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천 이십 사년, 새로운 해의 밝음이 무색하게 그의 낮빛은 한없이 어두울 뿐이었다. 딸랑. 낮빛과 다를바 없는 그의 마음은 안중도 없다는 듯 쾌활한 종소리가 편의점 안을 가득 매웠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지도, 진심도 하나도 담기지 않은 말을 겨우겨우 내뱉었다. 그는 의미 없이 길게 뻗어 있는 진열대를 살펴보았다. 등에선 땀이 흘렀다. 밖으로 나오면 안된다는 의사의 말에도 불구하고 부모의 고집에 떠밀려 햇빛을 오랜만에 맛봤다.
정신착란, 이중인격. 아무것도 알지 못하는 무지한 사람들의 입에서 가볍게 오르락 내리락 했던 단어들은 그의 가슴을 마구 찌르고 후벼팠다. 지랄. 그때마다 마음속으로 하나 둘 씩 반박하며 부정했던 사실이 의사에 의해 조헌병이라는 하나의 의학명으로 정의 당했을 때, 더욱 절망에 빠져 한동안 헤어나오지 못했었다. 사실은 그도 내가 어딘가 정신적으로 이상한 사람이 아닐까? 라는 생각은 있었지만 그러고 싶지 않아 정상적으로 있기를 노력했다. 자신의 정체성이 완벽히 정의 되었던 시점부터 그는 굳이 자신을 숨기지 않기로 했다. 자신을 숨기지 않은 대신 자신의 몸을 꽁꽁 숨겼다. 그는 여러 양산형 소설에 나오는 것 처럼 어릴 때부터 남들에겐 보이지 않는 친구가 보인다던가, 어느 작은 목소리가 길을 이끌어준다던가, 하지는 않았다. 아니. 그런 사람이 있을 수 있나. 라면서 웃어넘기기 일수였다.
고등학교 일 학년. 그에게 무언가가 보였던 시점은 정확히 언제였는지 자신도 기억하지 못하지만, 인지를 했던 때는 학기 초, 친구를 사귀지 못해 혼자 남겨졌을 때였다. 중학교 때의, 구태여 꺼내고 싶지 않은 그 일이 있고나서 신경이 더욱더 곤두서 영향을 미쳤을 가능성이 충분했다. 어쨌건, 처음에는 눈 가장자리에서 검은 무언가가 보였던 것이 시작이었다. 자신이 어딘가 특별한 것일까라며 생각했던, 기분이 나쁘다기보다는 오히려 가슴이 조금 두근거렸었다. 물론 지금의 그는 그때의 그를 비난하며 방안에 틀어박혀 있었다.
스스슥, 역겨운 소리가 귀 옆을 스쳤다. 집게로 된 입으로 그의 귓바퀴를 깨무는 듯한 느낌이 들자 오른손을 들어 쎄게 한 번, 두 번 귀를 쳐댔다. 인위적인 것 같은 삐- 하는 이명소리가 그의 마음을 오히려 안심되게 했다. 털어내었던 오른손의 검지 손가락에서 노이즈가 끼었다. 이 초 정도는 무시하며 계속 걸었으나 손가락이 떨어져 나갈 것만 같은 공포에 왼손으로 검지를 쥐어잡고 좌우로 비틀어댔다. 뚜둑거리는 뼈의 시려오는 기분은 무척이나 역겨웠다. 그는 시간을 더 보내기보다 빠르게 이곳을 나가기로 했다. 근처에 널려 있는 과자 몇개를 난폭하게 집어 가슴 속에 품은 뒤 카운터로 향했다.
아. 카운터의 눈동자 속에 무언가가 자신의 가슴을 꿰뚫는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무엇이 그를, 무엇이 나를. 속에서 들리는 목소리에 그는 지금을 잠시 포기하기로 했다. 참을 수 없는 상황이라면 다른 이에게 맡기는 편이 좋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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