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슴이 두근거린다.


내가 요즘 가장 좋아하는 것이 있다.


그건 바로 학교를 마치고 하굣길 골목에 있는 붉은색 지붕의 포장마차에서 붕어빵을 사 먹는 것이다.


학교 종소리가 울리고, 나는 부리나케 뛰어나가 교문을 향해 달렸다.


교문에서 나를 기다리던 엄마가 나에게 손을 흔들었다.


나는 엄마와 함께 집으로 향했다.


쌀쌀한 바람이 내 볼을 스쳐 지나갔고, 나는 입을 벌려 숨을 후우 하고 내뱉어 보았다.


하얀 입김이 입에서 뿜어져 나올 만큼 추운 날씨였다.


집으로 가는 길 골목. 멀리 붉은색 포장마차가 눈에 들어오기 시작했다.


난 엄마의 팔을 끌어안으며, 천천히 입을 열었다.


"엄마, 나 붕어빵 먹고 싶어."


"그래? 그럼, 몇천 원어치만 사갈까?"


엄마와 나는 붉은색 포장마차로 가까이 다가갔다.


희뿌연 연기가 포장마차 밖으로 몽글몽글 빠져나가고 있었다.


포장마차 안에 들어서니, 푸근한 인상의 할머니가 나를 반겼다.


"또 왔으? 학교는 잘 다녀왔구?"


"네!"


"저 할머니, 3,000원어치만 주세요~"


"어 그려그려, 남편이랑 같이 먹을라고 그러는구만?"


"그이가 여기 붕어빵은 맛있다고 좋아하더라고요."


"허허허 그려?"


"저도 할머니 붕어빵이 제일 맛있어요!"


할머니께서 기분 좋게 웃으시더니, 3,000원어치 붕어빵에다 한 마리를 서비스로 더 넣어주셨다.


"어머, 안 주셔도 돼요!"


"어차피 다 남는거여. 얼릉 받아가"


"감사합니다!"


나는 할머니가 건네주는 흰 봉투를 받아 들었다.


가득 담겨 있는 붕어빵의 개수만큼 내 마음도 기분 좋게 차올랐다.


그날은 가족과 집에서 맛있게 붕어빵을 나누어 먹었다.


정말 달콤하고 맛있는 붕어빵이었다.



.



학원 수업 듣기가 너무 싫다.


나는 오늘도 힘겹게 무거운 가방을 들고 집으로 향하고 있었다.


엄마는 항상 내게 무리하지 말고 공부하라고 말한다.


하지만, 난 절대로 그럴 수 없다.


나 혼자서라도 어떻게든 엄마를 보살펴야 한다.


마음 한편이 무겁게 짓눌린다.


추운 날씨에 입에서 하얀 입김이 흘러나왔다.


문득, 어릴 적 좋아하던 붕어빵이 생각이 났다.


그때는 집으로 오는 길에 항상 붕어빵을 사 가곤 했는데.


난 혹시나 하는 마음에 어릴 적 하교하던 길로 돌아서 가보았다.


"어."


놀랍게도 그 자리에 붉은색 포장마차가 아직 있었다.


포장마차 바깥으로 하얀 연기가 빠져나왔다.


어릴 때 보던 그대로의 모습.


난 발이 저절로 포장마차 안으로 움직였다.


"아.."


"잉? 엄청 오랜만이네, 학생?"


"저를 기억하세요??"


"그럼! 몇 년 전에 쪼그만할 때 맨날 사러 왔잖여."


놀랍게도, 할머니는 나를 바로 알아보셨다.


생김새가 많이 바뀌었을 텐데도 말이다.


그에 반해, 할머니는 내가 어릴 적 보던 그때 그 모습 그대로였다.


난 순간 엄마 생각이 나서, 주머니에서 지갑을 꺼냈다.


"한 2,000원어치 담아줄까?"


"아.. 네."


할머니는 흰 봉투에 붕어빵을 담아주셨다.


"쯧쯧, 불쌍한 것."


"네?.."


할머니는 2,000원어치의 붕어빵에 한 마리를 더 넣어주셨다.


"좋을 때여, 좋을 때.."


"아! 감사합니다. 할머니."


난 흰 봉투를 들고 포장마차를 나왔다.


어둑해진 하늘에 찬 바람을 맞으며 집을 향해 걸어갔다.


난 붕어빵이 든 봉투를 손으로 꽉 쥐었다.


어렸을 적, 부모님과 함께 단란하게 먹었던 붕어빵이 생각나서였을까.


눈 가장자리가 뜨거워지고, 시야가 약간 흐려졌다.


엄마가 붕어빵을 보면, 좀 힘을 내시지 않을까?



