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 종이를 주웠다면 넌 운이 좋은 편이다. 속는 셈 치고 봉인 뜯고 읽어봐라. *
* 비밀 편지 같은 거 아니다. 주운 사람이 누구건 상관없어. 여러 번 강조했다. *
하이고.. 운도 지지리 없는 놈이구만.
다짜고짜 머릿말로 시비거는 것 같아서 미안하긴 한데, 이거 쓰는 나부터 여기 갇힌 지 몇 년은 되는지라 달리 해 줄 말이 없다.
옥수수 밭에서 길 잃고 전파 잡으려고 애쓰다가 오셨나? 아님 뭐 깡촌 사시는 레드넥인가?
아무튼, 그게 중요한 게 아니지.
네가 철저하게 이성적인 사고관을 갖고 있다면 이 양피지 쪼가리를 좆같은 장난질로 생각할 수도 있겠다만, 일단 버리지 말고 한 번쯤 읽어보길 바란다.
나 말고도 여기 끌려왔거나, 이미 오래 전부터 끌려와 있을 불쌍한 놈들을 위해 평생 써본 적도 없는 깃펜으로 열심히 끼적인 거니까.
1. 이 숲은 마녀의 영역이다.
엄밀히 따지면 "마녀" 라는 명칭은 편의상 내가 숲에 돌아다니는 그것들한테 붙인 거다.
네가 뭐 클라크 켄트, 타노스, 닌자, 전설의 슈퍼 사이어인 같은 놈이라면 이 양피지 쪼가리를 읽을 필요도 없이 내보내 달라고 깽판치면 그만이겠지만, 고만고만하게 무장한 민간인이라면 탄약과 무기를 너무 신뢰하지 마라.
이 마녀들이 생물은 맞긴 한 것 같은데.. 총알이 통하긴 하는지, 가렵기나 한 건지도 사실 잘 모르겠거든.
내가 여기 들어와서 처음 쏴갈긴 꼬맹이는 놀아주려는 줄 알더라고. 그나마 다행이지.. 떼어내고 튀느라 고생 좀 했다.
2. 넌 여기 초대를 받은 거다.
네가 뭘 하고 살았고 성격이 어떤지까진 내가 알 수는 없지만,
여기 끌려온 놈들 대다수는 걔네 마음에 드는 게 뭐라도 있어서 동의 없이 초대받은 거다.
뭐 집이 잘 살고, 차랑 주택에 할부가 없고 이딴 거 말고.
무지막지하게 거침없고 용맹하거나, 반대로 단 한 번도 뭔가를 해쳐 본 적이 없거나,
레몬 8개를 52초 내에 먹어치울 수 있거나 등등.. 사유도 가지각색이다.
머릿말만 읽고 양피지를 던져버렸다면 뭐 어쩔 수 없는 일이지만, 일단 여기까지 읽었다면 "내가 뭘 잘못해서 끌려왔나?" "내가 너무 잘나서 초대받았나?" 같은 자아비대적인 생각은 안 하길 바란다.
나도 여기서 몇 년째 헤매고 있다만, 아직도 이것들이 뭐가 그리 마음에 들어서 날 데려왔는지는 모르겠거든.
3. 표지판과 울타리가 보인다면, 공중에 총을 쏘든 소리를 지르든 우선 큰 소음을 내라.
처음으로 눈을 뜬 직후라면 아무렇게나 돌아다녀도 상관은 없다.
곧 괴상한 표지판 하나랑 사람 키 2/3정도 되는 나무 울타리가 나타날 거니까.
'뭐가 있을지도 모르는데 허공에 총은 왜 쏘라는 거냐?' 라고 반발할 수도 있겠지만, 이 숲의 마녀들은 정상적인 사고관을 가진 생물이 아니다.
얘네는 자기네들 숲에 초대받은 손님이 축포를 터뜨리고 환호성을 지르면서 당연히 기뻐할 거라고 생각하거든.
이 표지판 앞에서 아무런 반응도 보이지 않는다면, 이것들은 네가 손님인지 아닌지 긴가민가할 거다.
물론, '손님처럼 안 보인다'는 이유로 너를 멀쩡히 집에 돌려보내준다는 뜻은 아니다.
