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상 위에 놓여 있는 300장의 부적은 모르는 할아버지께 받은 것이다.
할아버지는 내게 부적을 넘겨주며 하루에 한 장씩 부적을 태우라 하셨다.
“자네를 지켜주는 음과 양의 조화가 깨졌네.”
“곧 그것이 자네를 먹으러 올걸세.”
물론 나는
“할아버지, 요즘 시대에 무슨 음과 양의 조화예요.”
“이런 거 필요 없어요. 건강하세요.”
라며 빠져나올 생각이었지만
워낙 할아버지의 의지가 강고했던 터라 결국 부적을 받고 말았다.
그러고 보니 할아버지의 생김새가 인상에 남았는데
요즘 시대에 어울리지 않게 한복을 입고 있었고 수염이 길었다.
특히 입꼬리의 수염이 길어서 마치 메기를 연상하게 했다.
나는 쓸데없는 것에 몰두할 시간이 아니라 생각했다.
“내일이 시험이다.”
“컨디션을 망치기 전에 일찍 잠들자.”
물론 말은 그렇게 했지만 어쩐지 300장의 부적이 마음에 걸려
잠이 오지 않는 밤이었다.
꾸벅꾸벅 졸고 있는 나는
낚싯대를 잡았다.
“여기가 어디지?”
사방에 안개가 껴있는 강이다.
워낙 강이 넓어서 강 너머가 보이지 않는다.
뒤에서 인기척이 느껴진다.
그러나 절대 쳐다봐서는 안 된다는 직감이 든다.
뒤의 사람이 점점 다가온다.
“이봐, 아직 멀었어? 우리 배고프단 말이야.”
그러자 낚싯대가 흔들린다.
그 요동이 처음엔 미세했다가 점점 세져
내가 다룰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
뒤에서 살기 어린 시선이 느껴진다.
절대 이 물고기를 놓쳐선 안 된다.
나는 냅다 낚싯대를 건졌다.
그렇게 물고기 한 마리가 내 머리로 튀어 오른다.
물고기에 맞은 나는
잠에서 깨어났다.
온몸이 땀에 젖어있다.
“무슨 꿈이람.”
흉측한 꿈을 꾸었다.
아무래도 시험날이라 긴장한 모양이다.
시계를 보니 평소보다 늦게 일어났다.
부지런히 책상 위의 짐을 챙겨 학교에 갈 준비를 했다.
한 장의 종이가 책상 위에서 펄럭 날리더니
내 발밑으로 떨어졌다.
“부적?”
그 종이는 부적이었다.
나는 부적을 자른 적 없다.
300장의 부적에서 부적 한 장이 저절로 잘린 것이다.
어제 할아버지가 하루에 한 장씩 부적을 태우라고 한 말이 떠올랐다.
소름이 끼쳤지만 부적을 쳐다보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나는 서둘러 학교로 향했다.
“망했다..”
시험을 볼 기분이 아니었다.
시험을 보는 내내 부적이 생각나 미칠 지경이었다.
이름이라도 써서 낸 게 다행이다.
누군가 뒤에서 나를 툭툭 쳤다.
“어제 그 부적, 태웠어?”
“할아버지?”
“실은 그게 태우려고 했는데. 아니요. 못 태웠어요.”
내가 땀을 뻘뻘 흘리며 말하자
할아버지는 한심하다는 듯 나를 쳐다봤다.
“악몽을 꿨을 텐데 아직 먹히지 않아서 다행이군.”
“오늘부터라도 한 장씩 태워. 아직 늦지 않았어.”
“네, 알겠습니다.”
지하철이 오길래 나는 대충 얼버무리고 지하철에 탔다.
지하철 문창 너머로 나를 바라보는 할아버지의 표정이 잊히지 않는다.
그날 밤, 나는 부적 한 장에 불에 태웠다.
아무쪼록 악몽에서 벗어났으면 좋겠다는 미신에 기대서였다.
“내일도 시험이다. 제발 날 지켜다오.”
불을 끄고 이불을 덮는다.
이불을 덮자마자 내 귀에서 물 흐르는 소리가 들린다.
안개가 낀 강.
어제 그 장소다.
그리고 여전히 뒤에 사람이 있다.
뒤의 사람이 물어봤다.
“이봐 아직이야? 우리 배고프단 말이야.”
내 손에는 낚싯대가 들려 있다.
낚싯대가 요동치기 시작한다.
나는 두려운 마음에 낚싯대를 건졌다.
물고기가 튀어 올라 내 손에 들어왔다.
그것은 한 마리의 메기였다.
메기를 잡자 사람 셋이 달려들어 내 등에 달라붙더니 속삭였다.
“배고파.” “배고파.” “배고파.”
“물고기가 배고파!”
“헉헉..”
아침이다.
새 지저귀는 소리가 반가웠다.
부적을 태웠는데 같은 꿈을 꾸었다.
