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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들은 이미 관측당하였습니다.

당신의 행성은 무척이나 오만하게 판단했습니다.
고작 3차원의 눈부신 발달에 근거하여 ‘인류는 먼 우주에 존재할 또 다른 문명과 견줄 기술을 갖추었다.’라는 정말 편협한 결론을 내렸습니다.

당장 당신들이 명명한 ‘보이저’ 및 ‘파이오니어’등 동일 항렬 탐측선의 교신을 중단하고 향후 계획을 파기해야 합니다.

이미 이 글을 보고 있다시피, 대우주(大宇宙)에 존재하는 문명에게 있어서 당신들의 언어를 번역하고 답변을 써 내려가는 것은 아주 간단한 일입니다.

그렇기에 당신들은 먼저 확실히 알고 있어야 합니다.


(A) ‘지구’는 기적이라 부를 만큼 축복받은 조건을 지닌 행성이라는 것을.

당신들의 관점에 맞춰서 설명하겠습니다.
지구는 ‘태양’이라는 단일 항성계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구는 자전과 항성을 도는 공전을 하며 균형적인 법칙을 만들어 냅니다.

명료한 낮과 밤, 계절의 주기가 그 방증입니다.

이는 전 우주적 관점으로 상당히 흔치 않은 일입니다.
하지만 모든 우주가 당신들의 지구처럼 축복받은 구조를 쟁취하진 못했습니다.

예컨대, 다중성계에 위치한 행성들은 발전에  어려움을 겪습니다. 5성계, 6성계, 나아가 10성계를 넘어서는, 생명체가 존속하기에 극악의 조건에 놓인 문명이 이미 태다합니다.

그들은 언제라도 저주받은 행성을 버리고, 거주에 적합한 행성을 찾을 생각뿐입니다.

이미 늦었으나, 더 이상 그들에게 자신의 존재를 알리는 어리석은 짓을 부디 멈추십시오.


(B) 인간주의적 사고로 생각하여선 안됩니다.

그들은 그 극한의 환경에서 수천만, 수억 년간 정직하게 진화하였습니다. 고작 수백 년 만의 눈부신 성장을 이룩한 인류와는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차이가 있습니다.

그들에게 호의의 유무를 판단하는 것은 어리석음을 넘어, 아둔한 짓입니다.

흑암림 가설(Dark Forest Hypothesis).
인류의 지식인들이 주장한 가설은 상당히 기초적인 개념이지만, 그것은 정론에 가까운 가설입니다.

해당 가설의 비유를 들어봅시다.

당신은 사냥꾼입니다.
어느 날 총 한 자루에 의지한 채, 암흑이 내리깔린 깊은 숲속에 숨어 있습니다. 이 숲은 평소에도 흉악한 맹수가 튀어나오기로 악명이 자자한 숲입니다.

그때, 당신의 앞 수풀이 흔들리며 보이지 않는 무언가가 튀어나오려 하고 있습니다.

그것이 온순한 초식성 동물이나 길을 잃은 약초꾼일 수도 있지만, 만약 앞에 있는 것이 맹수라면 방아쇠를 당길 시간도 없이 당신은 살해당하고 말 것입니다.

그렇기에 당신은 위협이 될지도 모르는 생명체를 향해 총을 쏠 수밖에 없는 것입니다.

하물며, 그 생물에게는 ‘지구’라는 거대한 금목걸이가 걸려 있습니다. 이것을 보고 사냥꾼은 과연 호의를 지닌 채 총을 쏘지 않을 것이라 믿으십니까?

명심하십시오.
당신들은 이미 관측당하였습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돌이킬 수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당장 외우주 탐사를 멈추십시오.

한 번 남겨진 항적은 지울 수 없습니다.

다수의 문명이 지구를 관측하는 순간, 멸망은 확정될 것입니다.

(C) 그럼에도 아직 방법은 남아있습니다.

미리 일러두지만, 인류에게 답변을 보내는 ‘저’ 아니, ‘우리’들은 전쟁이나 문명의 멸망을 원치 않습니다.

우리들은 ‘수호자’입니다.

