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회사는 3층 복도가 유난히 길다.

당직 경비 일이 끝나고 그 곳을 지날 때마다

복도를 가득 메우는 내 발소리에 괜히 주눅들곤 했다.



복도 반대편 끝에는 소화전도 하나 붙어 있는데. 

불 꺼진 복도를 걷기 전에 목을 쭉 빼고 건너편을 보면 

창문 없는 복도에서 은은하게 비치는 붉은 비상등이 깜빡이는 게 보였다.




직장 동료인 친구가 사준 커피를 마시며 잡담하던 도중 그 복도 이야기를 꺼냈다.

"거기 지나갈 때마다 발소리가 온 세상에 울린다니까?"



그날 밤, 복도를 울리던 소리가 감쪽같이 사라졌다.



너무 신기해서 친구에게 찾아갔더니, 나보다 먼저 퇴근한 듯하다.

그 자리에는 새로 쓴 듯한 메모 한 장이 보였다.


귀 OOOX 

눈 XXXX 

입 ?


그러고 보니, 낮의 그 복도에는 소화전이 없었던 것 같다.

불빛은 좀 더 위에 있었다.


커피 맛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