‘저 부적. 효과가 있는 걸까?’
시계를 보니 8시 40분이 훌쩍 넘어 있었다.
나는 서둘러 짐을 싼다.
‘그래, 돌아오는 길에 할아버지를 만나면 물어보자.’
그러나 그날 귀갓길에는 할아버지를 만나지 못했다.
나는 밤이 두려웠다.
‘오늘도 같은 꿈을 꾸면 어떡하지.’
그래서 잠을 자지 않기로 했다.
“어차피 내일이 마지막 시험인데 하룻밤 새지 뭐.”
할아버지의 말대로 부적을 태우고 나는 하룻밤을 지새웠다.
새벽 3시쯤 됐을까?
눈앞이 침침해졌다.
나는 눈을 몇 번이고 닦아봤지만
시야가 깨끗해질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당연하다. 이건 내 시야에 문제가 있는 게 아니라
방에 안개가 낀 거다.
그걸 알아차린 이유는 문짝이 안개에 가려 보이지 않았기 때문이다.
커튼도 보이지 않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았다.
보이는 것은 내가 앉아있는 책상, 그것뿐이었다.
책상 밑에서 물소리가 들린다.
책상 밑을 바라보고 있으니 메기가 펄쩍 뛰어올라
내 손가락을 물었다.
“아아아아아아악.”
나는 잠에서 깼다.
나는 사지를 어루만지며 현실감을 느꼈다.
“아!”
손가락이 아팠다.
내 오른손에서 검지가 사라졌다.
“이 손가락은..”
메기가 문 손가락이었다.
그때부터 내가 이런 위기에 처한 이유는 저 부적 때문이라는 의심이 들었다.
그날은 시험도 때려치우고 하루 종일 할아버지를 찾으러 돌아다녔다.
그리고 오후 5시, 처음 할아버지를 만났던 그 장소에
메기를 닮은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잘 만났다. 이 사기꾼 새끼.”
나는 다짜고짜 할아버지의 멱살을 잡았다.
“감히 나한테 엄한 물건을 줘서 내가 악몽에 시달리게 만들어?”
할아버지는 말했다.
“그게 무슨 소린가.”
“매일 부적을 태우지 않은 건가?”
“매일 당신 말대로 부적을 태웠어. 하지만 아무런 차도가 없잖아.”
“여기 손가락 보여? 어젯밤 메기가 먹어치운 손가락이야. 책임져. 책임지라고!”
“으하하하하하학.”
할아버지는 멱살을 잡힌 채 호탕하게 웃었다.
“지금 메기라고 그랬나?”
나는 그때부터 할아버지의 표정에 압도됐다.
“잘 들어보게.”
“나는 자네 꿈에 나오는 게 끽해야 잉어일 줄 알았네.”
“잉어는 부적으로 막을 수 있지.”
“그것은 일개 물고기에 지나지 않으니까.”
“그리고 가물치도 부적으로 막을 수 있네.”
“그 사나운 것은 먹잇감을 한 번 물고 물러가니까.”
“하지만 메기는 이 사람아.. 쯧쯧. 전생에 무슨 죄를 지은 건가?”
“메기는 요물일세. 부적 따위로 막을 수 있는 것이 아니란 말이야.”
“메기는 그 큰 강의 주인일세.”
“자네를 다 먹을 때까지 절대 물러나지 않을 거야.”
“그럼 어떻게 해야 해요?”
나는 할아버지의 바지춤을 붙잡고 엉엉 울었다.
“도박하면, 도박하면 모르지.”
“자 이 부적을 받게.”
“오늘 밤, 부적을 먹고 근처에 있는 강에 뛰어들게.”
“요물이라고 해봤자 자네를 먹고 크는 새끼 요물이야.”
“절대 자네가 죽게 내버려 두지 않을걸?”
“메기가 자네를 구해줄 때 메기를 끌어안고 함께 육지로 나오게.”
“메기를 질식사시키는 거야!”
그 말을 들은 나는 덜덜 떨 수밖에 없었다.
‘어제 손가락을 뜯어먹힌 것도 무서운데 그런 존재를 건져 올리라고?’
‘이 사람 분명 메기의 편이다.’
나는 소리를 지르며 그곳을 빠져 나왔다.
할아버지의 웃음소리가 내 뒤에서 들려왔다.
달이 뜬 밤.
달이 비치는 강을 바라본다.
나는 강에 와있다.
소주 한 병을 사 왔다.
맨정신으로 메기를 건져 올리는 미친 짓을 할 순 없다.
친구에게 메시지를 보냈다.
“혹시 내가 내일 아침까지 연락이 없으면 한강 XX으로 와줘.”
안개가 끼기 시작하고
나는 강 건너편을 바라본다.
소주를 들고 털어 마신다.
요물낚시가 시작된다.
훌륭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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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탐켄치ㄷㄷㄷ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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