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낯선 공간에서 깨어났다. 방에는 이 쪽지와 분홍색 액체가 담긴 유리병 하나를 제외하고는 아무것도 없었다.
구석에 문이 있기는 했으나, 무슨 짓을 해도 열리지 않았다.

'마시면 죽는 액체를 이런 식으로 돌려말한 것 아닐까...?
시체 상태로밖에는 나갈 수 없다는 뜻일까?'

그렇지만 결국 할 수 있는 일은 액체를 마시는 것밖에 없었다.

핸드폰도 가지고 있지 않은 상황이다.
어떠한 도구도 없이 저 문을 여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
밑져야 본전이지 뭐, 내가 이렇게 어이없게 납치당해서 죽는구나...
액체를 벌컥벌컥 들이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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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방에서 깨어났다.
방에는 새 쪽지가 있었고, 구석에는 에너지바와 생수 여러 병, 펜과 종이가 있었다.



지금부터 4일째 되는 날에 이 방에서 나가실 수 있습니다.

액체를 마신 뒤 몸에 일어나는 변화를 매일 관찰해주시고, 종이에 기록해 문틈 아래로 밀어넣어 주세요.
기록해주신 부분은 모두 다음날 아침에 원래대로 돌아가 있을 것입니다.

4일차에는 바깥에서 깨어나실 수 있습니다.



아, 내가 불법 임상실험의 대상자가 되었구나.
나를 납치해 인체실험을 하려는 것까지는 알겠는데, 세 번째 줄이 조금 이상하다.
원래대로 돌려놓아 준다고? 대체 무슨 수로?


말도 안 되는 소리라고 생각하며 쪽지를 내려놓던 나는 손에 손가락이 너무 많아졌다는 걸 발견했다.
어떻게 그 액체 한 번 마신 걸로 손가락 개수가 늘어날 수 있지?

확실해졌다. 이곳은 일반적인 과학적 상식이 통하지 않는 곳이다.

꿈인지 현실인지도 잘 모르겠지만, 우선 반신반의하며 종이에 이렇게 기록한 뒤 문틈 사이로 밀어넣었다.

-양쪽 손 모두 각각 손가락개수가 3개씩 늘어났어요. 없애주세요...-


방은 엄청나게 시끄러웠다. 옆 방에 사람이 있는 것일까?
견딜 수 없어져서 구석에 웅크려 귀를 막았지만 정체 모를 소음은 계속해서 들려왔다.

베고픔과 갈증부터 해결하자 싶어서 에너지바와 생수를 꺼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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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 보니 정말 손가락 개수는 원래대로 돌아가 있었다.

이게 되는구나 싶었다. 납치당한 것은 굉장히 괘씸하고 좆같기 그지없지만, 약을 먹고 피해를 본 부분은 원상 복구를 해주다니 그나마 친절하다 싶었다.

몸의 다른 부분도 관찰해 보았다.

얼굴 양옆을 만지자 굉장히 거슬리게 튀어나온 무언가가 붙어 있었다.
종이에 없어댈라고 적어서 보냈다.

소음은 어제보다 더 커졌다. 정신없는 락 음악을 굉장히 크게 틀어 놓은 느낌이었다.
대체 여기서 누가 음악을 틀어놓는 거지?

결국 바닥에 누워서 억지로 잠을 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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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적어보낸 그대로 튀어나온 부분이 사라졌다.


오늘은 양 다리 끝에 촉수처럼 무언가 붙어 있었다. 바로 없애달라고 쪽지를 보냈다.

소음은 이제 알아들을 수 있는 말소리로 변화했다. 여러명이 서로 '죽어,죽어, 죽으라고' 등의 말을 소리치며 싸우는 소리 같았다.
옆 방엔 사람이 여러 명 갇힌 걸까?

구석에 웅크려 에너지바를 입 안 가득 넣고 씹으며 거슬리다 못해 고통스러운 소음을 버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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깨어나 보니 구석진 골목길이었다.
드디어 돌아왔구나, 살아돌아온 것만 해도 정말 다행이다.
어디인지는 모르겠지만 바깥으로 나온 이상 길을 찾아 집으로 돌아가고, 혹시 모르니 병원까지 가서 음독 관련해서 치료를 받으면 그만이다.
며칠간 나를 괴롭히던 소음도 더 이상 들리지 않아 편안했다.


일어나려던 나는 소스라치게 놀랐다.


다리 끝이 뭉뚝했다. 발이 잘려서 없어졌기에 일어설 수가 없었다.
손가락은 양손 모두 2개밖에 남지 않았다.
손으로 얼굴을 만졌다. 양쪽 귀가 모두 잘려나가 있었다.


어째서... 내보내 주기 전에 모두 잘라버린 것일까?
하기야 멀쩡히 보내줄 리가 없다. 역시 그냥은 못 나간다는 걸까?
그렇다고 해도 이렇게 해서 이득 볼 게 뭐가 있지?
대체 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