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가 내렸다. 그날도 어김없이

한여름, 비가 내림에도 불구하고 습한 날씨를 느끼며 선풍기 바람으로 머리를 말렸다. 빗줄기가 점점 거세지는 소리를 들고 있자니 밖에 나가야 한다는 것이 큰 부담으로 다가왔다. 머리가 얼추 말랐을 무렵, 주섬주섬 짐을 챙긴 후 현관으로 향했다.

현관에는, 누가 정리했는지 모를 가지런히 놓인 신발 한 켤레와 상반되게 비스듬히 누워 있는 새파란 우산 한 개가 눈에 들어온다. 가지런한 신발보다 눈에 먼저 들어온 그 우산은 내게 왜인지 모를 위화감을 가져다 준다.

우리 집에 이런 새파란 우산이 있었나. 생각하며 우산을 들고 밖으로 나갔다. 새파란 우산과 상반된 붉은 하늘이 비를 쏟아내고 있었다.

생각해 보니, 우리 집에 파란 우산은 없다.

어라, 나 왜 밖에 나왔지

생각해보니, 밖에 나올 이유가 없었다. 머리를 말릴 이유도 없었고, 우산을 챙길 이유도 없었다.

생각이 거기까지 미치자, 붉은 하늘에게서 위화감이 느껴졌다. 하늘이 원래 저런 색이였나?

집에 들어가 눈을 씻었다. 씻고 씻었다. 내 긴 손톱에 쓸려 눈에서는 피가 흐르고 있었지만, 개의치 않았다. 계속 씻고 씻었다. 하늘이 파래질 때까지.

몇 분간 눈을 씻고 본 하늘의 색은 새파랬다.

그래. 하늘은 원래 이런 색이지.


나는 흥건히 내 손을 적신 피를 옷에 쓱 닦으며, 알 수 없는 고양감에 사로잡힌 채, 다시금 집 안으로 들어가 휴식을 취했다.


잠깐, 근데 피가 원래 새파란 색이던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