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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마 때문에 일주일 내내 비가 내리던 어느 날.





김 병장과 후임들은 제초 작업을 하러 기지 외곽에 나왔다.





김 병장은 일주일 내내 내리는 비 때문에 어느덧 자신의 가슴 팍 까지 자란 잡초를 보며 한숨을 내쉬었다.





또한 병장을 달았는데도 아직 까지 전역은 멀었다는 점과, 일과를 땡땡이 치고 싶단 마음이 너무나도 커 그는 제초를 하다말고 담배를 피우러 향했다.





외곽 흡연장에 가자, 자신과 친한 운전병 출신의 정 상병이 보였다.





"뭐야, 김 병장님 설마 제초 땡땡이 치십니까? 이야 후임들은 저렇게 열심히 작업하고 있는데 선임이란 사람은..."





"만사가 귀찮아서 그래... 너도 병장 달아봐 군 생활 지금부터 시작이란 생각이 든다 진짜"





세상 무료해 보이는 김 병장의 표정을 보자 정 상병은 낄낄대며 웃어댔다.





"너네 부대 뭐 재밌는 이야기 없냐? 뭐 사고 터진 거라던지"





그 말에 정 상병은 뭔가 떠올랐다는 듯이 들고 있던 담배 한 모금을 내뱉고는 김 병장에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그게 말임다. 그저께 저희 막내가 배식차 근무 때문에 기지 외곽 쪽으로 가다가 빅 사고 쳤지 말입니다?"





정 상병의 말에 김 병장은 재밌다는 듯이 담배 하나를 더 꺼내 물었다.





"요 며칠 내내 비가 왔지 않습니까? 저희 막내가 외곽 쪽을 달리고 있는데 비 때문에 시야 확보가 잘 안됐는데도 불구하고 이 새끼가 근무에 늦어서 과속을 해버린 겁니다."





"뭐 지 딴 에는 전조등도 켰지, 저녁 시간이라 기지 외곽을 지나다니는 사람이 없을 거라고 생각하고 시속 80km까지 밟아버렸지 뭡니까?"





"근데 더 골 때리는 점은 그렇게 신나게 밟다가 코너에서 미끄러져서 가드레일을 박아버려 배식차 앞부분 박살나고, 그 날 저녁 군경 애들 밥도 못 먹고 아주 난리도 아니었답니다"





김 병장은 기가 막힌다는 듯이 정 상병을 바라보았다.





아무리 군대가 편해졌다 하더라도 어떻게 짬찌가 그런 엄청난 짓을 한단 말인가?





"근데 이 새끼가 변명이라고 한답시고 한 말이 뭔 줄 아십니까?." 김 병장이 생각에 잠겨있는 동안 정 상병은 싱글벙글 웃으며 말했다.





"...? 아니 뭐, 비 때문에 사고 났다고 했겠지"





"자기가 글쎄 풀숲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고라니 때문에 그거 피할려다가 가드레일을 박았답니다. 이거 완전 또라이 아닙니까?"





"뭐? 고라니? 참나 변명하는 꼬라지 하고는... 딱 봐도 비 오는 날에 과속하다가 바퀴 미끄러진 거겠지. 죄송합니다만 할 것이지 뭔 변명을 하고 있냐 개는"





"그러게나 말입니다. 대대장도 완전 개빡쳐서 그 새끼 휴가 짜르고 지금 군교대 보낸답니다."





"이야... 걔는 이제 군생활 좆됐네 진짜."





김 병장은 탄식을 하며 피우던 담배를 마저 피웠다.





정 상병과 헤어진 뒤 김 병장은 제초 작업을 마무리 하기 위해 다시 작업 현장으로 돌아갔다.





그는 길을 걸으면서 자신과 사회를 갈라놓은 높은 벽과 철조망을 보았다.





'참나 이런 게 있는데 고라니 같은 게 들어 오겠나.'





김 병장은 한 숨을 내쉬며 또 다시 자신의 남은 군생활을 세면서 길을 걷는 차에, 저 앞에 휘어진 가드레일을 보았다.





'저건가 보네.'





김 병장은 호기심에 가드레일 쪽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휘어진 가드레일 건너편은 배수로같이 생긴 것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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만약 배식차가 가드레일을 박고 넘어갔다면 배수로에 떨어져 어쩌면 그 운전병도 크게 다쳤을 지도 몰랐다.





김 병장이 또 다시 탄식하며 가드레일 넘어 배수로를 바라본 순간, 그는 무엇 인가를 발견했다.





'저거 설마 고라니인가?"





배수로 아래쪽 풀 숲을 바라보던 김 병장은 고라니같이 생긴 무언가가 죽어 있는 것을 보았다.





'뭐야, 그럼 진짜고라니할려다가 사고난게 맞은거야? 아니 근데 결국 피하지도 못하고 고라니까지 쳤네.'





자신이 본 것을 그냥 지나 칠 순 없던 김 병장은 가드레일을 넘어가 풀숲에 죽어있는 그것을 확인하러 발걸음을 옮겼다.





그것의 정체를 확인할 수 있을 만큼 가까이 가게 되자 김 병장은 온 몸에 소름이 돋아 움직일 수가 없었다.





그것은 고라니위가 아니었다.





저녁이고 비가 와서 시야가 안 보이던 운전병은 달리고 있는 차 앞으로 뛰어든 것이 무엇인지를 몰랐다.





전조등 덕분에 단지 연한 갈색의 무엇을 봤지만 그 짧은 순간에 자신이 사고를 냄과 동시에 패닉이 와서, 뇌가 생각하기에 가장 이질적이지 않은 것을 생각해 낸 것이다. 





그리고 그것은 바로 고라니다.





한 참이 지나자 김 병장은 조금씩 긴장이 풀리고 피가 도는 것이 느껴졌다.





그는 주섬주섬 바지 주머니에서 담배를 꺼내 한 개비를 입에 물었다.





탁탁- 라이터를 꺼내 담배에 불을 붙이고 한 모금을 빨고 내쉬었다.





그제서야 남아 있던 긴장이 풀린 김 병장은 저기에 쓰러져 있는 것을 보며, 저걸 도대체 어떻게 보고해야 할지 생각했다.





그리고 도대체 어떻게 하면 저게 고라니 따위로 보이는지 궁금했다.





김 병장은 연신 담배를 뻑뻑 피워 댔다.





'담배 끊기는 글렀네 이거...'





담배를 피워 대는 그의 머리 위로 흰색 연기가 스멀스멀 올라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