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다면 길고 짧다면 짧은 한달간의 여름방학이 끝났다.
출근하기 싫다. 집을 나갈 때만 해도, 학교에 들어가 컴퓨터를 켤 때 까지도 싫었지만-
"선생님!! 보고싶었어요!!"
하고 달려오는 꼬맹이들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녹는다.
애교가 많은 아이들은 나에게 달려와 안긴다.
나머지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장난치느라 바쁘다.
아이들이 너무 귀엽지만, 조례는 해야 하는 법.
큰 소리로 '자리에 앉아요 노래'를 부른다.
"자리에 앉아요~ 자기자리 찾아 가요~
자리에 앉아요~ 바른자세 손무릎~"
아이들도 삐약삐약 따라부른다.
아이들이 전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한 자리가 비었다.
승환이구나. 승환이는 자주 지각을 하는 아이다.
늦잠 자는 버릇이라도 있는지, 항상 꾀죄죄한 채로 뛰어오다가 어디 한 두 군데씩 다쳐서 온다.
"자, 다들 방학은 잘 보냈어?"
"네!!!" "아니요~~!!"
"아니요 누구야 ㅋㅋ 하율이? 하율이는 왜 아니요야?"
"방학 숙제가 너무 많았어요! 학원도 엄청 갔어요!"
"하율이는 방학 동안 공부 엄청 열심히 했나보네~ 멋있다.
그런 의미로 숙제 검사 할까?"
"아~~~"
"설마 안 해 온 사람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조금! 부족한 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선생님이, 특별히! 전화 한 통 하는 동안 마무리하게 해줄게"
"와아-!!" "야, 빨리 좀 보여줘."
"숙제는 스스로 힘으로 해야지~ 선생님은 너희 믿는다?"
얼마나 내 줬다고 앙탈이다.
일기 일주일에 두 편, 시 한 편, 독후감 한 편.
하긴 요즘 애들은 학원 뺑뺑이 돌리니까 시간 없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학교가 우선 아닌가..
맞다, 전화해봐야 한다.
...
...
.... 연결이 되지 않아-
안 받으신다. 출근하셔서 그런가?
...
...
.."..여보세요?"
"네 승환이 어머니 되시죠? 저 승환이 담임쌤인데요~"
"..네,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승환이가 학교를 안 와서요~"
"학교요..? 지금 방학 아니에요?"
"아 어머니 오늘부터 개학이에요! 착각하셨나 보네요~"
"어머! 착각했네요. 빨리 보내겠습니다."
"네~ 그리고 천천히 와도 괜찮아요. 승환이가 맨날 뛰어오다가 다치더라고요~"
"아 네네~"
개학 날짜를 착각하는 건 새학기에 종종 있는 일이다.
제작년에 맡았던 반에선 세 명이 착각하고 안 왔었다.
"자, 이제 숙제 낼 시간이다~"
"아~!!" "전화 한 통만 더 하고 오세요!!!"
"안돼 ㅋㅋ 어서어서 내자. 다 해 온 사람은 마이쮸 줄게."
아이들이 마이쮸 한 마디에 자기가 먼저라며 앞다퉈 줄을 서서 숙제를 낸다. 다들 해 왔구나. 기특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종례 시간이 끝났다.
쉬는 시간에 장난하다가 싸움이 난 남학생 둘을 말리고
1교시가 시작했는데도 승환이는 오지 않았다.
일단은 아이들에게 도화지를 나누어 주고 여름방학때 있었던 가장 인상 깊은 일을 그리라고 시켰다.
"선생님! 엄마아빠랑 놀이공원 간 걸 그릴까요 민서랑 산착 간 걸 그릴까요?"
"민서는 누구야? 친구니?"
"아뇨! 강아지인데 저저번주에 입양했어요!"
"그래, 새 가족이 생겨서 좋겠네."
소율이는 방긋방긋 웃는다.
강아지 이름이 민서냐, 사람 다 됐네. ㅋㅋ
"선생님! 제주도 간 걸 쓸까요, 베트남 간 걸 쓸까요?"
아이들은 이렇게, 자기 딴에는 은근슬쩍, 하지만 티가 엄청 나게 자랑을 하는 게 너무 귀엽다.
"자, 말로 하지 말고 그림으로 표현하자."
1교시가 반 쯤 지났다.
뒷문이 열리고 승환이가 우물쭈물 들어온다.
