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00]
삐비빅-! 삐비빅-!
책상 위에 놓여있는 전자시계에서 나에게 1시간이 지났음을 알려준다.
내 뒤에 놓인 벽장 시계의 초침이 움직이는 소리도 들려온다.
고개를 다시 돌려 길게 뻗은 복도를 응시한다.
후..
[03:02]
쩌저적.. 쩅그랑!!
보기 좋게 깨진 27번째 유리창 뒤로
두 눈이 나를 뚫어지게 쳐다보는 것이 느껴진다.
..까맣다, 빛이라고는 복도 양쪽 벽 밑에 박혀있는 비상등이 전부인데도
저것의 형상은 첫 번째 유리창이 깨지기 전부터
나에겐 정확하게 아니.. 암기를 해둔 것처럼 선명하게 느껴진다.
사람.. 사람은 아니다 애초에 정상적인 생물체라고 볼 수 없다.
기괴하게 생긴 몸뚱아리는 참고 봐줄 만하다만
저 미소.. 웃음? 박장대소라고 해야 할까 아무튼
저것 나름대로 표정을 짓겠다고 얼굴을 구겨 놓은 것과
토끼처럼 발을 구르며 관절을 꺾어 이리저리 움직이는 것을 본 후로는
절대 같은 공간에는 있고 싶지 않다고 생각했다.
째깍 째깍..
처음 이곳에 도착했을 때에는 삐뚤어진 심성으로
전자시계가 있는데도 뒤에 벽장 시계를 둔 것에 관하여
참 효율적이지 못한 인테리어에 대해 평을 늘어놓는 것에 바빴다.
째깍 째깍..
[03:09]
저놈이 나에게 반갑다는 듯이 손을 빠르게 흔들며
막힌 유리 앞에 딱 붙어있는 것을 보니 꺼림직한 위화감이 느껴졌다.
지금은 심하게 구겨져있는 규칙서를 급하게 읽고있다.
하등 쓸모없는 종이 쪼가리라 생각해 쓰레기통에 처박아 둔
내가 참 미련한 새기라는 것을 느낀다.
째깍 째깍..
[03:16]
지금은 그 의미를 안다.
방과 연결된 길고 어두운 복도, 그곳에 늘어져있는 많은 유리창들..
왜 시계를 두 개나 들여놓았는지와 새벽 2시부터 6시까지라는 근무시간도
일주일에 하루, 그것도 4시간뿐인 일의 주급이 이상하게 높았던 것까지 전부.
째깍 째깍..
이해했다. 뭐 생명수당인 거겠지.
[04:05]
쩌저적..
34개째.. 전과는 달랐다.
서랍에서 꺼낸 손전등을 10분 주기로 비추니
깨지는 유리창의 수와 그 주기가 확실히 느려졌다.
째깍 째깍..
저것이 발을 구를 때면 벽장 시계의 초침을 확인하고
14초일 경우 대강 15~17번 책상에 달려있는 회색 스위치를 누른다.
그리고 손전등으로 유리창을 확인한다.
[04:27]
쩌적..
40번 유리가 박살났다.
큰 이상은 없다.
빠뜨린 내용이나 대처하지 못한 상황은 없어.
규칙서 라는 것에 오차가 없다면 6시가 된 직후
놈은 사라지고 유리창이 더 이상 깨질 일은 없다.
째깍.. - ...
[04:42]
48개째 유리창이 깨진 직후
큰 이상은 없다.
놈은 내가 대처 방법을 숙지한 것을 안 것처럼
얼굴을 더 이상하게 구기더니 49번 유리창 바로 앞에 쭈구려 앉아있다.
[05:12]
...
놈이 벽장 시계가 멈춘 것을 눈치챘다.
[05:25]
쩌저적.. 쩅그랑!!
이젠 자기 얼굴을 찢어진 것처럼 뜯어놓은 저 검은 형체는
기다란 팔다리로 71번째 유리창을 미친 듯이 두들기고 있다.
ㅅ발..!
입에서 새어 나오는 욕을 다시 삼킬 평정심은 사라진지 오래.
나는 바닥에 유리 조각들이 굴러다니는 소리를 들으며
이마에서 흘러내려 눈을 따갑게 하는 땀들을 닦아냈다.
손전등을 계속 비춰보고 빠르게 껏다가 켜봐도 놈은 진정할 생각이 없다.
[05:43]
쩌저적.. 우적...!!
87번 유리창이 깨지는 소리가 들린다.
가까워서 그런지 더욱 크게 들린다.
회색 스위치를 연타하기 시작했다.
이 방법이 맞기를.
[05:50]
나름대로 침착하게 대응했던 것 같지만
그 생각이 틀렸다는 듯이 놈은 3~4미터 앞에서 94번 유리를 두드리고 있다.
보란 듯이 자기가 깬 유리조각 중 큰 것을 입에 욱여넣고 웃는다.
...하나도 재미없다 ㄱ새기야.
[05:55]
쩌저적.. 쩅그랑!!
97
[05:58]
쩌저적..
99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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