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운은 무엇도 담을 수 없다는 듯 공허한 눈으로 펜을 들었다.
그리고 혹여나 흐트러질까 긴장된 손으로 편지지에 글을 적기 시작했다.
잘 지내시나요?
이런 뻔한 안부를 묻기에도 어색할 정도로 시간이 꽤 흘렀어요.
저는 잘 지내고 있어요.
선생님께서 퇴사하신 이후로 눈물로 지새운 날도, 원망한 날도, 그리워한 날도 셀 수 없지만...
뜨겁고 투명한 무언가에 얇은 편지지가 번지기 시작했다.
여운은 편지가 찢어지기 전에 서둘러 눈물을 훔쳤다.
그래도 저는 다 이해해요.
저처럼 끔찍한 것들이 득시글거리는 곳에서...
무려 5년이나 견뎌오셨잖아요...
그걸 너무나도...사무치게...잘 아니까 원망한 날이 훨씬 짧았어요.
그 외에는 전부 눈물과 그리움 뿐이었죠...
여운의 부들거리는 손에 그만 편지지는 펜에 뚫리고 말았다.
여운은 마른 세수를 하며 마음을 다잡기 위해서 흐느끼는 와중에도 단호한 숨을 내쉬었다.
어제는요.
선생님이 너무 그리워서 마당에 나와서 땅만 하염 없이 바라보았어요.
그렇다고 선생님께서 평소처럼 웃어주시지 않을 텐데...
제 미련함은 선생님께서 저를 보살펴주시던 때나, 떠나신 뒤에나 한결 같아요.
선생님...지금이라도 다시 돌아오시면 안될까요?
저희는 총명하지 못해서 선생님이 여전히 필요해요.
제가 보낸 편지...그동안 다 읽으셨죠?
3개월 전에도...6개월 전에도 보낸 편지가 그 자리에 없더라구요.
그럼에도 아직 답장은 없으시네요...
서운해 할 자격이 없다는 건 알지만 그래도 실망스러운 건 어쩔 수 없나봐요...
이번이 6번째 편지예요.
보고 싶어요...
여운은 여전히 떨리는 손으로 편지를 고이 접었다.
그리고 다시 마당으로 나와 땅을 하염없이 바라보았다.
그리고는 담장에 기대어둔 삽을 들어 땅을 파기 시작했다.
고된 삽질에 여운의 등줄기에 땀이 흘러 내렸으나,
그들의 손은 더 이상 손이 떨리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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