"승환이 왔구나, 어서 와서 숙제 내고 도화지 받아 가서 인상깊었던 일 그리기 하자."
"지각쟁이래~ 지각쟁이래~"
"얘들아! 그렇게 하면 안 돼. 조용히 활동하자."
그런데,
어쩐지 왼발을 저는 것 같다.
"승환아, 다리 다친 거야?"
"아, 다리.. 그,그게.."
"말해봐, 혹시 뛰어오다 넘어졌니?"
"..네."
"아이고, 괜찮아? 보건실 갈래?"
"아, ..괜찮아요. 안 갈래요."
"그래? 그럼 와서 숙제 내고 도화지 가져가."
발을 약간 절며 온다.
가방에서 노트 한 개를 꺼낸다.
어린이용 노트가 아닌, 어른용 다이어리 같아 보인다.
그런데 어쩐지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저, 그게.. 그.. 시밖에.."
숙제를 덜 해온 거구나.
"괜찮아, 어서 내렴."
승환이는 공책을 내고 도화지를 집어들고는 발을 약간 절며 자리로 가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
수업 종료 10분 전이 되었다.
이제 슬슬 걷어서 몇 명 뽑아서 소개시켜볼까.
"자, 이제 낼 시간~ 완성 다 못 했어도 괜찮으니까, 내고 친구들 거 살펴보자."
"쌤 5분만요~~" "아~~~!!"
"안돼~ 다들 완성 못 해도 예쁘니까 괜찮아."
아이들의 그림이 한데 모였다.
한 3명만 랜덤하게 뽑아서 소개해봐야지.
아이들은 자기가 뽑히기를 바라며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뽑아주고 싶다.
"첫 번째는- 민채! 여긴.. 식당 간 거야?"
"식당 아니고 우리 집이에요!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다 같이 카레도 만들고 반찬도 만들었어여!"
"우와, 민채도 도운 거야? 대단한데? 가족이랑 요리하는 거
추억도 쌓고 재미도 있고 좋지."
"두 번째는- 태서! 우와, 이거 에펠탑 아니야?"
"맞아요! 프랑스 갔다왔어요!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같이 갔다와서 엄청 재밌었어요!"
"근데 이 새들은 뭐야? 갈매기?"
"비둘기에요!! 프랑스에 엄청 많아요!"
"그래? 선생님도 프랑스 가고 싶어지네. 좋겠다."
"자 이제 마지막- 승환이 그림이네? 여긴 어디야? 약간 방 같은 곳인가? 어, 승환이는 왜 울고 있는 거야?"
"....엄마."
"엄마?"
"엄마한테.."
"뭐라고? 큰 소리로 말해줄래?"
지각도 하고 숙제도 덜 해 온 게 부끄러운지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한테... 엄마랑.."
"아, 엄마랑 싸워서 혼났구나!"
"...네.."
"지금은 화해했지?"
????
종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나간다.
하여튼, 못 말려.
그 후로 늘 개학날에 하는 평범한 활동을 반복했다.
교과서 훝어보기, 2학기의 다짐 쓰기, 반장 선거.
그러다 보니 하루는 금방 갔다.
챙길 건 많아서 골치가 좀 아팠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서 들뜬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었다.
종례를 마치고 아이들은 전부 뛰어나간다.
내 배웅은 제대로 보지도 않지만 그래도 웃으며 배웅한다.
그런데 승환이는, 나가지 않는다. 숙제를 마저 하고 가려고 하나?
"승환아, 왜 집에 안 가?"
"..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시니까.."
"손님?"
"손님이 오시니까, 가면.."
"엄마가 그러셔?"
"그건 아니고요.."
작은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승환이 앞으로 바싹 다가갔다.
얼굴에 멍이 몇 개 보인다. 아주 거하게 넘어졌나보다.
이거 파스 바를 수도 없다.
"멍이 많네, 마데카솔이라도-"
"아!"
승환이는 갑자기 책상에 엎드려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넘어져서 상처가 난 게 부끄러운 걸까? 이 나이대 남자애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치료해야 할 것 같아 보인다.
"제, 제가 보건실 갈게요, 이제 나갈게요!"
"어? 잠깐만 승환아!"
승환이는 빠르게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우왕좌왕하다가 떠나는 승환이 등 뒤로 크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배웅했다. 답은 없었다. 인사 좀 받아주지.
