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주가 멸망한다는 예언이 전세계에 퍼졌다.
여지껏 모든 자연 재해를 맞춰온 노파의 입에서 나온 예언이기에 신빙성은 높았다.
허나 지구도 아닌 우주의 멸망이라는 터무니 없는 스케일의 예언인 만큼 이에 대한 찬반 토론이 치열했다.
그렇게 예언의 시기가 다가오기 566일 전, 노파가 다시 한 번 화산 폭발을 맞추었다.
이에 인류 대부분은 멸망이 사실임을 받아들이는 분위기로 접어들었다.
그렇게 나는 다른 차원으로 가는 전송기를 만들기 위해 수면은 최대 3시간, 식사 또한 간편 식품을 꾸겨넣으며 연구에 몰두했다.
내 죽음이라면 미련 없이 포기했을 것이다.
하지만 사별한 아내가 남긴 소중한 내 딸아이가 이 세상에 남아 있는 한은 포기할 수 없다.
가끔 시원한 맥주가 간절하기도 했지만 흐릿한 정신에 설계를 망칠 수는 없었다.
쏟아지는 졸음에 설계 과정에서 실수를 하지는 않을까
나 자신을 합리화하며 하루라도 푹 자볼까 싶었지만 이내 정신을 차렸다.
주변이 건빵 봉지와 빈 컵라면 용기가 나뒹굴며 시간은 흘러갔고,
그렇게 예언의 날까지 3일이 남았을 때 비로소 완성했다.
딸아이에게 설명서를 몇 번이나 읽어주고 기계 앞에 섰다.
그리고 내가 무사히 전송되는 것을 본 뒤에 따라오라고 당부했다.
치지직 소리와 함께 온 몸이 간지러운 듯 하다가 중간 중간 무언가에 긁히는 느낌이 들었다.
그렇게 약 5분이라는 시간이 영원처럼 느껴지는 기분 끝에 무사히 알 수 없는 차원에 도착했다.
중간 중간에 몸이 찢기는 듯한 느낌도 간혹 들었지만 죽음보다는 나으리라...
잠깐 어지러운 느낌에 한참을 휘청이다가 정신을 차렸을 땐,
눈 앞에 펼쳐진 광활한 광경이 너무 황홀하여 순간 눈물이 날 뻔 했다.
혹여나 깊은 잠에 들까 알람을 몇 개씩이나 맞추고 허벅지를 찌르며 버티던 나날을
드디어 보상을 받는 느낌이 들었다.
도중에 포기를 하려다가도 이미 가시밭길을 걸었으니
차라리 대서사시를 써보자고 다짐한 순간이 떠올라 더욱 벅찼다.
압도적인 아름다움에 무력하리만치 밀려오는 감동 속에서 한없이 체류하던 중이었다.
갑자기 뒤에서 치지직 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딸아이가 전송기를 타고 전송이 되는 순간이었다.
치지지직-
딸아이의 발이 보이기 시작했다.
그 순간, 나는 다른 생각이 문득 들었다.
어떻게든 여기로 왔지만 식량은 어떻게 해결하지?
이런 고민이 연구 중에 없었던 것은 아니었지만 몰두한다는 핑계로 제쳐두고 있었다.
치지지직-
딸아이의 무릎이 보이기 시작했다.
이 곳에 무언가 잡아서 식량으로 삼을 수 있는 토착 생물이 있을까?
이렇게 힘들게 왔는데 어떻게든 해결할 수 있겠지...
치지지직-
딸아이의 허리가 보이기 시작했다.
우선 밀린 잠을 잘 수 있는 휴식 공간부터 만들어야겠다.
하루 정도는 굶어도 괜찮으니 잠부터 자야 살 수 있을 것 같다.
파지직-
전송기가 작동을 멈추었다.
그리고 툭- 소리와 함께 뭔가 힘없이 떨어지는 소리가 들렸다.
원인:배터리 부족
ㅋㅋㅋㅋㅋㅋ ㅠㅠ
딸을 먼저 보내면 안되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