깊은 수면 밑에서 올라오듯이, 나는 슬며시 눈꺼풀을 들어올렸다. 송곳으로 쑤시는듯한 통증이 머리 안쪽을 휘저었다. 구토가 올라올 것 같아 상체를 일으켰다.
"일어나셨어요?"
내 머리맡에는 테이블이 있었고 그 맞은편에 누군가가 앉아 있었다. 내 대학 후배인 태원이었다. 이게 어찌된 일이냐 물어보니, 태원이는 상황을 설명해주었다.
"저희 술자리가 있었잖아요, 기억 안나요? 제가 그러게 적당히 마시라고 했잖아요~"
난 시간을 확인하려 핸드폰을 찾았다. 하지만 찾을 수 없어 방에 걸린 시계를 확인했다. 새벽 4시, 꽤나 늦은 시간이다.
"여긴 제 자취방이에요. 선배, 술마시고 개가 되셨길래 여기로 데려왔죠"
후배가 물을 한 잔 가져다 준다. 벌컥 하고 넘긴다. 맛이 이상하게 느껴진다. 술을 마신 뒤라서 그런가. 그래도 정신은 맑게 개었다.
"기왕 오신거 여기서 하룻밤 묵고 가세요, 가뜩이나 사람도 없어서 적적했는데 ㅋㅋ"
아니ㅡ 더이상 민폐를 끼칠 순 없지. 돌아갈게.
돌아가려 황급히 몸을 일으킨다. 후배 앞에서 이게 무슨 개망신이냐, 얼른 돌아가야겠다고 생각했다.
후배는 나를 황급히 불러세웠다.
"너무 그러지 마시고 제 말동무나 돼주세요~ 저 혼자 심심하단 말이에요.."
"아 그렇지, 제가 재밌는 이야기 하나 들려드릴게요, 어때요?"
난 재밌는 이야기에 사족을 못 쓴다. 후배의 말에 구미가 당겨 적당히 바닥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일까?
"흐음~ 막상 말하려니 할 말이 없네요. 그럼 이 자취방에 대해 설명드릴게요. 이 자취방이 또 가뜩이나 수상쩍어서 말이죠~"
"제가 여기 입주하게 되었을 때, 이곳을 관리하시는 경비아저씨께 여럿 말씀을 듣게 되었어요.
선배님께서 보셨을지 모르겠지만, 저희 건물은 상당히 낡았어요. 그리고 사는 주민들도 하나같이 나사가 빠져있죠."
"경비아저시까 제게 말한 첫번째 조언은, 기밀을 누설하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이곳에서 일어난 일과 일어날 일 전부를 발설하지 말라는 것을요"
참 수상쩍은 자취방이구나ㅡ 라고 생각했다. 고작 자취방에 기밀유지를 할 필요가 있었을까?
"두번째는 여기 입주민들에게 되도록 말을 걸지 말라는 것이었어요. 말을 걸어왔을 때는 겉치레로 넘겨버리리고 하셨죠."
어째서 경비가 이러한 조언을? 이곳 주민은 대체 무슨 사람들일까?
"이 건물은 5층짜리 건물이에요. 경비아저씨는 제게 5층부터 옥상까지 올라가지 말라고 하셨어요. 올라가려는 시도조차 하지 말라고, 제게 엄중히 경고하셨어요. 왜일까요?"
옥상을 출입 금지하는 일은 많지만, 층 하나를 통째로 출입금지 시키는 것은 아무래도 이상하다. 5층은 뭐하는곳일까?
"5층에서 무언가가 내려오더라도 눈길조차 주지 말라고도 했었죠."
무언가?
"여긴 4층인데, 가끔씩 위에서 쿵쿵거리는 소리가 들려요. 무언가 긁히는 소리도 나구요. 비명같이 찢어지는 바람소리도 종종 들려요. 5층은 대체 무엇일까요?"
상종하지 않는게 가장 좋을것 같다 후배야.
"이집은 가끔씩 전기가 끊기는데, 경비아저씨는 정전이 일어났을 때 절대로 집 문 밖으로 나가면 안된다고 하셨어요."
요즘 시대에 정전이라니, 것보다 왜 나가면 안되는걸까?
"경비아저씨 말로는, 5층 출입을 차단시키는 셔터가 전자식이래요. 그런데 정전이 되면 전기가 끊겨 셔터가 올라가버린다고 해요."
또 5층이다, 5층엔 무엇인가가 있는게 분명하다.
"들어오고 나서 알게 된 일이지만, 이 건물엔 '조공' 이라는 전통이 있어요. 한 달에 한 번씩, 살아있는 인간 한 명을 5층에 올려보내는 전통이죠."
후배의 말투가 거칠어졌다. 숨을 몰아쉬머 말하는 후배는 살짝 웃고있었다. 난 아무것도 말할 수 없었다.
"이 전통은 차례로 진행되요. 101호부터 차례대로 한달에 한 명씩을 바쳐야 하죠."
"바치지 못했을 경우엔 뭐, 별거 없어요. 그 사람의 방이 504호로 바뀌어요. 5층에 입실하게 되는거죠."
말이 나오지 않았다. 아니, 그보다 몸이 움직이지 않았다. 옴싹달싹도 할 수 없었다. 앉은채로 옆으로 넘어져 머리를 찍었다. 아프지 않았다.
"406호 사람은 저번달 사라졌어요. 504호로 가버린 거겠죠. 거긴 어떤 곳일까 솔직히 궁금해요."
후배가 나에게 천천히 다가온다. 후배 머리 위에 빛나는 전등은 천천히 깜빡거리기 시작한다.
" '조공'을 하는 방법은 간단해요. 정전이 일어나고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제물'을 복도에 내놓는거죠, 재빠르게. 불이 다시 켜지면 제물은 온데간데 없어요. 신기하죠?"
후배는 내 손발을 결박한다. 전등이 깜빡꺼리는 주기가 매우 빨라져 있었다. 눈을 아주 빠르게 깜빡거리는 것과 비슷한 풍경이었다.
"죄송해요 선배, 전 5층이 궁금하긴 하지만, 살아서 돌아오고 싶거든요. 만일 살아서 돌아오신다면 어땠는지 저에게 알려주세요. 알겠죠?"
빠르게 깜빡거리던 전등은 마침내 꺼지고, 기분나쁜 암흑과 정적이 우리를 둘러싼다. 후배는 날 천천히 들어올린다. 금속이 부딪히며 올라가는 소리가 들려오는 듯 하다ㅡ
재밌는데 노앰새끼들 댓 없는거 보소 - dc App
ㅋㅋㅋㅋ 없을수도 있지
더 써줘 - dc App
ㅋ 맛있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