용준아 지금 사이렌 소리 들리지?


형이 계속 말하는데 저거 사이렌 소리 아니다.


빙신아. 또 쫄고 있냐?


탄내도 나고 사이렌 소리 나는데, 저거 다 가짜야. 너 속이려고 지랄하고 있는 거라고.


형 못 믿겠으면 문에 귀를 잘 기울여봐.


잘 들어 보면, 사람들 말소리나 발소리 전혀 들리지 않고 불타는 소리도 안 들릴 거야.


당연하지, 불은 애초에 난 적이 없으니까. 사이렌 소리도 당연히 들리면 안 되고 불타는 냄새도 나면 안 되지.


앞으로 계속해서 이런 경우가 있을 건데 형이 몇 가지 확인법만 알려줄게.


빙신처럼 어리바리 타지 말고 잘 기억해 둬.


첫째로 도망칠 생각 하지말고 창문 부터 살펴봐.


아파트 20층 높이에서 진짜 불이 났다면, 밖 어디서든 연기가 피어오를 거야.


건물 위층 아래층 전부 확인해서 연기가 나는지 안 나는지 무조건 확인해.


한 줌에 연기도 안 보인다면, 거의 그 새끼들이 너 속이고 있는 거니까 절대 집 밖으로 나가지 마.


둘째로 내가 남긴 옷가지들이 불타고 있는지 확인해.


형이 너를 위해서 남긴 그 새끼들을 확실히 잡을 수 있는 개쩌는 옷이다.


불이 났는지 안 났는지 도저히 모르겠다면, 그 옷가지들이 불타고 있는지 확인해 봐.


옷가지들이 불타고 있다면, 확실히 그 새끼들이니까 엿좀 날려주고 틀어박혀 있어라.


셋째로 화재 경보 방송 날짜 확인해.


사이렌이 울린 후에 화재 경보 방송이 틀어질 텐데, 이때 화재가 일어난 날짜와 시각을 알려 줄 거야.


경보 방송 날짜가 2007년 8월 17일이면, 쉽게 알았다고 생각하고 나가지 마.


여기부턴 주의할 점인데 잘 새겨들어라. 진지하게 잘 들어야 해.


첫째. 사이렌 소리와 상관없이 스프링클러가 갑자기 틀어진다면 그 때는 집 밖으로 나와.


뭘 하고 있든 중요한 걸 하고 있든 당장 집에서 빠져나가.


그 새끼들이 확실하게 네 노리고 한 거니까 하루 동안은 집 안으로 들어가지 마.


둘째. 갑자기 몸이 타들어 갈 정도에 작열감이 느껴진다면. 제발 가만히 있어줘라.


네가 고통에 몸부림칠 수도 있겠지만, 이형 믿고 한 번만 참아줘라.


웅크려 있으면 무언가가 포옹하는 기분이 들 거야.


형이라고 생각하고 눈물 꾹 참고 가만히 있어 줘라.


부탁한다.


셋째. 만약 진짜로 불이 났다면.


모든 확인법을 총동원했는데도 진짜 불이 난 거 같다면.


이번에는 네가 직접 도망쳐 봐라.


형 때문에 계속 이런 일이 생기고 무섭겠지만, 네가 배운 그대로 행해서 도망쳐라.


나의 실수로 이어진 벌을 네가 받고 있기엔 형이 너무 미안하다.


형이 그때 널 무슨 일이 있더라도 지켜줬어야 했는데.


형이 미안해 먼저 떠나게 돼서.


우리 용준이 여행 한번 다녀오는 소원도 못 들어주고.


용준아 형처럼 실수하지 말고 꼭 이겨내라.


그리고 항상 머리에 새겨둬.


불 난 거 아니니까 쫄지마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