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십니까?
배치된 매뉴얼의 작성 기관은 A.B.C임을 알려드립니다.
(서투른 글귀로 쓰여진 A.B.C서명)


귀하께서 위치하신 장소에 따라 안내드릴 내용이 상이하니, 주변을 잘 살피시어 현재 위치중인 장소를 확실하게 인식하시고 매뉴얼을 마저 정독해 주시길 부탁드립니다.

1.무서운 숲
2.핏빛 강
3.방이 전부 막힌 백색의 방
(서투른 글귀로 쓰여진 1,2번 항목 전부와 숫자 3)


귀하의 위치가 1번 항목인 경우

(적어도 수백 번 쓰고 고친 흔적)
(모든 글귀가 취소선 범벅으로 알아보기 어려움)


귀하의 위치가 2번 항목인 경우
(의미없는 알파벳의 나열)


귀하의 위치가 3번 항목인 경우

(2문단 분량 범위가 전부 검은색 잉크로 빼곡하게 채워 가려짐)

다행입니다. 아마 1번2번 위치로 이동되셨다면 틀림없이 죽었을 거예요. 아마 틀림없이.
지금부터 생존과 귀환을 위한 매뉴얼은 안내해드릴게요.

1. 천천히 방을 둘러보세요. 아마 아무것도 찾을 수 없겠지만 운이 좋은 당신이라면 무언가 찾을 수 있을지도 모르죠.

2. 벽에 귀를 대고 귀를 기울여보세요.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는다면 위급사항입니다.

3. 지금 즉시 머리카락을 뽑아 팔에 묶고 손을 위로 치켜든 채 엎드린 상태로 가장 생소한 단어 3가지를 말하세요. 그럼 당신은 안전합니다.

씨발 뭘 해보겠다고 이딴 짓거리나
(취소선 두 줄과 종이를 무언가로 긁은 흔적)
(종이를 찢으려고 시도한 흔적)

5 계속 서리가 들리몀 안타땁습니다.
(매우 대충 휘갈긴 필체)

지금 당장 손가락을 두개 잘라야 합니다
이빨로 끊든 저 구석에 있는거 이용하든 빨리


그리고 그거 손가락 뼈 발라가지고 벽에 A.B.C 라고 쓰면 벽이 열릴거에ㅇ

문 안 열리면 매뉴얼 뒷면 보시고

























어 그래 후다닥 해 봤는데 탈출구 안 나오지? 아니면 손가락 자르라는 소리에 뭔 개소린가 해서 바로 뒤집어본 새끼도 있을거고.
후자라면 축하한다 ㅋㅋ 개짓거리에 놀아나진 않았네?






자, 네가 궁금한거 딱 3가지.

1.여긴 어디인가?
2.이 글은 쓴 나라는 새끼는 누구인가.
3.여긴 어떻게 나가는가.


1번, 나도 몰라 ㅋㅋ. 좆같은 정신병동 백색방마냥 생겨먹은 미친 공간 알 게 뭐냐.

2번, 나도 너랑 똑같은 사람이야. 그저 여길 먼저 끌려왔던 선배 희생자라는 정도가 차이점이려나?

3번, 못 나가. 나갈 수 있었으면 내가 뭐하러 이 지랄을 해 놨겠냐?
알아서 살다가 지루해지면 자살해. 그거 말곤 해 줄 말이 없다.

그러니까, 이 매뉴얼은 그냥 심심했던 내가 너 엿 먹이려고 작정했던 일종의 '놀이'고, 너는 거기에 놀아나서 손가락까지 자를 뻔 한 새끼라는거지.

조금 미안하긴 한데 어쩌겠냐. 나도 좆같아.

여기 먼저 끌려왔던 새끼들도 가짜 힌트, 수칙으로 개 지랄을 해 놨더라. 더 개 좆 같은게, 어느 순간 나도 그새끼들이랑 똑같이 하고 있더라? 이게 진짜 ㅋㅋ 사람이 아무런 희망도 의미도 없이 살아가니까 미쳐 그냥.

근데 진짜, 나도 그 새끼들 처럼 내 후배 골릴 생각에 이거 쓰기 시작하니까 도파민이 확 돌더라. 그리고 자살하는 순간까지 너무 행복했어.

그 미친새끼들한테 속아서 몇 달 동안 탈출구 힌트 찾겠다고 지랄했던 시간만큼.

이건 미안하다, 그래도 그 새끼들은 정성들여 몇 달 동안 헛짓거리로 시간 보내줄 수칙서 잘 써줬는데

내 대가리랑 문학력으론 이게 안 되더라.
게다가 근성조차 없는 놈이라 쓰다보니 귀찮아서 마무리 좆대로 지었는데 그나마 좀 즐겼기를 바란다.


남들 골릴 창의력도 없는 새끼면 너도 결국 나처럼 가짜 수칙서나 쓰고 있을텐데, 그럴거면 내 수칙서나 좀 보완해라.
저기 위에 낙서한거 잉크 다 떨어져서 못 가렸는데 좀 가려주거나 살살 찢어서 없애줘.

뭐 필기구도 노트 한 장도 없다면 유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