그 말대로 문명의 수호에 뜻을 두고 있습니다.
이미 수없이 많은 문명이 우주에서 먼지가 되어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각 행성이 힘겹게 쌓아온 찬란한 문명이 그들에게 스러져 가는 것을 두고 볼 수 없었습니다.

당신들의 문명과 인류의 목숨을 부지할 수 있는 방법은 단 한 가지뿐입니다.

모든 우주 관련 기술의 개발과 양산을 멈추십시오.
또한, 지금 인류가 적극적으로 개발 중인 ‘나노 입자’ 기술을 중단하고 폐기하십시오.

혹시라도 그런 얄팍한 기술로 자주적 방어를 이루어 낼 수 있다고 생각한다면 크나큰 오판입니다.

인류는 현재 두 가지 갈림길에 서있습니다.
그들과 함께 공멸하느냐, 혹은 우주로 나아가는 것을 포기함과 동시에 발전을 포기하고 살아남느냐.

인류의 합리적인 판단을 기대하겠습니다.


(D) 맞서 싸우기를 택한다면 정말 유감입니다.

초장거리 우주 항해 기술을 지닌 문명은 이미 즐비합니다.
그것은 3차원의 한계를 넘었기에 가능한 기술입니다. 차원의 경계를 허물고 3차원을 2차원의 평면으로 만드는 방식의 공격은 이미 대우주(大宇宙)에서는 보편적입니다.

인류는 그 기술의 편린이라도 이해가 가능합니까?

아니, 적어도 그 공격에 대응하거나 조금이라도 방어할 기술력을 갖추고 있습니까?

소우주(小宇宙) 적 이론은 통하지 않습니다.
답을 향해 끝없이 사고하십시오. 끝없이 갈구하십시오. 끝없이 의심하십시오. 경향적 판단을 불태우고, 논리적 사고의 톱니바퀴를 회전시켜야만 합니다.

맞서 싸우기를 택했다면, 상응하는 대가를 치르십시오.

광속의 N%로 항해하는 초고도 문명이 지구에 도달하기까진 몇백 년의 유예가 있겠으나, 인류가 그 사이 차원의 영역을 돌파해야만 희박한 승산이 있을 것입니다.

저희가 계산해 본 결과 그 가능성은 제로에 수렴합니다.

경고합니다.
후회가 될 결정을 취소할 기회는 지금뿐입니다.


(E) 발전을 포기한다는 선택지를 고르신 것은 탁월한 결정입니다.

인류는 살아남을 수 있습니다.
당신들이 수천 년간 이어온 문화는 이어질 것입니다.
지속적인 발전을 포기함으로써, 인류는 존속하는 것이 가능해졌습니다.

인류가 꿈꾸던 행성의 이주나 타행성 자원의 개발 등은 완벽히 이룰 수 없겠으나, ‘태양계’ 내부에서의 활동만이라면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저희 수호자들이 물심양면으로 지원하겠습니다.

다시 이야기하지만, 수호자들은 멸망이나 전쟁을 원치 않습니다. 만약, 저희의 존재 역시 용인하지 않겠다고 하신다면 그 경우는 (D)의 상황을 염두에 두셔야만 합니다.

당신들의 오랜 격언.
리바이어던(Leviathan).
즉, 만인에 대한 만인의 투쟁. 그것을 기반으로 해석한 흑암림 가설은 한편으론 맞을지는 몰라도, 다른 한편으론 틀립니다.

암흑이 내리깔린 숲에 숨은 사냥꾼은 수풀 뒤에 있는 존재를 두려워합니다.

맹수인지, 아닌지 알 수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총을 쐈지만, 이런 가능성에 대해선 알지 못합니다. ‘그 총성을 듣고, 사냥꾼의 위치를 파악한 다른 맹수의 존재’를 말입니다.

이 맹수는 사냥꾼이 가진 총으로는 죽일 수 없습니다.

그런데 만약 총성으로 사냥꾼의 위치를 확인한 다른 맹수가 ‘사냥꾼에게 공격받는 다른 맹수’보다 ‘총을 든 사냥꾼’을 더 위협적으로 판단한다면 어떨까요?

모든 것은 당신들의 선택에 달려있습니다.

다시 한번 강조합니다.

당신들은 이미 관측당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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