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요즘 새로운 놀이를 즐긴다..
방법도 간단하고, 시간도 별로 안 든다.
그에 비해 얻는 도파민은 굉장히 크다.
이제 뛰어놀 체력이 없는 나에게는 안성맞춤인 놀이다.

십 년 쯤 전부터 지금까지 사람들에게 인기가 많은 놀이라고 하는데, 나는 무슨 이유에서인지 별로 하고 싶지가 않아서 여태껏 한번도 하지 않았다.

그러다가, 다른 사람들이 모여 노는 곳을 보게 됐다.
놀라고 만들어 둔 장소는 아니지만 모두 암묵적으로 노는 곳으로 인식하고 놀고 있었다.
기본적으로 혼자 하는 놀이지만 팀을 짜서 노는 사람들도 많은 것 같았다.

놀이에 심취해서 격앙된 감정을 보이는 사람,
다른 사람들에게 자신의 놀이법을 뽐내는 사람,
정확하게 폭소하고 있는 사람이 가득했다.

다른 사람들이 노는 모습을 몇 분이고 훑어보았다.
그러자 나도 어쩐지 재미있는 기분이 들었다.
그래서 나는 매일, 그 장소에 가서 사람들이 노는 걸 구경했다.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같이 화나고, 즐겁고, 짜릿했다.

좀 과격하게 노는 사람들도 있긴 한데, 그건 또 그것대로 꽤나 재미있었다. 어차피 나한테 피해를 주지는 않으니까.

몇 주 간이나 지켜보기만 했을까, 나도 끼고 싶다는 생각이 드는 건 당연했다. 살면서 이런 건 해본 적이 없어서 조금 망설여졌다.

하지만, 전부 다 놀고 있었다.
노는 게 옳은 것 같다. 여기는 노는 곳이다.
애초에 장소가 놀기 좋게끔 만들어져 있었으니까,
암묵적으로 허락된 곳이다.

처음에는 살살 놀았다. 노는 입장이 되니 구경꾼들이 보이기 시작했다. 저렇게 많았다니, 구경꾼들이 여간 신경 쓰이는 게 아니었다. 그래서 최대한 즐거워 보이게 놀았으나 나를 본 구경꾼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다들, 과격하게 노는 다른 사람을 보고 있었다.
엄지를 치켜세우면서 입꼬리를 올렸다.

나도 과격하게 놀아볼까?

조금 과격해졌다.
몇명의 구경꾼이 나를 봐 줬다!
내 놀이 실력을 인정해 주었다.

짜릿한 기분이 들었다.

더, 더 과격하게 놀았다.
구경꾼들은 점점 더 나에게 관심을 주었다.

칼도 꺼내서 놀았다.
구경꾼들은 그런 나를 보고 엄지를 치켜세웠다.
미친 듯이 폭소하는 사람들도 생겼다.
천재냐고 칭찬하는 사람도 있었다!

어차피 다치지 않는다.
기스가 나는 건 그 장소 뿐인 걸.
과격하게 노는 사람들이 이렇게 많은데 별 제재가 없는 건,
놀아도 된다고 허락한 거 아냐?

원래 놀던 곳은 슬슬 질리기 시작해서,
다른 놀이 장소들도 가서 놀았다.

그런데 다섯 번째의 놀이 장소에서 무슨 대가리 깨진 새끼들이 여기는 노는 곳이 아니니까 놀지 말라고 해서 좀 싸웠다. 아니, 놀기 좋게 되어 있으면 노는 장소인 거잖아. 그렇게 만들질 말던가...  

하여튼 그렇게 놀기를 2달 정도 됐다.

이젠 조금 질리는 것 같기도 하지만,
그래도 가끔씩 사람들이 상상 이상으로 많이 몰려서 나를 칭찬해 줄 때가 있어서 그때만을 노리고 있다.

아, 근데 맨 처음에 놀던 장소는 어제 사라져 버렸다.
사람들이 너무 과격하게 놀아서 폐쇄했다고 한다.
선민의식으로 뒤덮인 찌질한 새끼들은
더 이상 놀이를 하지 말라고, 한심한 소리를 하고 있었다.

뭐,이제는 안 노는 장소니까 나랑 상관은 없겠지.

...그래도 거기서 휘둘렀던 칼은 버리는 게 낫겠지?

새로운 칼은 언제든지 살 수 있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