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은아, 네가 자취를 시작한다니 엄마는 사실 걱정이 앞선단다.


나이도 먹을만큼 먹어서 괜찮다고 말해도, 엄마 눈에는 아직 아이나 다름 없어서 그런가봐.


다은이도 대학가면 너처럼 자취하고 싶다고 말하던데, 조금 골치가 아프지 뭐니...


라면만 끓일 줄 아는 애가 밥은 어떻게 챙겨먹나 싶어서 걱정이다. 엄마가 반찬이라도 보내줘야 할까봐.


마트에 장 보러 갈 때마다 데려가서 이것저것 알려줄 걸 그랬나보다. 귀찮다고 배달 음식만 시켜먹으면 안 된다!


바라는 거 생기면 엄마나 아빠한테 전화 해. 뭐 용돈이라든지, 어디 아프다든지 간에, 작은 거라도 좋으니까.


사람 조심해. 요즘 세상 흉흉한 거 가은이도 잘 알지? 이상한 사람 같으면 절대 가까이 하면 안된다. 문 단속 잘 하는 거 잊지 말고.


아침에 일찍일찍 일어나구. 매일 밤 늦게 자니까 아침에 알람도 못 들어서 엄마가 깨워주고 그랬잖아. 너무 늦게 자면 안 좋아.


자주 연락해주는 거 잊지 말구. 연락 자주 안 해주면 엄마 서운해. 우리 딸내미 잘 지내는지 궁금해지잖아. 그치?


차가운 거 너무 많이 먹지 말구. 너 맨날 아이스크림 잔뜩 먹고 배 아프다고 했었잖아. 집에서는 그러려니 하는데, 혼자 살 때 아프면 많이 서럽고 힘들어.


카드는 엄마가 준 카드 써. 나중에 우리 딸 대학가면 입학선물이라도 사주려고 돈 모아 놓은거니까 입학선물 받는다고 생각하구~ 필요한 것도 사고, 맛있는 것도 사먹고 그래. 알았지?


타지에서 지내는 게 쉽지만은 않을거야. 외로울 때도 있을거고... 그래도 우리 딸 씩씩하니까 잘 지낼 거라고 믿어.


파란색 캐리어에 엄마가 이것저것 좀 넣어놨어. 자취할 때 필요한 것들 대강 생각나는 대로 넣었으니까 꺼내서 쓰면 돼.


하나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엄마 마음 알지? 항상 사랑해 우리 딸~ 벌써 보고싶어 ^^


- 우리 딸을 너무너무 사랑하는 엄마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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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러니까, 저 카드에 돈이 꽤 있다는거네?"


잠시 소란스럽던 집 안은 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곧 조용해졌고, 집 안에는 흘러넘치는 피와, 피투성이가 되어 차갑게 식어가는 시체 한 구만이 남아있을 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