최대한 방정맞고 시끄럽게 네가 왔다는 걸 알려라. 적어도 손님 취급은 받는 게 나으니까.
4. 멀리 떨어진 나무 뒤편에서 시선이 느껴질 수도 있다. 너무 호들갑만 안 떨면 괜찮다.
표지판 앞에서 난리친 다음 울타리 안쪽으로 들어왔다면, 가끔 한기가 돌면서 뒤통수에 시선이 꽂히는 느낌이 들 때가 있다.
그게 마녀들이 보낸 미지의 뭐시기 괴물인지, 단순히 마녀들 중 하나인지는 나도 잘은 모르겠다만..
일단 내가 겪은 바, 그 검은 머리 여자애는 호기심만큼이나 수줍음도 많다.
어디 고스족 인형마냥 눈깔이 통째로 새까매서 처음 보면 흠칫할 수도 있겠다만, 걔는 어지간하면 멀찍이 떨어진 나무 뒤편으로 숨어서 다니더라고. 관심은 주지 말되 굳이 떨쳐낼 생각도 하지 마라.
다만, 네가 어지간히 쫄보라 염소마냥 쫄아서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다거나 총을 뽑아서 갈기거나 했다면, 그 여자애가 수줍음을 뿌리치고 직접 인사하러 올 수도 있다.
앞선 항목에도 여러 번 강조했지만, 걔네들은 네가 아무리 난리를 쳐 봐야 그저 놀아주려는 줄로만 알 거다.
그렇게 되면.. 별 수 없지. 행운을 빈다.
5. 숲 한 가운데 공터에 오두막 비슷한 건물이 보인다면 일단 들어가라.
이쯤 읽었으면 눈치챘겠지만, 숲에 들어온 시점에서 너한테 자율적인 선택지는 몇 없다.
네 눈앞에 오두막이 나타났다는 건, 거기 죽치고 앉은 주황머리 꼬맹이가 널 초대하고 싶다는 뜻이거든.
무시하고 다른 길로 나가봤자 계속 같은 장소로 돌아오게 될 뿐이다.
운이 좋다면야 여기 사는 대부분의 마녀들이 그렇듯 금방 변덕으로 네게 흥미가 없어질 수도 있겠다만..
호감을 품은 이에게 이유없이 계속 무시당할 때 화가 쌓이듯, 오두막집의 마녀는 소외당하는 걸 정말 싫어한다.
어지간하면 그냥 들어가라. 그래야 나중에 안 피곤하니까.
5-2. 네가 오두막을 보자마자 들어갔다면, 그 집의 마녀가 케이크를 대접할 거다.
당최 뭘 재료로 써서 케이크를 만든 건지는 모르겠다만.. 일단 나랑 일행들은 그거 먹어도 멀쩡했다. 배도 부르고 컨디션도 좋아지더라.
다만, 걔가 양초를 꼽으려 들면 여기 생일인 사람 없다고 말하고 완곡하게 거절해라.
내가 지켜본 바, 거기 붙박힌 마녀는 (여기 사는 그것들 중에서는)그래도 제법 머리가 좋거든.
아주 완벽한 건 아니지만, 사람끼리 행동하고 말하는 방식이나 예법을 얼추 따라하려 들더라고.
지 기분 내키는 대로 손님을 챙기려는 것 같긴 한데.. 문제는 '축하 방식'도 똑같이 제멋대로란 거다.
나랑 같이 왔던 일행 중 패스트푸드에 환장하는 릭이라는 놈이 있었는데, 눈치없게 자기는 일주일 뒤 생일이니까 양초 꽂아달라고 했다가 온 몸의 구멍에서 콜라를- 에휴.. 더 써서 뭐하겠냐. 5-2 항목은 이만 줄인다.
5-3. 오두막의 마녀가 문앞에 나와있다면, 차림새나 표정을 잘 살펴라.
* 너 5번부터 똑바로 안 읽고 오두막 그냥 지나쳤지? 고생 좀 하겠구만.
일단 마녀가 입은 옷이 해진 데 없이 멀쩡해 보이면 아직은 괜찮은 거니까 미안하다는 제스처를 취해라.
'칼 든 기사가 나를 쫓아왔다. 도망치느라 정신이 없었다' 라고 말하면서 최대한 생동감 있게 몸짓으로 그걸 묘사해라.
