 칼 들고 있고요... 그 사시미 말고 조금 뭉툭한 거....”
다행스럽게도 녀석의 목소리는 점점 침착해졌다.
자신이 보고 듣는 모든 광경이 초현실적 현상이 아닌 사람에 의해
기획되고 꾸며진 연출이라 인식하고 있기 때문이겠지.
“다른 손에는 뭔가 내ㅈ... 아 씨발! 저거 ■■아니....”
거기서 잠깐 무전이 끊겼다.
나는 곧바로 속으로 초를 셌다.
9초쯤 지나 다시 무전.
“뭐어ㅇ... ㅆ...ㅣ... ㅂ....”
울음, 헐떡거림.
흔들리는 소리가 녀석이 달리고 있다는 걸 말했다.
“혀, 혀, 형, 저, 저 찔렸어요 찔렸....”
그리고 둔탁한 충격음과 찰박거리는 물소리.
녀석의 손이 무전기 버튼을 누르고 있던 것은 천운이었다.
고통과 공포에 찬 신음.
그리고 저 멀리고 철벅거리는 발소리가 들려왔다.
“뭐, 뭐야 씨발년아...!! 주, 죽여 버릴 거야, 죽여.....”
발소리가 가까워짐에 따라 녀석의 말은 점점 빠르게
그리고 더욱더 알아들을 수 없게 빠른 욕설을 내뱉었다.
그 모든 단어에 난 상세히 귀를 기울였고
“...요 ...그런거 필요 없다구요... 안 사요.....”
흐느낌 섞인 목소리가 그렇게 말했을 때
발소리가 멈추었다. 그리고, 이번에는 멀어지기 시작했다.
“괜찮아?”
“형... 저, 저 배... 배가....”
“배가 뭐.”
“나와요. 내장, 내장....”
“조금만 기다려, 그리로 갈게. 지금 가고 있어. 옆에 뭐가 보여?”
“유, 유진 해물... 유진 해물이랑... 지, 진화수산....”
용지 위에 상황을 정리해 휘갈기며 내가 말했다.
“근데 마지막에 뭐라고 말한 거야?”
“지, 진짜 죽을 거 가타요 저....”
“묻잖아, 그 여자가 가기 전에 뭐라고 씨부렸냐고.”
“.........!”
아마 이 순간이었을 것이다
녀석이 이것이, 단순한 아르바이트가 아니라는 것을 깨달은 건
하지만 이미 때는 너무 늦었다.
무엇을 생각해보려 해도 녀석의 머리는 돌아가지 않았고
몸은 피를 너무 많이 흘리고 있었으며
녀석에게 있어, 생명줄은 오직 나 하나 뿐이었으니까.
“아, 안 산다고 했어요....”
“정확히 말해, 뭘 안 산다고 했어?”
“■■■■요, 처음 봤을 때부터 ■■■■ 사라고, 까, 깎아준다고....”
작게 물이 흐르는 소리가 목소리에 섞였다.
“살려 주세요, 제, 제발요....”
“알았어, 지금 갈게.”
마지막 메모를 마친 후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챙겨온 손가방 안에 용지와 펜을 집어넣고, 무전기를 쥔 채
몇 분 전 녀석이 올랐던 비상계단...
...이 아닌, 지하주차장 구석의 엘리베이터로 향한다.
“오, 오고 있어요...?”
“그래.”
엘리베이터에 올라탄 직후
무전기 너머로
딸깍
소리가 났다.
이미 십수 번은 족히 들었을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딸깍
내가 아는 존재의 소리
“히....!!”
그 이상은 무전을 유지할 필요가 없었기에 나는 그대로 무전을 껐다.
그리고는 3층의 버튼을 눌렀다.
“..........”
짧은 심호흡.
무엇을 해야 할지, 어디로 가야 할지는 이미 알고 있다.
그 모든 것을 문제 없이 해낸다고 해도
내가 돌아갈 생존 확률은 100%가 아니라는 것도.
그래도 긍정적인 점이라면
위험 요소 중 하나는 아직 1층에 있다는 것.
끼익
하는 소리를 내며
엘리베이터의 문이 열렸다
제목 개잘지었네
와 진짜 존나 내 취향임 개추
괴담에다가 나폴리탄 진짜 적절히 잘 섞은 느낌 제목까지 ... 잘 보고 간다 - dc App
수산시장의 까나리야
와 존잼이다 시리즈로보고싶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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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러오기 보고 바로 이거보러 왔다. 진짜 어디 가두고 글만 쓰게 하고싶을 정도의 필력이네
앞뒤 이야기가 궁금해
이걸로 더 써줘 !!!
카나리아가 뭔가 했는데 탄광에서 가스감지기로 카나리아를 쓰던거 말하는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