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익은 제목의 글이 보인다.


만약 사골이었다면 끓여도 맹물만 나오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익숙한 제목.


그래도 혹시 무언가 다른 내용이 있지 않을까? 라는 혹시 모를 기대감에,


나는 해당 글을 슬쩍 눌러보았다.










글에는 짧은 문답이 적혀있었다.


다행이다. 중복은 아니었어.


나는 해당 문답을 슥 읽어보았다.












귀신이 나타나고, 사내는 놀란다.


사내는 물었다.


"어떻게 지평좌표계로 고정을 하셨죠?"


이내, 귀신은 답한다.


"아 쉽지요. 오일러 상수에 맥스웰 방정식을 대입하고, 열역학 제2 법칙에서 평형상태에 따라…. "






이게 무엇인가.


말 같지도 않은 문답을 유머 글이라고 올려놓은 것인가.


아마 문과가 봤으면, 공대 유머인가 하고 넘어갔겠지만,


학부 무지렁이라도 어느 정도 물리를 배운 나로서는


해당 공식은 말도 안 되는, 그저 유식해 보이는 단어를 나열하고 싶은


초등학생이 쓴 글이란 것을 단박에 깨달을 수 있었다.





진짜 물리란 무엇인지 톡톡히 보여줄까,


그저 유식해 보이고 싶었을 뿐인 꼬마의 알량한 자존심을 산산이 조각내기 위해,


나는 쓰다 만 이면지 한 장과 펜을 집어 들었다.























말도 안 돼.


말도 안 된다고.


케케묵은 전공책을 꺼냈고, 유명한 학자의 논문을 찾았다.


아니, 사실 이럴 필요조차도 없었어.



해당 문답의 내용은 너무나 이질적이고 서로 연관 없는,


그저 물리학이란 카테고리에 간신히 묶여있는 얄팍한 유대감의 단어들의 조합일 뿐이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해당 식에는 아무런 결함이 없었다.








이해가 안 됐다. 아니, 오히려 궁금해졌다.


만유인력을 발견하고, 빛의 속도를 계산하고 양자역학이란 개념을 창시하는,


하늘을 날고 기는 저명한 과학자들이


이런 간단한 수식 하나조차 생각해 내지 못했단 말인가?





케케묵은 전공책을 꺼낸 건, 어렵거나 기억 안 나는 내용이 있어서가 아니었다.


기본적인 물리학의 개념만 익혀도 충분히 떠올릴만한,


물이 뜨거우면 빨리 끓는다 정도의 당연하고 쉬운 지식이


지금까지 인류의 역사에 없었다는 것을 내 눈으로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모르겠다.


무섭다. 


겨우 학부 수준의 나도 간단히 이해한,


아니 왜 오히려 지금까지 생각하지 못했는지 의문인 내용이


고등학교 시절 교과서에도, 대학 전공책에도, 


인류가 집필한 어떠한 문서에도 존재하지 않는 것인가?


만날 들리던 커뮤니티에서 본, 그저 조회수 3짜리 이 게시글 하나를 빼면 말이다.


















아.


아아.


그렇구나.


그런 거였어.


그런 거였구나.





망각은 인간의 축복이라 한다.


인간의 뇌는, 본인의 생존에 필요 없는 정보를 지워 생존 확률을 높인다고 한다.


하지만 어쩌면,


인간은, 인간이라 종의 생존을 위해,



특정 정보를 뇌에서 지워버리고 인지조차 하지 못하게 한 거였을지도 모른다.





그런 거였다.


그런 거였어.


그런 거였구나!


























뒤에서 인기척이 들려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