네 연기력이 빛을 발했다면, 곧 그 꼬맹이 옷이 넝마처럼 해지면서 어딘가로 스르륵 사라질 거다.
오두막 입구에서 6분 정도 기다려보고 마녀가 안 온다 싶으면 갈 길 가면 된다.
앞 항목에도 써뒀지만 얘네들은 변덕이 존나게 심하거든.
잘 변명해서 주의만 돌리면 네가 오두막집을 무시한 것도 금방 잊어버릴 거다.
다만 마녀를 봤을 때 이목구비가 새처럼 보이고, 옷이 다 해진 채 넘실거리고 있다면 좆된 거 맞다.
길 빙빙 돌면서 오두막 근처에 버린 쓰레기나 똥오줌 싸지른 거 있는지 점검해봐.
네가 싼 거면 방법 없고, 네 일행이 그 짓거리를 했다면 두들겨 패든 뭐든 해서 걔 앞에 갖다가 던져버려라. 그래야 네가 사니까.
6. 숲에서 사냥을 할 작정이라면, 다른 동물은 몰라도 사슴을 쫓을 땐 주의를 기울여라.
지치고, 배고프고, 모닥불 피워서 뭐라도 잡아다 구워 먹고 싶고... 다 이해하는데, 다른 동물은 몰라도 사슴은 덮어놓고 쏘지 마라.
진짜 그냥 사슴이면 굽든 삶든 상관은 없다만, 수풀이나 나무 사이처럼 뭔가가 가려질 만한 위치에서 사슴뿔 한 쌍이 위아래로 넘실거릴 때가 있을 거다.
이거 사슴 아니니까 아예 관심도 주지 마라.
며칠 겪어보니 이 뿔달린 놈들이 마녀와 공생하는 건 아닌 것 같다만, 사람한테 친절한 놈들은 더더욱 아니더라고.
일행 중 한 명이 이거 잡아보겠다고 덫 깔러 갔다가 사라졌는데 다음 날 찾아보니까 얼어죽었더라. 상온 21도에서.
7. 숲을 걷다 호숫가가 나타났다면, 근처에 자기가 기사입네~ 하는 놈이 죽치고 있을 수도 있다.
거의 회색에 가까울 만큼 빛바랜 은발의 남자인데, 키가 족히 2미터쯤 된다.
나도 처음엔 조난당한 마당에 괴짜여도 사람 만난 게 어디냐 싶어서 말 걸어봤는데, 이 새끼가 쓰는 말은 죄다 수 세기 전 방언이라 알아먹기도 어렵더라.
그리고, 다른 건 몰라도 얘는 마녀들이랑 사이가 존나게 나쁘다.
여기까지만 읽으면 기사가 네 편을 들어줄 거라고 착각할 수도 있겠다만, 얘한테 도움을 요청하기 전에 2번,5번 항목을 다시 읽길 바란다.
마녀의 손님 자격으로 숲에 떨어진 너를 그 기사가 도와줄 가능성이 얼마나 되겠냐? 당장 결투로 족치겠다며 칼 들고 쫓아오지만 않아도 다행이지.
만약 기사가 다급하게 네 신변을 캐려고 든다면, 최대한 알아듣기 어렵게 꼬아가며 다른 지방에서 온 관광객으로 위장해라.
(* 의외로 속여넘기는 건 어렵지 않다. 그 시대엔 마을 하나 벗어나면 쓰는 말도 다 다르고 모르는 새끼들 천지였으니까.)
8. 끝으로, 가능하다면 조난자 캠프를 찾아오길 바란다.
사실 이 숲이 지랄맞게 어둡기도 하고, 마녀들은 자기들 꼴리는 대로 아무거나 보여주니까 목적지를 정하는 건 불가능에 가깝긴 하다만..
이걸 뭐라고 정확히 설명할 수는 없는데, 계~속 돌아다니다 보면 사람이 사람을 끌어당기듯 조난자끼리 서로 마주칠 확률이 올라가는 것 같다.
나 역시 같이 온 일행 중 둘은 뒤졌고 하나는 끌려갔지만, 어찌저찌 사람들 모인 데 찾아서 정착은 했으니까.
* 이게 위안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마녀들은 손님을 일부러 죽이려고 들지는 않는다.
