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날을 새고 술약속을 잡은걸 후회하며 털레털레 집에 가는 길.




어느샌가 열대야의 후덥지근한 공기가 새벽의 시원한 바람에 걷혀가기 시작했다.




어금니 너머로 머리가 깨질듯이 밀려오는 두통과 시야가 흔들릴 때 마다 올라오는 메스꺼움.




숙취의 고통 속에서도 차 한대, 사람 한명도 없는 넓은 사거리는 오늘따라 기묘하게 더 넓고 고요하게 느껴진다.




편의점은 커녕 이미 문을 닫은, 아니 낮에는 열기나 하는지도 모를 낡아빠진 상가의 간판들이 듬성듬성 보일 무렵,




결국 나는 저 멀리서 유혹하듯이 빛나는 붉은 네온을 따라 걸음을 재촉한다.




평소엔 근처를 지나가면서도 보지 못했던 낡아빠진 모텔이 이렇게나 반가웠을 줄이야.




괜히 택시비 좀 아끼겠다며 걷던게 싸구려모텔에서 하루를 묵는 지출로 이어졌다는 사실을 안주삼아 몰려오는 구토감을 애써 억누르며 반쯤 피운 담배를 끄고 곧바로 모텔로 들어간다.




...




역시 밖에서 보던대로 내부 역시 밀레니엄에 멈춰있는 인테리어.




천장의 누런 불빛이 비추는 로비의 한가운데엔 낡아빠진 탁자와 색이 바랜 가죽소파가 자리잡고 있었고, 그 옆에는 커다란 금빛 자명종 시계가 덩그러니 걸려있었다.




뒤의 비어있는 수조 속의 거미줄이 마치 이 싸구려 모텔의 역사를 고스란히 담고있는 것 같았다.




카운터 창문 속 노인에게 숙박으로 방을 빌리고 세면팩을 받아 가죽소파 옆 구석의 계단으로 발을 내딛는다.




'청소라도 좀 하지.'




화장실에 들어갈 때와 나올 때가 다르다는건지 길바닥에 쓰려져 잠들뻔한 팔자를 피하니 이 모텔이 용케도 아직 안 망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복도에 불이 꺼진 2층을 지나 올라온 3층을 둘러보지도 않은 채 받은 열쇠로 301호의 문을 열고 들어간다.




낡은 방에서나 맡을 수 있는 먼지와 습기의 냄새에 인상을 찌푸리며 신발을 벗는다.




내부의 가구가 정말로 Tv와 탁자, 침대 뿐인 낡아빠진 방이지만 어쩌겠는가.




나는 곧바로 옷을 허물벗듯이 벗어던지고 욕실로 들어가 대충 샤워를 하고 나왔다.




탁자 위의 재떨이를 보고 담배 생각이 잠깐 났지만, 샤워를 하니 몰려오는 미칠듯한 피로감에 기절하듯 침대에 몸을 던질 수 밖에 없었다.




꺼져가는 시야 속에 마지막으로 비춰지던건...




어설픈 고딕인테리어에 어울리는 큼지막한 모나리자의 면상이었다.




...




메스꺼움과 깨질듯한 두통이 끝나니 찾아오는 미칠듯한 갈증에 좋든 싫든 눈을 뜰 수 밖에 없었다.




침대에 퍼질러져있던 나는 혼신의 힘을 다해 일어나 탁자 위의 생수를 집어들고 입을 댄 채 벌컥벌컥 들이킨다.




입가에서 넘치는 물이 침대시트를 적시고 숨이 막혔지만 기세좋게 생수 한 병을 거의 비워버렸다.




물이 들어가도 텁텁한 입을 쩝쩝 다시며 무거운 몸을 일으켜 어제 벗어뒀던 옷을 입는다.




배터리가 위태롭던 휴대전화를 꺼내보니 오후 4시 3분.




친구들의 연락이라도 재빨리 흝어보기 위해 카카오톡을 켰지만, 4%가 남았다던 배터리 잔량이 거짓말이었던 것 처럼 화면이 픽 꺼져버렸다.




자그마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신발을 신고 문을 연다.




문을 연다.




문을




어?





문이 있었던 곳이 벽으로 막혀있다...




분명 들어올 때 화장실이 오른쪽, 신발장이 왼쪽.. 아니 애초에 장판이 안 깔린 곳이 너무나도 부자연스럽게 벽지로 막혀있다.




숙취의 후유증과 황당한 상황에 한동안 눈만 깜빡이던 나는 뒤늦게 찾아온 패닉에 현관(이 있었던 벽)의 맞은편 창문으로 달려가본다.




"씨발."




그냥 콘크리트 벽이다.




그것도 창문을 열면 1mm의 틈도 없는, 그냥 벽에다 창문을 만들어놓았다는 표현이 더 옳을지도 모르겠다.




...




자세히 보니 창틀에 누르스름해진 쪽지가 눌려있다.






         당황하지 말고 침착하게 해당 문서를 모두 읽으십시오.


        






    1.   모나리자의 표정을 확인하십시오.





          모나리자가 무표정하다면, 방에서 열쇠를 찾아
    
          안과 밖이 거꾸로 설치된 문고리를 열어 탈출하십시오.






          모나리자가 과하게 웃고있다면, 웃는 정도에 따라

          자물쇠나 걸쇠 등이 추가로 설치되며, 열쇠를 도저히

          찾지 못하는 상황에선 물리적인 파손 역시 권장됩니다.






자물쇠의 갯수는 모나리자의 왜곡의 정도에 따라 달라지나,

평균적으로 모나리자의 표정이 기괴하게 입이 찢어져 웃고있을수록 많아졌다는 증언을 토대로

모나리자가 심하게 웃고있다면 그만큼 많은 열쇠를 찾아내야 한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외부에서의 도움은 일절 닿지 않기에 온전히 귀하의 노력에 따라 탈출여부가 결정되며,


해당현상을 탈출한 이후 011-■■■-■■■■ 로 연락주신다면 간단한 통화 후 충분한 보상을 해드리겠습니다.


해당 건물의 주인은 귀하가 이 현상을 탈출하기 위해 일으킨 어떠한 기물파손도 귀하에게 책임을 묻지 않을 것입니다.


부디 귀하의 무사귀환을 최우선으로 생각해주십시오.




                                                                                                」



        
홀린듯이 펼친 쪽지에는 애매하게 매뉴얼괴담 같은 글 따위가 적혀있었다.




뭔...




애초에 문짝이 있어야 열쇠든 뭐든 줍거나 할텐데 이 쪽지가 의미는 있는걸까.




011로 시작하는 전화번호 역시 이 쪽지에 대한 불신의 근거 중 하나일테지.




생각을 추스르는데 성공한 나는 밑져야 본전이란 생각으로 침대 맞은편에 걸려있던 모나리자 액자로 시선을 돌렸다.




...




......




.........




"니미씨발."

















액자 속 모나리자는 공중제비를 돌고 있었다.