오늘 하루종일 기죽어 보이더니..
소심하지만 자존심 하나는 세다. 내가 어릴때 저랬는데-
오후 업무 시간이 됐다.
숙제 검사를 해 볼까.
애들 다 잘 해 왔으려나?
..
다들 잘 해 왔구나.
이제 4학년이라고 문장도 확실히 어른스러워지고 있네.
맞다, 승환이 걸 빼먹을 뻔 했네.
시 한 편 뿐이었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바람소리가 들려서 - 박승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옆집아줌마 말 로는
바람소리라고한다
바람소리는 무섭다
그래도 가끔은 친절하다
그래서 엄마는 바람을 좋아한다
바람소리가 들려서
이불속으로 숨었다
그래도 바람은 나에게 부딧혔다
발에서 아픈 느낌이 들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승환이는 내성적이지만 이런 부분에서 표현력이 좋다.
부모님이 대신 써준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문학 소년은 소심한 사람이 많기도 하다.
윤동주도 아마 그랬었지?
발이 시리다는 걸 발이 아프다고 표현한 건가?
하긴, 어린애들 생각으로는 시린 거나 아픈 거나 그게 그거일수도 있겠다.
나는 어릴 때 천둥 소리가 그렇게 무서웠다.
승환이는 바람 소리가 무서운가 보다.
이런 것 가지고 무서워하는 것도 어릴 때 뿐이겠지.
아이들은 정말 귀엽다.
바람 소리조차도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고 싶다.
나는, 될 수 있을까?
출근하기 싫다. 집을 나갈 때만 해도, 학교에 들어가 컴퓨터를 켤 때 까지도 싫었지만-
"선생님!! 보고싶었어요!!"
하고 달려오는 꼬맹이들의 웃음소리에 마음이 녹는다.
애교가 많은 아이들은 나에게 달려와 안긴다.
나머지는 오랫만에 만난 친구들에게 장난치느라 바쁘다.
아이들이 너무 귀엽지만, 조례는 해야 하는 법.
큰 소리로 '자리에 앉아요 노래'를 부른다.
"자리에 앉아요~ 자기자리 찾아 가요~
자리에 앉아요~ 바른자세 손무릎~"
아이들도 삐약삐약 따라부른다.
아이들이 전부 자리에 앉았다. 그런데 한 자리가 비었다.
승환이구나. 승환이는 자주 지각을 하는 아이다.
늦잠 자는 버릇이라도 있는지, 항상 꾀죄죄한 채로 뛰어오다가 어디 한 두 군데씩 다쳐서 온다.
"자, 다들 방학은 잘 보냈어?"
"네!!!" "아니요~~!!"
"아니요 누구야 ㅋㅋ 하율이? 하율이는 왜 아니요야?"
"방학 숙제가 너무 많았어요! 학원도 엄청 갔어요!"
"하율이는 방학 동안 공부 엄청 열심히 했나보네~ 멋있다.
그런 의미로 숙제 검사 할까?"
"아~~~"
"설마 안 해 온 사람 있는 건 아니겠지? 그래도 조금! 부족한 점 있을 수도 있으니까 선생님이, 특별히! 전화 한 통 하는 동안 마무리하게 해줄게"
"와아-!!" "야, 빨리 좀 보여줘."
"숙제는 스스로 힘으로 해야지~ 선생님은 너희 믿는다?"
얼마나 내 줬다고 앙탈이다.
일기 일주일에 두 편, 시 한 편, 독후감 한 편.
하긴 요즘 애들은 학원 뺑뺑이 돌리니까 시간 없을 순 있겠지만
그래도 학교가 우선 아닌가..
맞다, 전화해봐야 한다.
...
...
.... 연결이 되지 않아-
안 받으신다. 출근하셔서 그런가?
...
...
.."..여보세요?"
"네 승환이 어머니 되시죠? 저 승환이 담임쌤인데요~"
"..네, 선생님."
"다름이 아니라 승환이가 학교를 안 와서요~"
"학교요..? 지금 방학 아니에요?"
"아 어머니 오늘부터 개학이에요! 착각하셨나 보네요~"
"어머! 착각했네요. 빨리 보내겠습니다."
"네~ 그리고 천천히 와도 괜찮아요. 승환이가 맨날 뛰어오다가 다치더라고요~"
"아 네네~"
개학 날짜를 착각하는 건 새학기에 종종 있는 일이다.