.



믿을 수 없다.


오늘은 분명 내 인생 최고의 날이었다.


그래야만 했다.


긴 취준생활을 끝내고 난 대기업에 취직할 수 있었다.


난 엄마가 괜찮은 줄만 알았다.


그래도 몇 년이 지난 일인데, 나처럼 많이 잊어버린 줄만 알았다.


오늘 엄마 집에서 몇 년을 걸쳐 타왔던 수면제 봉지를 발견했을 때, 나는 그 자리에 서서 아무것도 할 수 없었다.


엄마가 가장 힘들 때 옆에 있어주지 못했다.


엄마는 결국 내가 취업에 성공했다는 말을 듣지 못하고, 세상을 떠나버렸다.



며칠 뒤, 나는 엄마의 장례식을 치르고, 익숙한 동네를 하염없이 걸었다.


찬 바람이 얼굴을 스쳤다. 


입에서 하얀 입김이 빠져나갔다.


정신이 반쯤 몽롱해져 눈꺼풀이 무거워질 때, 흐린 시야 사이로 붉은색 포장마차가 들어왔다.


포장마차 바깥으로 하얀 연기가 빠져나왔다.


"...어?"


나는 발이 이끌리듯 포장마차 안에 들어섰다.


익숙한 목소리가 내 귀에 꽂혔다.


"어? 학생아녀? 아직도 여기 근처에 살고 있는겨?"


나는 어벙해져 말을 쉽게 꺼내지 못했다.


거의 10년이 넘는 세월이 흘렀는데도, 할머니는 내가 어렸을 적 그대로의 모습이었다.


나는 간신히 입을 열었다.


"할머니,.. 어떻게 아직도 장사를..?"


"잉? 뭔소리여? 먹고 살아야하니께 장사하제!"


"...."


머릿속은 이해할 수 없이 의문투성이였지만, 난 결국 큰 고민 없이 상황을 받아들이기로 했다.


오랜만에 온 김에 붕어빵이나 팔아드리려고 마음을 먹었다.


"저,.. 그럼, 할머니.."


"자, 1,000원만 줘."


할머니는 흰 봉투를 나에게 들이밀며 말했다.


"?... 어떻게?"


"혼자 먹을 거 아녀? 1,000원어치만 사가. 한 마리 더 넣었으니껜."


나는 1,000원을 할머니께 건네고, 아무 말 없이 포장마차를 나왔다.


집을 향해 터벅터벅 걸어갔다.


손에는 1,000원어치의 붕어빵이 든 봉투가 가볍게 흔들거렸다.


난 뒤를 슬쩍 돌아보았다.


흰 연기를 뿜는 붉은색 포장마차.


나는 빨리 걸음을 옮겼다.


속에서 이상한 불편감이 올라온다.


정신이 어지럽다.


난 전봇대를 잠시 붙잡고, 숨을 골랐다.


"... 씨발."


나는 속에서 올라오는 끔찍한 역겨움을 간신히 참아내고, 손에 들린 흰 봉투를 바라봤다.


난 붕어빵이 든 봉투를 그대로 땅바닥에 내팽개쳤다.


봉투가 터져 붕어빵이 흙바닥에 나뒹굴었다.


난 비틀거리며 자리를 떴다.



며칠 뒤, 나는 동네를 떠나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



나는 성공했다.


어린 시절, 나는 끔찍했던 아픔을 겪은 후, 취업한 직장이 있는 다른 지역으로 이사를 갔다.


모든 것을 잊고, 다시 시작했다.


직장에 들어간 후, 몇 년 동안은 일에 미쳐서 살았다.


그렇게 열심히 살다 보니, 나는 회사 내에서도 나름의 입지와 자리를 가질 수 있었다.


직장에서 만난 인연은 좋게 이어져 결국 결혼까지 할 수 있었다.


나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었다.


다만, 아직 마음 속에 걸리는 것이 있었다.


내 어린 시절의 어두움.


그 기억들은 매일 저녁마다 나를 찾아와 머릿속을 좀먹기 시작했다.


난 끔찍했던 그 기억들을 정리하기 위해 내 고향으로 돌아왔다.


내 목적지는 정해져 있었다.



눈이 하얗게 내려 동네를 뒤덮었다.


찬 바람이 볼을 스치고, 입에서 하얀 입김이 새어 나왔다.


난 기억을 더듬어 어린 시절 거닐던 골목을 걸어 다녔다.


몇 분을 걷다 보니, 저 멀리 붉은색 지붕의 포장마차가 보이기 시작했다.


포장마차 바깥으로는 하얀 연기가 빠져나왔다.