여기 쓰인 거 잘 읽고 조금만 주의하면, 너도 언젠가 우리가 모인 장소를 찾아낼 수 있을 거다.
부디 무사하길 기원하며 남김.
점핑 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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낡아빠진 양피지에 코를 박다시피 집중하여, 모든 규칙을 대갈빡에 때려넣은 채 숲을 여행한지 어언 일주일.
좋은 소식은, 내가 규칙을 철저히 따른 덕분에 상처 하나 입지 않고 문서의 저자인 잭과 마주했다는 것이고-
"이야. 진짜로 찾아왔네. 어디 다친 데는 없냐?"
"어.."
안 좋은 소식은, 그 잭이라는 새끼의 정강이가 염소마냥 역관절로 꺾여 있었다는 것이다.
탓-
내가 뭘 보는 건가 싶어 어안이 벙벙한 것도 잠시, 그는 족히 5미터는 될 법한 나무 꼭대기에서 사뿐히 뛰어내려 나를 반겼고-
"..저기요. 여기가 그 조난자 캠-"
"..흠! 멀쩡하게 생겼고, 사지 잘 붙어 있네. 좋아! 주인 나으리! 계십니까!"
내 질문을 가볍게 무시한 채, 쾌활하게 목소리를 높이며 숲에 도사린 무언가를 불러제꼈다.
스슥-
"..싱싱한 남편감이군. 훌륭하도다!"
잭이 불러낸 검푸른 무언가가 똬리를 틀며 여자의 형상을 갖추기 시작하자, 가슴 한 켠에서 심벌즈가 울리는 고동과 함께 위화감이 밀려들기 시작했다.
마녀들이 안 놔주면 길도 못 찾는 이 숲에서, 어떻게 조난자 보라고 만든 문서를 숲길 초입에 떨궈놓을 수 있었을까?
마녀가 직접 말해준 게 아니고서야, 조난자들이 끌려온 경위를 어떻게 속속들이 알고 적어놓았을까?
"..아, 죄송한데.. 저..저는 그냥 길을 잃은 겁니다. 여기서 빨리 나가야만-"
"..흐음."
나는 정말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흡족한 표정을 띤 마녀에게 잽싸게 말을 건넸지만, 내 처량한 반론은 가늘게 치뜬 그녀의 새까만 눈매에 가로막혔다.
"..무슨 소리인가. 그대가 온 사방에 울리도록 축포를 터뜨리는 것을 이미 들었거늘."
규칙서에 총 쏴서 시끄럽게 하라고 적혀 있기는 했지.
"게다가, 그대를 쫓는 +§를 외면하고, ■◆□이 준 케이크에 초도 꽂지 않았잖은가. 이는 필시 그대가 모든 혼담을 거절했다는 의미일 터. 여기까지 온 이상 나밖에 없지 않느냐."
양초 꽂으면 좆된다고 했으니까 안 꽂았다. 그냥 꽂고 뒤질걸 그랬나?
"..숲지기를 애써 무시하고, 그 가증스런 기사가 그대를 구한답시고 달려들 때 온 힘을 다해 뿌리치는 것도 보았다. 그런데도 숲을 나가고 싶다니. 그대! 부끄러움에 거짓말을 하고 있구나!"
사슴뿔 달린 놈들이랑 기사 아저씨를 따라갔어야 했구나.
검푸른 머리카락 다발이 덮쳐오며 시야가 뿌옇게 흐려지는 와중, 나는 한 순간 정신을 붙들어 의지를 다졌다.
언젠가는 이 잭인지 뭔지 하는 놈을 반드시 때려죽이리라.
마녀 이쁘냐?
안이쁘니까 싱싱한 남성들 보쌈해오는 거 아닐까 아님말고
내눈에 이쁘면 씨발 인간의 의지를 보여준다
우와 재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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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은 사람
한 잔해. 살 수는 있잖아
ㅈㄴ 재밋음...
저는 하렘을 누릴거에요
글 너무 잘 쓰셔서 그런데 출처 남기고 글 퍼가도 되나요 ??
가능충이라 그런지 할만해보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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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애네 - dc App
이거 몬무스챈에 올려도 되냐? - dc App
이 정도면 나쁘지 않을지도?
어떻게든 신랑감 꽂아주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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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쁘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