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떴다.
보이는 건 온통 새하얀 벽으로 가로막힌 방이었다.
".....뭐?"
이 상황이 이해가지 않았다.

이건 꿈이다. 그렇지 않고서야 이런 초자연적인 현상이 일어날 리가 없었다.
분명, 나는 내 방에서 방금 전 잠에 들었다.

나는 억지로 꿈에서 깨어나기 위해 별지랄을 다하기 시작했다.
뺨을 때리거나, 혀를 깨물거나, 물구나무를 서거나.

아무런 고통이 느껴지지 않았다. 피도 나지 않았다.

감각이 이상했다.
여기는 정말 꿈 속인가보다.
안도감이 드는 동시에 불안감이 엄습했다.

꿈이라는게, 이렇게 세세한 사고를 할 수 있는 건가?
그 때, 허공에 시간을 표시하는 무언가가 나타났다.
28,800년
저게 뭘까, 바라보고 있던 순간 시간이 바뀌었다.
28,799년 364일 23시간 59초
"아, 시발."
동물적인 직감으로 깨달았다.

나는 저 시간이 다 되기 전까지 이 곳에서 나가지 못한다.
그렇게 하루가 지났다.

실제로 24시간 동안 난 하얀방에서 지냈다는 뜻이다.
28,799년 363일 23시간 59초.
나는 현재 하얀방 구석에 드러누워 공포감에 몸을 덜덜 떨고 있었다. 배는 고프지 않았고, 잠도 오지 않았다. 엄마가 보고 싶었다. 아빠도 보고 싶었다.
28,000년.
자그마치 28,000년 동안 이 곳에서 혼자 갇혀 지내야한다.

도대체 이건 무슨 현상일까? 애초에 꿈이 맞나? 이런저런 생각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
이윽고 28,00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다.

솔직히 말하면, 내 정신은 붕괴되었다.

말하는 법을 까먹었고 사고력은 유아급으로 퇴행했다.

입에서는 침이 질질 흘렀다.
그렇지만 결국, 난 버텨냈다.
툭.
하얀방의 시계가 30초 남았을 때, 허공에서 파란 알약이 떨어졌다.
[지급된 알약을 드시기 바랍니다.]
나는 뭔지는 모르겠지만, 본능적으로 알약을 먹었다.
*
삐삐삑!
알람이 울렸다.
시간은 아침 정각 8시.
나는 출근하기 위해 침대에서 일어나 거실로 나왔다.
어머니가 아침을 준비하고 계셨다.
"잘 잤어?"

"응"
난 하품을 늘어지게 하며 식탁 앞에 앉았다.
자, 오늘도 하루가 시작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