잠을 청하려고 누울 때면

늘 한 남자가 구석에 웅크려

무언가를 씹고 있다.


아드득 까드득.

제 팔에 꿀이라도 발라놓은 것일까.

무서운 소리를 내며 씹고 있다.

 

하루는 고단한 일을 마치고 침대에 누웠는데

그 남자가 무엇을 씹고 있는 건지 너무 궁금해졌다.

남자는 잠자는 걸 마다하면서까지 무얼 그리 즐겁게 씹고 있는 걸까.

 

나는 그 남자에게 말을 걸었다.

선생님, 무얼 그리 즐겁게 씹으십니까?”

남자는 말이 없었다.

그렇다면 어깨를 잡아 당겨보면 그만이다.

나는 남자의 어깨를 잡아당겼다.

그리고 남자가 씹고 있는 걸 확인해보려는 순간

잠들었다.

 

나는 한 가지 사실을 깨달았다.

남자를 건드리는 순간 잠에 빠진다.


남자를 건드리지 않고 씹고 있는 걸 확인해야 한다.

가장 간단한 방법은 스마트폰을 켜 남자를 촬영하는 방법이다.

 

다음날도 남자는 같은 위치에서

구석에 웅크려 무언가를 맛있게 씹어먹고 있었다.

나는 주머니에서 스마트폰을 꺼내

동영상 애플리케이션을 켰다.

 

나는 곧 실망했다.

남자의 모습은 스마트폰에 비치지 않는다.

남자가 들고 있는 것도 물론 비치지 않는다.


나는 남자에게 한 번 더 말을 걸었다.

선생님, 무얼 그리 맛있게 씹어먹으십니까.

저를 이 고통에서 벗어나게 해주세요!”

내 호소에도 남자는 나를 슬쩍 돌아볼 뿐이었다.

다시 고개를 돌려 무언가를 맛있게 씹어먹기를 계속했다.

 

나는 화가 났다.

어떻게든 이 남자가 나를 돌아보게 할 작정이었다.

나는 팥, 소금 등 귀신이 싫어한다는 물건은 다 들고 왔다.


우선 남자에게 팥을 뿌려봤다.

남자는 아랑곳하지 않고 씹어먹기를 이어갔다.

 

남자가 앉는 위치에 소금을 뿌려봤다.

남자는 소금에 앉아 씹어먹기를 계속했다.

다음날 소금에 남자가 앉은 자국이 남아있기에

남자가 환영이 아니라 실존하는 것이라는 사실만 알게 됐다.

 

나는 기어코 남자가 앉아있는 위치에

머물러 있어 보자는 결론에 이르렀다.

그러자 남자는 다른 위치에서 나타났다.

이번에도 웅크린 채 나를 등지고 무언가를 맛있게 씹어먹고 있었다.


나는 기가 막혀 골프채를 가져와

남자를 세게 후려쳤다.

남자에게 골프채가 닿는 순간

! 소리가 나며

나는 잠들었다.

사물을 이용해서 남자를 건드려도 잠에 빠진다는 사실을 알게 됐다.

 

남자가 지금까지 반응을 보인 건 내 호소뿐이었다.

나는 칼을 들고 남자를 겁박했다.

지금 당장 씹고 있는 걸 보여주지 않으면 이 칼로 내 손목을 베겠어.”

남자는 반응이 없었다.

아니면 집에 기름 붓고 한 번 다 태워봐? 그러면 너도 더는 씹을 공간이 없을걸.”

남자가 갑자기 웃었다.


?

그러고 보니 불이 있었다.

불이라면 남자에게 닿지 않아도 남자를 괴롭히기엔 충분했다.

나는 당장 불을 들고 와

남자에게 가져다 댔다.

 

불의 열기가 뜨거운지 남자는 움찔거렸다.

나는 계속해서 호소했다.

지금 당장 네가 집고 있는 걸 보여줘.

날 이 고통에서 해소해줘.”


남자는 결국 손에 들고 있던 걸 놓쳤다.

나는 남자가 놓친 것을 재빨리 낚아채 그 정체를 확인했다.

■■?

■■였다. 놀랍도록 작고 아름다운 ■■였다.

 

남자는 화가 났는지 나를 향해 일어나 소리쳤다.

남자가 소리치며 나를 만지자

정신은 깨어있는데 몸은 움직이지 않는

가위 상태에 놓였다.


남자는 나를 붙잡더니 나를 먹기 시작했다.

먹는다기보단 사탕처럼 붙잡고 빨기 시작했다.

내 몸이 서서히 녹아간다.

 

멍청한 괴물 놈. 곧 있으면 아침이야.”

하지만 내 바람과 달리 아침은 오지 않았다.

나는 생각했다.

사람을 계속해서 먹다 보면 ■■만 남지 않을까?

그렇다면 내가 주운 ■■도 원래는 사람이었을까?

 

모르겠다. 더는 사고가 잘되지 않는다.

생각하지 않으면 사람이 아니다.

나는 이미 사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