제작년에 맡았던 반에선 세 명이 착각하고 안 왔었다.
"자, 이제 숙제 낼 시간이다~"
"아~!!" "전화 한 통만 더 하고 오세요!!!"
"안돼 ㅋㅋ 어서어서 내자. 다 해 온 사람은 마이쮸 줄게."
아이들이 마이쮸 한 마디에 자기가 먼저라며 앞다퉈 줄을 서서 숙제를 낸다. 다들 해 왔구나. 기특하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종례 시간이 끝났다.
쉬는 시간에 장난하다가 싸움이 난 남학생 둘을 말리고
1교시가 시작했는데도 승환이는 오지 않았다.
일단은 아이들에게 도화지를 나누어 주고 여름방학때 있었던 가장 인상 깊은 일을 그리라고 시켰다.
"선생님! 엄마아빠랑 놀이공원 간 걸 그릴까요 민서랑 산착 간 걸 그릴까요?"
"민서는 누구야? 친구니?"
"아뇨! 강아지인데 저저번주에 입양했어요!"
"그래, 새 가족이 생겨서 좋겠네."
소율이는 방긋방긋 웃는다.
강아지 이름이 민서냐, 사람 다 됐네. ㅋㅋ
"선생님! 제주도 간 걸 쓸까요, 베트남 간 걸 쓸까요?"
아이들은 이렇게, 자기 딴에는 은근슬쩍, 하지만 티가 엄청 나게 자랑을 하는 게 너무 귀엽다.
"자, 말로 하지 말고 그림으로 표현하자."
1교시가 반 쯤 지났다.
뒷문이 열리고 승환이가 우물쭈물 들어온다.
"승환이 왔구나, 어서 와서 숙제 내고 도화지 받아 가서 인상깊었던 일 그리기 하자."
"지각쟁이래~ 지각쟁이래~"
"얘들아! 그렇게 하면 안 돼. 조용히 활동하자."
그런데,
어쩐지 왼발을 저는 것 같다.
"승환아, 다리 다친 거야?"
"아, 다리.. 그,그게.."
"말해봐, 혹시 뛰어오다 넘어졌니?"
"..네."
"아이고, 괜찮아? 보건실 갈래?"
"아, ..괜찮아요. 안 갈래요."
"그래? 그럼 와서 숙제 내고 도화지 가져가."
발을 약간 절며 온다.
가방에서 노트 한 개를 꺼낸다.
어린이용 노트가 아닌, 어른용 다이어리 같아 보인다.
그런데 어쩐지 내지 못하고 우물쭈물한다.
"저, 그게.. 그.. 시밖에.."
숙제를 덜 해온 거구나.
"괜찮아, 어서 내렴."
승환이는 공책을 내고 도화지를 집어들고는 발을 약간 절며 자리로 가 크레파스를 들고 그림을 그리기 시작한다.
.
수업 종료 10분 전이 되었다.
이제 슬슬 걷어서 몇 명 뽑아서 소개시켜볼까.
"자, 이제 낼 시간~ 완성 다 못 했어도 괜찮으니까, 내고 친구들 거 살펴보자."
"쌤 5분만요~~" "아~~~!!"
"안돼~ 다들 완성 못 해도 예쁘니까 괜찮아."
아이들의 그림이 한데 모였다.
한 3명만 랜덤하게 뽑아서 소개해봐야지.
아이들은 자기가 뽑히기를 바라며 눈망울을 초롱초롱 빛내고 있다. 마음 같아서는 다 뽑아주고 싶다.
"첫 번째는- 민채! 여긴.. 식당 간 거야?"
"식당 아니고 우리 집이에요! 엄마랑 아빠랑 언니랑 다 같이 카레도 만들고 반찬도 만들었어여!"
"우와, 민채도 도운 거야? 대단한데? 가족이랑 요리하는 거
추억도 쌓고 재미도 있고 좋지."
"두 번째는- 태서! 우와, 이거 에펠탑 아니야?"
"맞아요! 프랑스 갔다왔어요! 할아버지랑 할머니도 같이 갔다와서 엄청 재밌었어요!"
"근데 이 새들은 뭐야? 갈매기?"
"비둘기에요!! 프랑스에 엄청 많아요!"
"그래? 선생님도 프랑스 가고 싶어지네. 좋겠다."
