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걱우걱"
"땅만 보고 다니면 사고를 당할 수도 있단다. 또, 동물들의 지저귐과 파란 하늘, 작열하는 태양을 즐길 수도 없고"
"꿀꺽"
"계속 그러면 목도 완전히 굽어버리잖니. 자 어서"
"..제 목이 굽어 보이나요?"
"그럼. 하지만 고개를 들고 다니면 고쳐질 정도인 것 같구나. 자, 어서."


그러자 내가 바라던 대로 고개를 땅에서 점점 들어올리고 이 쪽을 향해 돌리기 시작했다.
그래, 그렇게. 좀 더. 빨리.
우리가 하는 것처럼 고개를 들어 위를 봐. 빨리!


그것이 한 팔을 잃고 구석에 쓰러져 하얗게 질린 그녀에게서 시선을 떼고 나를 쳐다보기 직전,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녀에게 '어서 도망가' 라고 입모양으로 말하고 슬픈 미소를 지어보이는 것뿐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