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어머, 누구신가요?
조난이요? 이런…. 한밤중에 산을 타는 건 위험하죠. 들어오세요.
하룻밤정도라면 머무르셔도 돼요. 음, 이 집이 괜찮다면요.
네? 문제요? 아뇨, 그런 건 없어요. 그냥 이 집이 손님을 깜짝 놀래키는 걸 좀 많이 좋아해요. 막 괴담처럼 한눈 판 사이 슥삭 사라지거나 하는 건 아니고요.
어, 그래도 마음의 준비 정도는 하면 좋으니까 대충 패턴화된 장난만 좀 알려드릴게요.
여기 현관에서 어어, 그 러그 밟지 마세요. 그거 밟으면 땅이 쑥 꺼져서 넘어지는 사고가 많아요.
바닥 보수공사요? 하하, 이거 보세요. 러그를 들추면 그 아래 바닥은 멀쩡하다니까요. 보수하고 말고 할 것도 없어요.
그리고 저 액자에 걸린 그림이 움직여도 너무 놀라진 마세요. 해리X터에 나오는 그것처럼요.
그냥 현대적으로 디지털 액자라고 생각하시면 어떨까요? 진짜 디지털 액자냐고요? 비밀이에요.
복도는 그래도 집이 잘 건드리지 않아요. 장난치고 나면 치울 게 많거든요.
그래서 저도 일부러 복도에 물건을 좀 늘어놨어요. 그럼 치우는 걸 되게 귀찮아해요.
걸려 넘어지지 않게 조심하세요. 아, 이거 또 들어왔네. 이렇게 생긴 핸드벨은 제 거 아니에요. 무슨 고물상마냥 맨날 주워온다니까….
네? 당연하죠. 저도 취향이란게 있다고요. 이런 동태같은 물고기가 입을 벌리고 있는 모양의 종을 집에 들이고 싶진 않은데요.
방에 들어갈 때 샤샤샥-하는 소리가 나면서 검은 뭔가 흩어지는 걸 보실 텐데… ‘그거’는 아니니까 걱정 마세요.
세X코도 부르고 소독도 해봤는데 안 없어졌어요. 그래서 집이 한 짓이라는 걸 알았죠.
그냥 장난이고 인체엔 무해해요. 바… 뭐시기도 무해하긴 한가? 어쨌든요.
화장실은 그냥 쓰세요. 수도에서 뻘건 물이 나오진 않냐고요? 영화를 너무 보셨네.
거울 욕조 수도 다 멀쩡해요. 볼일 보는데 놀래켰다가 좋지 않은 꼴을 많이 봐서 그런지 자제하더라고요.
한 가지 주의사항이 있다면 씻을 때 수건은 1장씩만 쓰세요. 모자라면 그냥 물기가 묻은 채로 나오셔도 돼요. 제가 수건을 새로 갖다드릴테니 방에서 마저 닦으세요.
수건을 1장 더 집었다간…, 저 변기가 어제 내린 물까지 다 토해낼거예요.
한동안 화장실에 냄새가 안 빠져서 고생했죠. 하하하.
화장실 다음 먹는 이야기를 하는 게 유감스럽지만 저쪽이 식당과 주방이에요.
조난 당하고 산에서 한참 헤메셨으니 시장하시죠? 방에 들어가계시면 야참을 준비해드릴게요.
배고프시면 제게 말씀해주시면 돼요. 주방에 있는 음식은 아무거나 먹으면 안 되거든요.
방에 놓인 과일처럼 보이는 것도 먹지 마세요. 아마 꽤 쓸걸요.
그게 뭐냐고요? 인테리어용 과일 모형 소품이에요. 워낙 잘 만들어져서 그런지 다른 손님이 한입 베어물던 흔적도 있어요.
플라스틱에 묻은 물감을 입에 넣었으니 당연히 쓴 맛이 나죠.
저 문은 지하실이에요.
뭔가 숨어있거나 거창한 비밀이 있는 건 아니고 그냥 지하실인데요. 구경하실래요?
보셨죠? 그냥 보일러실이에요. 이 집이 산 중턱에 있어서 좀 추워요. 손님 방에도 보일러를 틀어놨어요.
산 중턱에 있는데 연료는 어디서 공급받냐고요?
글쎄요. 집이 알아서 구해오려나요. 아니, 너무 그렇게 겁에 질린 표정 짓지 마세요. 농담 좀 했어요. 별거 없고 정기적으로 가스통을 배달받아요.
혼자 사는데는 그 정도면 충분하거든요.
제 방까지 구경시켜드릴 필요는 없겠죠?
왜냐니, 그야…, 하룻밤 갑자기 머물게 된 일면식도 없던 손님한테 집주인 방까지 구경시켜드릴 이유가 있던가요?
손님 너무 겁먹으신 것 같은데 제 방도 그냥 손님 방이랑 비슷하게 생겼어요.
여기가 21세기 대한민국 맞느냐고요? 당연하죠. 여기 강원도 한복판이에요.
손님 팔다리 상태만 봐도 이런 집이 생소하진 않으셨을텐데 참 새삼스럽네요.
손님 방은 이쪽이에요. 잘 때 목 너무 늘어나지 않게 조심하시고, 눈은 침대 옆 협탁에 소독케이스가 있으니 거기다 넣어두시고 내일 아침에 끼우고 나오시면 돼요.
너무 신세지는 것 같다고요? 하하, 그렇게 미안하시면 나중에 계좌이체로 숙박비 보내주세요.
오, 정말 보내달라는 얘기는 아니었는데 진지하게 받아들이지 마세요.
산에서 밤은 기니까 걱정 말고 푹 쉬세요. 그럼 내일 봬요.
뭔가 예전에 올라온 산속 집 안내서 생각난다 개추 - dc App
나도 다 쓰고보니 그거 생각나긴 하던데 그래도 훨씬 순한맛이고 ㅋㅋ 반전의 결이 다르니까 걍 올렸음
팔다리 이야기 나올때 뭔가했네ㅋㅋ 잘봄
뭔가 무섭지 않고 소소한 느낌으로다가 재밌네 ㅋㅋ - dc Ap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