"자 이제 마지막- 승환이 그림이네? 여긴 어디야? 약간 방 같은 곳인가? 어, 승환이는 왜 울고 있는 거야?"
"....엄마."
"엄마?"
"엄마한테.."
"뭐라고? 큰 소리로 말해줄래?"
지각도 하고 숙제도 덜 해 온 게 부끄러운지 개미 기어가는 목소리로 말한다.
"엄마한테... 엄마랑.."
"아, 엄마랑 싸워서 혼났구나!"
"...네.."
"지금은 화해했지?"
????
종소리가 들린다.
아이들이 환호성을 지르며 쏜살같이 밖으로 튀어나간다.
하여튼, 못 말려.
그 후로 늘 개학날에 하는 평범한 활동을 반복했다.
교과서 훝어보기, 2학기의 다짐 쓰기, 반장 선거.
그러다 보니 하루는 금방 갔다.
챙길 건 많아서 골치가 좀 아팠지만
그래도 친구들을 만나서 들뜬 아이들이 너무 귀여워서
즐거운 하루가 될 수 있었다.
종례를 마치고 아이들은 전부 뛰어나간다.
내 배웅은 제대로 보지도 않지만 그래도 웃으며 배웅한다.
그런데 승환이는, 나가지 않는다. 숙제를 마저 하고 가려고 하나?
"승환아, 왜 집에 안 가?"
".. 오늘은 집에, 손님이 오시니까.."
"손님?"
"손님이 오시니까, 가면.."
"엄마가 그러셔?"
"그건 아니고요.."
작은 목소리가 잘 안 들려서 승환이 앞으로 바싹 다가갔다.
얼굴에 멍이 몇 개 보인다. 아주 거하게 넘어졌나보다.
이거 파스 바를 수도 없다.
"멍이 많네, 마데카솔이라도-"
"아!"
승환이는 갑자기 책상에 엎드려 얼굴을 보여주지 않으려고 했다. 넘어져서 상처가 난 게 부끄러운 걸까? 이 나이대 남자애라면 그럴 수도 있지만, 그래도 치료해야 할 것 같아 보인다.
"제, 제가 보건실 갈게요, 이제 나갈게요!"
"어? 잠깐만 승환아!"
승환이는 빠르게 짐을 챙기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나는 우왕좌왕하다가 떠나는 승환이 등 뒤로 크게 손을 흔들며 잘 가라고 배웅했다. 답은 없었다. 인사 좀 받아주지.
오늘 하루종일 기죽어 보이더니..
소심하지만 자존심 하나는 세다. 내가 어릴때 저랬는데-
오후 업무 시간이 됐다.
숙제 검사를 해 볼까.
애들 다 잘 해 왔으려나?
..
다들 잘 해 왔구나.
이제 4학년이라고 문장도 확실히 어른스러워지고 있네.
맞다, 승환이 걸 빼먹을 뻔 했네.
시 한 편 뿐이었지?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바람소리가 들려서 - 박승환
이상한 소리가 들린다
옆집아줌마 말 로는
바람소리라고한다
바람소리는 무섭다
그래도 가끔은 친절하다
그래서 엄마는 바람을 좋아한다
바람소리가 들려서
이불속으로 숨었다
그래도 바람은 나에게 부딧혔다
발에서 아픈 느낌이 들었다
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ㅡ
승환이는 내성적이지만 이런 부분에서 표현력이 좋다.
부모님이 대신 써준 것 같아 보이기도 한다.
생각해보면 문학 소년은 소심한 사람이 많기도 하다.
윤동주도 아마 그랬었지?
발이 시리다는 걸 발이 아프다고 표현한 건가?
하긴, 어린애들 생각으로는 시린 거나 아픈 거나 그게 그거일수도 있겠다.
나는 어릴 때 천둥 소리가 그렇게 무서웠다.
승환이는 바람 소리가 무서운가 보다.
이런 것 가지고 무서워하는 것도 어릴 때 뿐이겠지.
아이들은 정말 귀엽다.
바람 소리조차도 무서워하는 아이들의 버팀목이 되고 싶다.
나는, 될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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ㄴ 딱 이거네 ㅋㅋ 바람이 친절하디 여기서 감 옴. 불륜or몸파는 대상인 상대빙 남자가 가끔 애한테 친절(코스프레)하는거지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