난 발이 이끌리듯 포장마차 안으로 들어갔다.


"잉? 학생이여?"


"오랜만입니다."


내 예상대로 할머니는 아직도 내 어린 시절 봤을 때와 달라진 모습이 전혀 없었다.


"붕어빵 1,000원어치만 주시겠습니까?"


"....."


할머니는 멀뚱히 내 얼굴을 바라보았다.


나는 다시 할머니께 말했다.


"할머니? 붕어빵 1,000원어치만.."


"뭣허게?"


"....예?"


"어차피 못 먹을 건디, 사서 뭣헐라고?"


"무슨 말씀이십니까?"


"또 집어 던질라고?"


"....."


역시 내 예상이 맞았다.


이 할머니는 내 모든 것을 알고 있다.


어떻게 아는지는 모르지만, 그날 있었던 일도 전부 알고 있다.


그리고 내 어린 시절부터 모든 것을.


이 할머니는 알고 있다.


"할머니. 전 할머니가 좋은 분인 줄 알았습니다."


"...."


"언제부텁니까?"


"...."


할머니는 여전히 멀뚱한 얼굴로 나를 바라보았다.


"이 씨발!!,.. 언제부터 내 뒤 캐고 다녔나고!!"


난 주먹으로 쇠 받침대를 내려치며 소리를 질렀다.


할머니는 여전히 내 얼굴을 가만히 바라보았다.


".... 하아,.... 하아,....."


"풉."


끅 끅 끅 끅


할머니가 이를 드러내며, 웃기 시작했다.


끅 끅 끅 끅


"....?,.. 뭐가 웃겨?"


"자존심은 있네 그려."


"...무슨.."


"애미 판 돈으로 산 붕어빵은 도저히 못 먹겠디?"


"!!!,.... 이 씨발!!"


나는 눈이 돌아서 그대로 포장마차를 엎어버렸다.


여기 오기 전까지 몇 번을 다짐했지만, 마음이 흔들렸는데, 이제 마음을 굳혔다.


죽여야 겠다.


할머니는 내가 엎은 붕어빵 기계와 쇠 구조물에 깔려 사라졌다.


나는 미친 듯이 그 위를 발로 밟았다.


"미친 노인네!!,... 씨발!!,.... 뒤져버려!!,... 뒤져! 씨발!"


그때, 갑자기 포장마차 지붕이 가라앉으며 시야가 가려졌다.


"!!!,... 뭐야!!! 씨ㅂ!!"


나는 손을 마구 휘저어 붉은색 지붕을 벗어나려 애썼다.


마침내 나는 무너진 포장마차 위로 벗어날 수 있었다.


난 몸을 간신히 빼내어 일으켜 세웠다.


내 눈 앞에 포장마차 구조물 위에 완전히 무너진 붉은색 지붕이 보였다.


"....후우,....."


나는 숨을 고르고, 주위를 둘러 보았다.


눈이 쌓여 하얗게 뒤덮인 골목만 있을 뿐, 그 누구도 보이지 않았다.



난 빠르게 자리를 벗어났다.



.



나는 집으로 돌아오는 차 안에서 손톱을 물어뜯으며 마음속으로 되새겼다.


이제 됐다.


모든 것을 정리했다.


어린 시절부터 나를 좀먹던 어둠은 이제 완전히 사라질 것이다.


웃음이 입가로 비식비식 비져나왔다.


난 내가 가야 할 보금자리로 빠르게 찾아갔다.


내가 인정받은 직장, 사랑하는 가족들이 있는, 내 소중한 집.


난 집에 도착한 뒤, 현관문을 열고 들어갔다.


"아빠!!"


사랑스러운 내 자식이 나를 반겼다.


"그래, 많이 기다렸지?"


"아빠, 왜 이렇게 늦었어요?"


"아빠가 일이 많아서 좀 늦었어. 간식도 못 사왔네,.. 이를 어쩌지?"


아내가 안방에서 나오며 나를 맞이했다.


"좀 늦었네요?"


"미안, 일이 좀 남아서."


"네네, 저기 아이랑 같이 간식 좀 드세요."


"음? 무슨 간식?"


"최근에 여기 앞에 붕어빵 집이 생겼지 뭐에요? 아이가 먹고 싶다고 얼마나 얘기하던지."


".....어?"


"자기랑 같이 먹으려고 3,000원어치 정도 사왔어요. 식기 전에 얼른 드세요."


"아빠! 얼른 같이 먹어요. 엄청 맛있어요."


아이가 나를 바라보며 이를 드러내고 환하게 웃었다.



이빨 사이에 붉은 팥이 여기저기 끼어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