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제 고3이다.

그동안 너무 놀기만 했던 것 같아서 독서실을 하나 다니기로 마음먹었다.

집 근처 가까운 독서실을 하나 골라, 1인실로 결제했다.

내 자리는 305번.

칸막이로 막힌 다른 자리들을 지나 -318번 자리에서는 신경질적인 목소리가 들려왔다- 닫힌 문을 연다.

좁은 칸막이 방 안에는 깨끗한 하얀 책상 하나, 푹신한 회색 의자.

벽에는 자그마한 창문이 하나, 그 위로는 책을 넣는 책장이 있다.

가져온 책들을 가방에서 꺼내 하나 하나 책장에 넣던 도중, 책장에서 종이 하나가 떨어졌다.

고동색의 얼룩이 묻은 종이에는 무언가가 빼곡히 적혀 있었다.




1. 독서실에서 떠들지 말 것.

특히 혼잣말. 누가 대답할 수도 있다.

혼잣말에 대답한 게 뭔진 몰라도 사람은 아닐거다.




2. 다른 사람이 떠드는 소리 비스무리한 게 들리면 무시해라.
사람이면 얼마 안 가서 어떻게든 조용해진다.
대부분 떠드는 건 사람 아니다.
너무 시끄러우면 귀마개라도 찾아 와라.



3. 1인실 들어오면 문부터 닫고 반드시 잠궈라.
문만 닫혀 있으면 어지간한 애들은 못 들어온다.
말하는 거에 대답하는 걸로 달라붙은 애는 문 닫혀 있어도 그냥 들어온다.
절대 말 하지마라.



4. 문 못 잠궜을 때 열기가 느껴질 수도 있다.
그럴 때에는 절대 뒤 돌아보지 말고 책상 아래로 들어가라.
열기가 사라질 때까지 버티고, 못 버티겠을 정도로 뜨거워지면 책상 아래 벨 눌러라.
몸 젖는게 몸 타는거보단 나을 거다.



5. 인강 보는데 인강이 이상하면 바로 꺼라.
강사 몸이 어긋나거나 말하는 소리가 이상하게 들리고, 적히는 글자가 이상하면 바로 꺼라.
그날은 바로 집 가라. 걔들은 독서실 못 벗어나서 집에는 못 따라간다.
말하는 거에 대답하는 걸로 달라붙은 애는 집까지도 따라가더라.



6. 화장실 갈 때도 문 닫고 가라.
걔들은 사람 없을때는 문 못연다.
근데 문 열어두면 안으로 들어올 수 있으니까 무조건 닫고 가야한다.



7. 304번 칸에는 뭐 있다.
일단 사람은 아니니까, 그 쪽에서 뭐라고 하거나 너한테 뭐 물어보면 무시해라.



8. 만약 여기 그만 다닐거면 적어도 한달은 채워라.
한달도 안 채우면 눈치챈줄 알고 따라간다.
난 한달도 안 채우고 나간 사람을 다시 본 적 없다.



9. 독서실 사장 사람 아니다.
떠드는 놈들이 너무 시끄러울 때 사장한테 말하면 걔들 한동안 조용해진다.
근데 너무 자주 말하지는 마라. 걔들이 네가 사장한테 말 하는거 눈치챌거다.



10. 네가 가지고 있는 물건이 사라질 때도 있다.
그건 그냥 도둑이다.
사장한테 말하면 그 다음날이나 모래쯤에 도둑맞은 물건 찾을 수 있을거다.



11. 당연한 소리겠지만 안에서 뭐 먹지 마라.
가뜩이나 책상 하얀데 뭐 묻으면 안 지워진다.
괜히 냄새 풍겨서 이상한 애들 더 끌어들이지 마라.
그거 씹 민폐다.



12. 가끔 창문 밖에서 일렁거리는 이상한 거 절대로 쳐다보지 마라.
걔 바라볼수록 점점 다가온다. 완전히 다가오면 어떻게 될지 나도 모른다.
창문 밖에 보면 가끔 이상한 게 춤추고 있을 때가 있다.
유명한 미친년인데, 춤 추는거 보다가 고소당한 사람도 있으니까 바라보지는 마라.



13. 밤에는 창문 열지 마라.
사실 열어도 딱히 문제는 없는데, 근처에 산 있어서 모기가 장난 아니게 많다.
씨발 모기가 새끼손가락 마디만 한 건 살면서 처음본다.



14. 창문에 뭐 붙여놓거나 막아놓지 마라.
창문 밖에서 아무도 없는데 시선 느껴질 때가 꽤 많을 거다.
그거 싫다고 창문 막으면 큰일난다.
그 시선 덕분에 어지간한 애들은 방 안으로 못들어오는거다.



15. 밤까지 남아있다가 집 갈때는 독서실 불 켜놔라.
다음날 왔을때 불 꺼져있으면 괜찮은데, 여전히 켜져있으면 어떤 이유든 끄집어내서 자리 바꿔달라고 해라.
제일 좋은 건 밤에 안 남아있는거다.



16. 휴게실에 있는 과자는 먹지 말고 선반 위에 올려놔라.
실수로 문 열어놨을때 들어오는 놈이 그것만 먹고 나가더라.
안전하게 한 두개만 놔둬라. 너무 많이 넣어두면 계속 들어온다.



17. 정수기 물은 마시지 마라.
그거 소화액이다.



18. 여기 인선 안 변하더라.
독서실 명부 뒤져봤는데 7년 전부터 다니는 애들이 하나도 안 변했다.
304번 칸에 있는 놈만 아니라 전부 인간이 아닌 거 같다. 318번 자리는 사람 맞다.
나머지는 아닌게 맞다.



19. 잠 자지 마라.
정 졸리면 잠깐 나가서 휴게실에서 자라.
자리에서 그대로 자면 옆에 있는 놈들이 들어올 거다.



20. 318번 자리 쓰는 사람 지금 7수째다.
건들지 마라. 내가 여기 들어왔을 때부터 있었는데 내가 나가는 지금도 여전히 있다.
독서실 돌아다니는 애들도 그 사람은 안건드리더라.



여기 들어온 니도 재수 더럽게 없지만 어떻게든 잘 해서 원하는 대학 가라.
여기가 그래도 공부 하나는 잘 된다.
당장 나만 해도 여기서 공부하고 S대 의대 붙었다.
정 위험하다 싶으면 그냥 다른 데 가라. 사람이 사라지는데 여기가 멀쩡히 있는 건 괜히 있는게 아니다.

2021년 11월 30일


나는 종이를 책상에 내려두고, 생각했다.


...문, 안 잠궜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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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 써 보는 글이라 잘 써졌는지를 모르겠다.

피드백 많이 부탁한다.


*아카에 올린거 나 맞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