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러 테스트'라고 아십니까?


이는 동물을 마취시킨 후 몸에 마크를 그려넣고,
그 동물이 깨어났을 때, 거울을 보고 자신의 몸에 그려진 마크를 확인하는지를 검사해보는 간단한 테스트입니다.
이 테스트로 동물이 거울 속 자신을 인식하는지 판단하기도 하죠.



지금 당신이 묶여진 채로 깨어난 것도 이와 유사한 테스트를 위함입니다.
곧 풀어드리겠습니다. 방 안을 자유로이 살펴보십시오.


...


그 말을 하고선 그 자는 사라졌다.
나를 묶고 있던 줄과 눈에 걸렸던 안대는 자동으로 풀렸으며, 사방이 검은 벽으로 가로막힌 가로5m,세로5m 정도의 정사각형 모양의 텅 빈 방이 보였다.


'여긴.. 대체 어디지? 나갈 수는 있는건가?'



'그보다도 아까 그 놈이 미러 테스트인가 뭔가를 한다 하지 않았나?  거울같은건 안 보이는데..'




그때, 검은 벽들 중 한쪽 벽에서 갑자기 빛이 나더니 무언가를 보여주기 시작했다. 마치 대형 스크린처럼.
나는 홀린듯 그 쪽 벽으로 향해 갔으나, 이내 소스라치게 놀랄 수 밖에 없었다.



그 속에는 파리와도 같은 얼굴을 한 사람.. 아니, 거대한 파리 그 자체가 두 발로 일어선 채로, 징그러운 두 눈으로 나를 응시하듯 노려보고 있었다.



나는 그대로 넘어졌다. 그러자 벽 속에 비쳐지는 거대한 파리도 함께 넘어졌다.



이번에는 내가 몸을 일으켜 세운다. 그러자 벽 속의 파리도 날개를 탁탁거리며 일어선다.



'자세히 보니 내 모습을 완전히 따라하고 있다. CG가 적용된 전신거울 뭐 그런건가?'




이런저런 생각을 하고 있자 이번엔 옆의 벽면에 빛이 들어온다.
그곳에 비치는 건.. 날 보고 있는, 두 발로 서있는 거대한 곰이다.




이번에도 좀 당황하긴 했지만..  아까와 같은 패턴이라는걸 깨닫고 멋쩍게 웃었다. 그러자 곰도 입을 살짝 벌리며 웃고 있었다.




'정말 CG 적용된 거울이 맞았나 보네. 신기한 기술력인데.'




'그보다도, 아까부터 방 안에서 썩는듯한 악취가 난다. 방은 텅 비어있는데.. 어디서 나는 냄새지?'




그렇게 방 안을 둘러보고 있자, 이내 세 번째 벽에 불빛이 들어온다.
이번에는 눈이 한 개 달린 자가 날 뚫어져라 쳐다보고 있다.




그 사람..?은 이마 한가운데에 거대한 눈이 위치해있었다. 눈을 제외하고는 전부 사람과 같았다.




그 외눈박이의 얼굴을 보고 있자니 왠지 모르게 기분이 꺼림칙해져서, 전신거울임을 알고 있음에도 눈을 피하게 되었다.
그럼에도 계속해서 내게로 시선이 느껴지는 기분이 들었다.





거기다가, 계속해서 방 안에서 악취가 나고 있다.
아까보다 냄새가 더 심해진 것 같기도 했다.




아무튼 그렇게 시간이 지나자, 세 번째 벽의 화면은 꺼졌다.
사각형 형태의 방이었으니, 이제 마지막 한 벽만이 남았다.




'이번에는 뭐가 나오려는 거지?'




살짝 기대감을 품고, 마지막 벽을 들여다보았다.
벽에서 노이즈가 끼더니..
.
.
.
이내 내가 죽어있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 시체는 온몸에 피칠갑이 되어 있고, 배가 뻥 뚫려 있는 채로 멍하니 서있었다.




나는 당황해서 얼어붙었다가, 이내 내 배를 어루만져보았다.
텅 비어있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리고 실제로 내 배를 보니, 뻥 뚫려있는게 맞았다.
악취는 내 배에서부터 나고 있었다.




이내 벽 너머에서 목소리가 들려온다.
"미러 테스트가 종료되었습니다!"




뚫려있는 배에서 통증이 몰아 오기 시작한다.

"진짜 거울이 있는 벽을 확인하고, 몸에 새겨진 마크를 바로 찾아내셨으니 테스트는 통과입니다. 축하드립니다!"




의식이 점점 흐려지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